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사상최대 반도체 펀드 추진…美 견제에 맞불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60 프로'. 화웨이 제공

중국이 미국에 맞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사상 최대인 270억달러(약 35조원) 이상의 투자 펀드 조성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중국 정부는 2019년 조성했던 2000억위안(한화 약 36조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2차 펀드 금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3차 펀드를 조성 중이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금은 지방 정부와 투자 회사, 국영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중앙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액수는 매우 적을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 등 여러 대도시 정부와 투자 회사인 청통 홀딩스 그룹, 국가개발투자공사(SDIC) 등도 각각 수십억 위안을 지불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모금 협상은 수개월 내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3차 펀드 조성 계획은 최근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 잇달아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중신궈지)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규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과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동맹국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화웨이가 자제 설계한 반도체를 바탕으로 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인 이후부터 미국의 압박 강도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반도체 독자 기술 개발을 최우선 국가 프로젝트로 정하고 화웨이와 SMIC 등 자국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타격을 입었으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 자금 지원으로 오랜 기간 해외에서 조달해온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3월 '대기금'(공식 명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 국영 투자자들로부터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대기금'을 통해 조성한 반도체 펀드는 총 45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한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