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수출입 낙관론' 이면에 깔린 시그널 [아카이브]
무역흑자 낸 2월 수출입 실적
긍정적 평가만 내놓는 정부
무역흑자의 이면도 살펴봐야
산업 침체와 기형 성장 징조
4.8%. 지난해 2월과 비교한 올해 2월의 수출 증가율이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수입은 줄었다. 당연히 무역수지는 흑자다. 그러자 정부는 '우리가 잘해서 이뤄낸 성과'라며 자신들의 성과를 앞세웠다. 하지만 2월 수출입동향의 이면엔 좋지 않은 시그널도 숨어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2월 수출입 성적표(2월 수출입동향)를 공개했다.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먼저 수출은 지난해 2월(이하 동일)보다 4.8% 증가한 524억1000만 달러(약 70조460억원)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25억6000만 달러)도 12.5% 늘어났다.
수출 증가를 견인한 건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99억5000만 달러로 66.7% 증가했다. 2017년 10월(69.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자 4개월 연속 증가세다.
반면 수입은 13.1% 감소한 481억1000만 달러(64조2990억원)였다. 대중對中 수입이 14.7%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2억9000만 달러(5조733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흑자다. 산업부는 "2월 수출 성과는 수출기업과 정부 부처, 수출지원기관이 함께 '수출 원팀 코리아'로서 힘써온 결과"라고 자평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설 연휴 등 어려운 여건에도 수출이 늘어나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면서 "조업 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두자릿수로 증가해 우리 수출의 우상향 모멘텀이 확고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안 장관은 이어 "66.7%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2월 기준 역대 최고치의 대미對美 수출액, 흑자전환한 대중 무역수지, 9개월 연속 흑자기조 유지 등은 올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청신호"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우리나라 무역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낙관적이지 않은 지표도 있다. 2월 수출입동향을 정부 평가와 다르게 볼 여지가 적지 않다는 거다. 첫째, 무역흑자의 이면을 함께 봐야 한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적절히 줄면 반길 일이다. 대미 무역의 경우 수출은 증가세, 수입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수입 감소의 원인이 어디 있느냐인데, 답은 원자재 수입의 감소에 있다.
2월 전체 수입은 지난해 2월보다 72억7000만 달러 줄었는데, 그중 절반가량인 35억2000만 달러가 가스(LPG)ㆍ석유제품 등 원자재 수입 감소에 따른 거였다. 산업 침체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이 줄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 대중 무역흑자에도 이면이 있다. 대중 무역흑자는 수출이 조금(-4.8%) 줄고, 수입이 크게(-14.7%)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대중 수입의존도가 줄어든 것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문제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구동안 수산화리튬이나 니켈ㆍ코발트ㆍ망간 산화물 등 주요 원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그 수입액이 확연히 줄었다. 대중 수입의존도가 낮아진 거라면 다른 수입처를 통해 감소분을 채웠을 텐데 그렇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수입액이 대중 수입이 감소한 만큼만 빠졌다.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수입액을 줄였다는 거다.
셋째,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 증가 추이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6개 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다는 건 나머지 9개 품목의 수출은 줄었다는 의미다. 또한 수출 증가를 견인한 업종이 반도체(66.7%)였는데, 그러고도 수출 증가율이 4.8%에 불과했다는 건 나머지 주력 수출품목들의 수출 실적이 저조했다는 뜻이다. 반도체 하나의 수출량이 크게 회복하면서 생긴 착시이자, 우리나라의 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2월 수출입 성적표에는 이면이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출 증가와 무역흑자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일부분만 자찬한 정부의 낙관론, 괜찮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