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 도입 대통령 전용기 1호‘BAe 748’ ‘F-4E 팬텀’ 합동은퇴식 치르자[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BAe 748 후속으로 1985년 도입된 대통령전용기 2호기 B737-300 1대 올해 말 퇴역
박정희 대통령 때 도입 F-4E 팬텀 10대 6월 퇴역식…8일 후배 전투기들 총집합 성대한 고별식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 “박정희 대통령 때 함께 도입 F-4E와 합동 은퇴식 후 국민 공개” 제안
아직도 남아 있는 공군의 F-4E 팬텀(Phantom) 10대가 만 45년의 운용을 끝내고 4개월 후인 오는 6월 모두 퇴역한다.
원래 F-4E 팬텀은 2019년에 퇴역시킬 계획이었으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이라 노후 전투기 두 기종 중 하나를 연장 운용하게 된 것이다.
F-4E 팬텀은 3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보통 40년 수명 연한으로 운용하는데, 국내에서는 5년을 더 연장 사용한 것이다.
지난 8일, 수원기지에서는 F-4E 팬텀의 명예로운 퇴역을 기념하기 위해 후배 전투기들과 함께 하는 특별한 고별식이 열렸다. 공군은 이날 올해 전반기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한미연합연습과 연계해 압도적 공군력을 과시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다.
엘리펀트 워크는 공군력의 위용과 압도적인 응징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수십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수십 대의 전투기가 대형을 갖춰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코끼리 무리 걸음처럼 보여 엘리펀트 워크란 이름이 붙었다.
공군은 “이번 엘리펀트 워크는 한때 한반도 상공을 주름잡았던 F-4E 팬텀의 오는 6월 퇴역식을 앞두고, 공군의 모든 전투기들이 ‘큰형님’ 격인 팬텀의 명예로운 은퇴를 축하하고 기리는 의미를 더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훈련에는 F-4E 8대가 선두에 나섰다. 그 뒤로 동생격인 F-15K, KF-16, F-16, FA-50, F-5, F-35A 전투기들이 뒤를 이었다. 총 33대의 전투기가 엘리펀트 워크 대형을 구성했다. 그동안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단일 비행단 전력으로 실시해왔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 기종의 전투기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었다. 공군 역대 전투기 퇴역 기체 중 가장 성대한 퇴역행사가 열린 것이다.
엘리펀트 워크 현장을 방문해 훈련에 참가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55년간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팬텀, 그리고 팬텀과 고락을 같이해 온 팬텀맨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퇴역하는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군 보유 기종 중 F-4E 팬텀은 1979년에 집중적으로 도입됐다. 역대 고참 전투기로는 기념비적인 기종이다. 그런데 현재 공군이 운용중인 기종 중 F-4E 팬텀을 능가하는 ‘찐’고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때 정부 예산을 들여 대한민국 최초로 직구매한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인 ‘BAe 748’ 터보프롭(turboprop)기인 2대가 바로 주인공이다. 대한민국 첫 대통령 전용기인 BAe 748 기종은 원래 영국의 호커 시들리(Hawker-Siddeley)사가 1960년 개발해 1961년부터 1988년 생산 종료까지 총 380대가 제작된 수송기로 ‘HS-748’로 불렸다. 이후 ‘호커 시들리사’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사로 바뀌면서 수송기도 ‘BAe 748’로 이름이 바뀐다. BAe사는 지금의 영국 글로벌방산업체 BAE사 전신이다.
옛 대통령전용기 BAe-748은 지금은 사라진‘터보프롭’은 항공기의 프로펠러를 돌려 추력을 얻는 가스 터빈 엔진의 한 종류다. 같은 가스 터빈에 기반한 ‘터보제트’가 압축된 공기를 배기가스에 의한 추력으로 연결하는 데 최적화한 반면 터보프롭은 프로펠러를 구동하기 위한 ‘축력(shaft power)’을 얻는 데 최적화돼 있고 90% 이상의 추력이 터빈에 연동된 프로펠러에서 얻어지는 게 특징이다.
BAe 748 2대는 1974년 도입돼 운용하다가 2023년 초반에 정부전용기 예비기체에서 임무 해제돼 일반 수송기 부대인 231 대대로 보내졌다. BAe 748은 올해 도입 50주년이 된다. BAe 748이 존재감을 드러낸 경우가 2000년 당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때였다.
BAe 748 2대를 대체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8대 중에서 2대를 정부전용기 VCN-235로 개조해 현재 운용 중이다. VCN-235는 후방 램프도어 방식으로 다목적 수송기로 운용 성능이 우수하다. 반면에 BAe 748은 일반 여객기 출입구이다. 규격화 된 군용 화물을 적재하기가 어렵다.
BAe 748은 귀빈 수송용으로 특별히 쓸모 있는 기종이 아니다. 일본 항공 해상 자위대에는 BAe748 기체를 그대로 모방한 YS-11 터보프롭기를 도입했는데, 2011년 동일본 지진사태 당시 긴급물자 수송용으로 운용하기 어려워 미국 해군의 잉여 수송기 C-130R를 도입해 대체한 적도 있다.
공군 ‘35 VIP 전대’에서 방출되기 전까지 특별한 용도 없이 사용하면서 국제방산전시회인 서울 아덱스(ADEX) 행사에서 성남 비행장 활주로에 공군의 군용기 역사를 장식하는 행사용 기체로 전시되는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6월 말로 예정된 F-4E 팬텀 전투기 퇴역식에 맞춰 이제는 BAe 748 2대도 고단함 몸을 내려놓고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F-4E와 합동 은퇴식’을 성대하게 마련해주는 것이 좋지 아닐까.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는 “퇴역시킨 BAe 748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박물관이나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박물관에 기증해서 고풍스런 디자인의 기체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공군의 자랑스런 기념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정부 대통령 전용기 1호기 BAe 748은 수송기 용도가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다”며 “동일본 대지진 때도 화물을 싣지 못하고 사람만 겨우 태울 정도로 수송 능력이 떨어졌다”며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처음 도입한 대통령 전용기 BAe 748과 전투기 F-4E 팬텀의 합동 은퇴식을 치른 뒤 관광상품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BAe748 후속으로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5년에 도입한 대통령전용기 2호기 B737-300 1대는 2024년 말에 임무해제해 퇴역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BAe 748은 비행거리가 짧아 일본까지 비행하기도 여의치 않자 전두환 정부 때 보잉사에서 B-737-300 1대를 도입했으나 이 역시 낡아서 금이 가고 해 올해 말 퇴역하게 된 것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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