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ABS 최적화된 투수인가 '첫 등판서 KKKKKKKK 라니...' 심상치 않은 1선발, 148㎞ 찍고 환상투 펼쳤다 [수원 현장]

수원=김우종 기자 2024. 3. 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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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수원=김우종 기자]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트윈스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33·미국)가 화려한 KBO 리그 무대 첫 등판 신고식을 치렀다. 단 4이닝 동안 삼진을 8개나 뽑았는데, 무엇보다 ABS, 이른바 로봇 심판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엔스는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이날 LG는 엔스의 호투를 앞세워 KT를 5-2로 제압, 기분 좋은 시범경기 출발을 알렸다.

엔스는 그동안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국내 무대에서는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정식 경기로는 첫선을 보였는데, 완벽 투구로 LG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엔스는 1회말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KT 선두타자 배정대를 상대로 1-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5구째 커터를 뿌리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김민혁을 2구째 속구로 투수 땅볼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KBO 리그 MVP 출신의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위즈파크에 모인 KT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쏟아진 가운데, 엔스는 로하스에게 공 3개만 던지며 3구 삼진 처리했다. 마지막 속구 결정구는 146km가 찍혔다.

2회에도 엔스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커브를 던졌으나 좌중간 안타로 연결됐다. 그러나 후속 강백호를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커브를 뿌리며 투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이어 황재균을 상대해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커터를 던지며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3회에도 무실점 행진을 펼친 엔스였다. 선두타자 박경수를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지긴 했으나, 이후 스트라이크-헛스윙-스트라이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계속해서 8번 타자 강현우마저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볼을 던지긴 했으나, 3구째 스트라이크에 이어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4구째 결정구는 커터였다. 이어 김상수를 상대로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한 엔스. 하지만 다음 타자 배정대를 상대로 초구 볼 2개를 던졌지만, 끝내 6구째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이때 마지막 결정구로 커브를 던졌는데, 배정대로부터 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커브가 바깥쪽 존에 걸치며 ABS 존의 스트라이크를 이끌어냈다.

LG 엔스(왼쪽)가 3회말 2사 후 배정대를 상대로 던진 6구째 커브가 ABS 존에 살짝 걸치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다만 엔스는 4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2구째 좌중간 안타를 내준 엔스. 이어 로하스를 3루 땅볼로 아웃시킨 뒤 박병호마저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아웃. 그러나 다음 타자 강백호를 상대로 홈런포를 허용했다. 강백호가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커터(134km)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엔스의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는데, 실투였다. 이어 황재균에게 3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박경수를 4구째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키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날 엔스의 투구 수는 총 64개. 속구(27개)와 커터(17개), 체인지업(10개), 커브(9개), 슬라이더(1개)를 각각 섞어 던졌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8km가 나왔다. 속구 최저 구속은 139km였으며, 커브는 118~129km, 슬라이더는 126k, 체인지업은 129~134km, 커터는 132~139km의 구속대를 형성했다. 스트라이크는 45개였으며, 볼은 19개였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엔스가 변화구를 다양하게 던져보며 투구했는데, 강백호에게 던진 커터 실투를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우타자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콘택트 존에 걸리지 않는 구종 가치를 보여준 게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켈리 포함 나머지 선수들도 과정을 잘 가져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 쌀쌀한 날씨에도 시범경기 응원 와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시범경기지만 첫 경기에 승리하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엔스는 취재진과 만나 "KBO 리그 팬들 앞에서 처음 던지는 경기라 되게 신났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전반적인 느낌은 좋았다. 내용도 좋았다. 앞으로 좀 더 제 구종을 다듬어 나가는 데 집중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타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승부를 하려고 큰 그림을 그리며 들어갔다. 몸쪽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를 원하는 대로 던졌던 것 같다. 제가 원하는 대로 던지면서 타자들이 제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봤는데 잘 된 것 같다. 큰 틀에서는 타자들 상대로 공격적인 승부를 했던 게 주요했던 것 같다. 구종 조합도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LG 디트릭 엔스(가운데).
LG 디트릭 엔스. /사진=LG 트윈스 제공
앞서 염 감독은 엔스가 KBO 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인지업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스는 이날 커터(4개)와 직구(3개), 커브(1개)를 결정구로 선택했다. 엔스는 "좋은 체인지업을 던지기도 했고, 그렇지 못한 체인지업도 있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체인지업을 많이 연마했다. 그리고 이제 이 공을 실전에서 던질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앞으로 더 체인지업을 좀 던지는 데 집중하고, 더욱 연마를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이 손에서 떠났을 때 속구처럼 보이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정식경기에서 처음 시행된 ABS에 대해서는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 역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스프링캠프 기간 KBO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그 설명회를 통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에 내가 어디에다 던지면 스트라이크를 받고, 어디에 던지면 볼이 되는지를 대략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을 오늘 경기를 통해 한 번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알아가는 과정이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3회 2사 후 배정대를 상대로 커브를 뿌린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ABS의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었다. 커브를 던졌을 때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고, 어느 지점에서 떨어져야 스트라이크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경험한 게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이제 그런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고자 하는 곳에 던지기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피치 클락에 대해서는 "사실 제가 KBO에서는 처음 피치 클락이 있는 상태에서 던졌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이전에 한 번 던져봤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도 템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도 전반적인 템포는 좋았던 것 같다. 이제 피치 클락이 있으니까, 시계를 보면서 내가 좀 더 빨리 템포를 가져가거나 아니면 느리게 가져가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적응의 문제다. 적응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강백호를 상대로 홈런을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커터를 낮게 던지려 했는데 높게 제구가 됐다. 그러면서 맞았다"면서 "당연히 그래도 배운 게 있다. 강백호는 좋은 타자다. 스윙을 되게 공격적으로 거칠게 하는 선수였다. 그 실투를 던지고 난 뒤에 '이 선수에게는 여기다가 던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커터를 더 정교하게 구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런 점을 되돌아봤기에 분명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미 LG는 정규시즌 개막전 1선발로 엔스를 낙점했다. 오는 23일 한화와 상대하는데, 류현진과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엔스는 "개막전에서 던질 수 있게 된 것을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 물론 경기에 나가면 선수니까 최선을 다해서 팀이 이기는 데 분명 도움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류현진과 맞상대를 하는 것도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류현진은 아주 위대한 투수이며,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최선을 다해 공을 던져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디트릭 엔스.
LG 디트릭 엔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디트릭 엔스.
한편 엔스는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의 지명을 받은 뒤 미네소타 트윈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11경기에서 등판해 2승 무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트리플A 무대에서 통산 85경기에 출장해 32승 24패 평균자책점 4.26을 마크했다. 393이닝 동안 336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엔스는 2022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를 누볐다.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뛴 엔스는 2년 동안 35경기에 등판해 11승 17패 평균자책점 3.62로 활약했다. 다만 2023시즌에는 12경기에서 1승 10패 평균자책점 5.17로 흔들렸다. 54이닝 동안 30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그리고 2024시즌을 앞두고 KBO 리그 무대로 왔다. LG 트윈스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를 엔스에 안기고 영입했다.

사실 엔스는 선수 생명이 끊길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바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고,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었던 엔스는 2020년 5월 28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미국 지역지 탬파베이 타임스는 "29세가 된 엔스를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계속해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제 어떻게 기회를 또 받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면서 "그는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경영학에 관심이 있었던 엔스는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온라인 과정을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힘겨운 시간 속에서도 2019년 결혼한 아내 줄리가 늘 엔스를 도왔다. 엔스는 고향인 시카고 근처의 독립 리그 팀 툴리 몬스터즈에 몸담은 채 계속 감각을 놓지 않고 있었다. 당시 독립 리그에서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2를 찍은 엔스는 투수를 물색하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수석 스카우트 케빈 아이바흐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아이바흐는 센트럴 미시건 대학에서 활약했던 엔스를 지켜본 적이 있었고, 결국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단장에게 엔스의 활약상을 보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탬파베이와 마이너리그 2년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에 다시 데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무대를 거쳐 한국 무대에 입성했고, 이날 처음 한국에서 공을 뿌리며 LG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엔스의 아내 줄리와 그녀의 아버지(오른쪽)가, 엔스의 딸을 안은 채로 LG 트윈스 로고가 박힌 옷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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