'월클수비' SD 김하성-LAD 베츠, 유격수 이동 닮은꼴 행보... 서울시리즈서 정면 대결한다

안호근 기자 2024. 3. 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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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왼쪽)과 LA 다저스 무키 베츠. /AFPBBNews=뉴스1
'수비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수. 그만큼 중요성이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최고의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MLB)라고 예외는 없다.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이 잰더 보가츠(32)와 자리를 맞바꾼 데 이어 LA 다저스에서도 무키 베츠(32)가 개빈 럭스(27)를 대신해 유격수를 맡게 됐다.

베츠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2024 MLB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는 5회말이 시작되기 전 우천으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베츠의 유격수 전격 변신은 큰 화제를 남겼다.

201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고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베츠는 최고의 타격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통산 타율 0.294에 252홈런 756타점 996득점 17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0을 기록했다.

2018년 보스턴에서, 2020년 다저스에서 한 차례씩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18년엔 타율 0.346 32홈런 80타점 129득점 OPS 1.078 등 빼어난 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도 등극했다. 포지션별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 또한 총 6차례 수상했고 올스타 경력도 7회에 달한다.

LA 다저스 무키 베츠. /AFPBBNews=뉴스1
수비력 또한 빼어나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골드글러브를 4회 연속 차지했고 다저스 이적 후에도 두 차례나 골드글러브의 수상자가 됐다. 흥미로운 건 황금장갑을 모두 외야수로서 거머쥔 것이라는 점이다.

베츠는 우익수로 8121⅓이닝을 소화했을 만큼 외야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베츠의 내야수 경험은 30경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베츠를 우익수와 동시에 내야수로 활용하기로 한 것.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우익수로 107경기(713이닝)에 나섰지만 경기 도중 내야를 오가는 일이 잦았다. 2루수로 70경기(485이닝)에 나섰고 유격수로도 16경기(98이닝)를 경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약간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였다. 다저스는 베츠를 2루수로 주로 활용하려고 했다. 유격수는 럭스.

그러나 더 크나 큰 변화가 일었다. MLB 통산 16경기, 98이닝 소화에 그친 유격수로 전격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LA 다저스 개빈 럭스(왼쪽). /AFPBBNews=뉴스1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날 "한국의 서울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을 2주 앞둔 가운데 다저스는 유격수에 변화를 줬다"며 "럭스의 송구 문제가 계속됐고 다저스는 선발 2루수로 시즌(시범경기)을 시작한 베츠에게 이 자리의 열쇠를 넘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러한 변화가 "지금으로선 영구적"이라고 밝혔다. 베츠는 서울시리즈 이전에 4차례 더 유격수로 선발 출전할 전망이다. 큰 문제가 없다면 베츠는 올 시즌, 나아가 앞으로 다저스에서 유격수로 뛰게 된다.

로버츠 감독은 "지금 당장 이런 변화를 취하는 건 실점을 방지와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기 위해 옳은 일이라고 팀 전체가 느끼고 있다"며 "개빈에게 지난 몇 년간 유격수보다 2루수로 더 많이 뛰었다. 다시 그곳으로 데려가면 던지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그의 몸 전체에 부담을 덜 주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도 전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인 불안한 송구가 문제였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잘 걷어내기도 했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의 자리를 2루수로 자리를 옮기는 게 럭스에게나 팀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로버츠 감독에 따르면 이 결정은 8일 이뤄졌다. 럭스와 베츠 모두가 동의했다. 베츠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는다. 단지 이기고 싶을 뿐"이라며 "그곳(승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 얘기를 백만 번이나 했다. 나는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뛸 뿐"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오버랩된다. 김하성도 지난해 보가츠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2루수를 맡았다. 빅리그 2년차인 김하성으로선 11년 2억 8000만 달러(3739억원)에 대형 계약을 맺은 빅스타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당연스럽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유격수, 3루수도 오가며 활약을 펼친 끝에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달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하성과 보가츠의 위치를 맞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보가츠는 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단 1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고 이는 커다란 화제가 됐다. 그만큼 김하성의 수비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당시 쉴트 감독은 "나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 보가츠는 작년에 샌디에이고에서 정말 좋은 유격수로 뛰었고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었다"며 "하지만 그는 유격수로서 김하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고 둘은 좋은 동료 사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보가츠도 베츠와 마찬가지로 팀의 우승만을 바라봤고 그렇기에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온 유일한 이유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라며 "그러니 우리가 그걸 얻기 위한 길이라면 그렇게 해라. 나는 이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는 유격수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야구에 살고 죽는 것뿐이다. 특히 수비적으로는 김하성을 많이 존경한다. 나는 단지 팀의 이익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고 결국 자리를 옮김으로써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하성에겐 호재다. 올 시즌을 마치고 옵션을 발동하지 않으면 FA 자격을 얻는다. 유격수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KBO리그에서 거의 유격수만 뛰었고 2022년에도 빼어난 수비를 펼쳤던 위치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베츠를 제치고 NL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둘은 오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2024 MLB 개막전인 '서울시리즈'에서 유격수로 격돌하게 된다. 가뜩이나 뜨거운 서울시리즈에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추가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왼쪽). /AFPBBNews=뉴스1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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