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이적생, 왜 1만2천 한화팬들에게 감동했나…"홈런보다 더 깜짝 놀랐다"

김민경 기자 2024. 3.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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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이재원이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동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이재원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내 홈런보다 팬들께서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더 깜짝 놀랐다."

한화 이글스 포수 이재원(37)이 처음 경험하는 대전 팬들의 응원 열기에 감동했다. 이재원은 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재원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한화의 6-2 역전승에 기여했다. 역전의 발판이 되는 동점포를 터트렸고, 투수들이 ABS(자동볼판정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불펜의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리드했다.

이재원의 홈런은 1-2로 뒤진 4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로 나서 삼성 선발투수 이호성에게 좌월 솔로포를 뺏었다. 볼카운트 1-1에서 이호성의 시속 140㎞짜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린 걸 놓치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 1만2000석을 가득 채운 한화팬들은 이적생 이재원의 홈런을 한마음으로 축하하며 기뻐했다. 한화 구단 역대 3번째 시범경기 매진일 정도로 시범경기에 만원 관중을 기록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재원은 2015년 3월 8일 이후 3289일 만에 구단에 새로운 역사를 선물한 팬들에게 홈런으로 보답했다.

이재원의 홈런은 4회말 5득점 빅이닝 신호탄이었다. 이후 요나단 페라자의 결승 투런포가 터졌고, 하주석이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6-2까지 거리를 벌렸다. 한화 선수들과 팬들은 마치 포스트시즌에 대역전 드라마를 펼친 것과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이재원은 "내 홈런보다 팬분들이 오늘(9일) (경기장을) 가득 채워 주셔서 더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표현한 뒤 "첫 타석에서 조금 늦어서 타이밍을 조금 앞에다 놓고 치려고 했는데 실투가 들어와서 운이 좋게 넘어간 것 같다. 작년에는 홈런이 없었는데, 올해는 시범경기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이적 첫 홈런 소감을 밝혔다.

포수 마스크를 쓴 동안 안정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1회초 ABS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실점하자 더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 주면서 3⅓이닝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키게 했다.

이재원은 산체스의 투구와 관련해 "1회는 ABS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어디에 던지면 조금 더 유리할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2회와 3회를 조금 잘 넘긴 것 같다. ABS에 투수들이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가 적응해야 할 점이다. 그래도 일관성이 있으니까 불만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적응만 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화 이글스 포수 이재원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리카르도 산체스가 이재원과 호흡을 맞췄다. ⓒ곽혜미 기자

산체스가 3회에 직구만 11개를 던진 것도 하나의 시험이었다. 이재원은 "그냥 직구만 던진 게 아니라 코스를 보고 던지라고 했다. '여기는 (스트라이크를) 주니까 여기다가 던져봐라' 이렇게 했다. 산체스가 그 정도 능력은 충분히 되니까. 직구를 변화구처럼 생각해서 네 곳에 나눠 던져달라고 했는데, 산체스가 잘 알아듣고 던진 것 같다. 생각 없이 직구만 던진 게 아니라 코스를 보고 던지게 하면서 ABS 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려고 했다. 바깥쪽에 하나 빠진 것도 스트라이크를 주길래 그러면 되겠다 이런 판단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투수들이) 존에 따라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타자들 키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다르기 때문에 빨리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구)자욱이랑 (김)지찬이랑 스트라이크존이 차이가 나지 않겠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그걸 빨리 캐치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원에게 한화는 새로운 도전 기회를 안겨준 고마운 팀이다. 이재원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6년 1차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무려 18년 동안 인천에서 뛴 원클럽맨이었다. 2018년 통합 우승을 이끈 뒤 2019년 SK와 4년 총액 69억원에 FA 계약을 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포수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서서히 찾아오기 시작한 슬럼프를 끝내 인천에서 극복하지 못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458경기, 타율 0.236(1222타수 289안타), 21홈런, 156타점, OPS 0.637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 시즌 뒤 SSG에 방출을 요청했고, 손혁 한화 단장이 이재원에게 손을 내밀면서 연봉 5000만원에 사인했다.

누구보다 한화에 보답하고 싶고, 또 선수로 생존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을 이재원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첫날까지는 순항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재원이 이 정도만 해줘도 안방마님 최재훈과 수비 이닝을 나누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144경기 체제를 꾸려갈 수 있다.

▲ 한화 이글스는 이재원이 선수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준 고마운 팀이다. ⓒ곽혜미 기자

이재원은 슬럼프에 빠진 동안 가장 발목을 잡았던 타격에도 요즘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타격 코치님들이 좋았던 모습을 많이 찾아 주려고 노력해주셨다. 나도 그런 점들을 많이 준비했는데, 일단 캠프 때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과정이나 타구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시범경기 때는 조금 이어졌으면 좋겠다 했는데 (홈런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결과 이전에 타석에서 조금 끈질긴 모습, 쉽게 안 죽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무언가 느낌이 왔다기보다는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제 기술적으로 계속 좋았던 영상을 타격 코치님들이 봐주신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결과가 나와야 하니까. 결과가 조금 더 나오면 더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안타를 떠나서 타구 질이 나쁘지 않으니까. 지금 돌아왔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서 새로운 출발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이재원은 "공수에서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한 게 첫 번째로 중요한 것 같다. 그걸 떠나서 팀이 승리를 했다는 게 가장 크다. 분위기가 좋으니까. 나도 같이 융화돼서 움직이는 것 같다. 투수 기둥 (류)현진이가 있고, 야수는 (채)은성이가 임무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이 기대가 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한화 이글스는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만원관중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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