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과 커피 [박영순의 커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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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한 가십에 지나지 않는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일갈은 구전을 더듬어가며 커피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프다.
커피 분야에서 회자되는 문화와 역사라는 게 사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이승만이 3대 대통령이던 1957년 8월 로버트 가드 중장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면서 준 선물도 커피잔 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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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한 가십에 지나지 않는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일갈은 구전을 더듬어가며 커피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프다. 커피 분야에서 회자되는 문화와 역사라는 게 사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소문을 증류하면 실체의 한 단면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간절함에서 유명 인물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허투루 넘길 순 없다.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과 커피에 얽힌 사연도 마찬가지이다.
이승만이 3대 대통령이던 1957년 8월 로버트 가드 중장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면서 준 선물도 커피잔 세트였다. 커피가 값어치 있는 문화 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만-프란체스카 부부가 각료들과 커피를 즐기는 장면도 언론을 통해 자주 전해졌다.
앞서 1948년 5월 미국이 지지하던 이승만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유력해지자 기자들이 사저인 이화장으로 몰려갔다. 이날 회견에는 프란체스카 여사가 손수 만든 커피가 제공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프란체스카는 ‘비엔나커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빈 출신이다.
그가 서른세 살이던 1933년에 스위스로 여행을 갔다가 제네바의 한 식당에서 당시 쉰여덟 살의 이승만 박사와 합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비엔나커피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가다가 이듬해 결혼했다. 이 사연이 ‘비엔나 연사’(the Vienna Affair)로 항간에 회자되면서 비엔나커피의 유행을 일으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로 꼽히는 ‘하와이 코나 커피’와도 인연이 있다. 1913년 2월 이에 정착한 이승만은 한국기독교동지회의 기관지 ‘태평양주보’를 창간했다. 주보에는 코나에서 살아가는 교포들의 소식이 꽤 게재됐다. “커피농사를 짓는 리상옥씨의 자녀들이 리씨를 위해 잔치를 벌였다” “최극삼, 리광연, 정상원씨가 코나 커피를 동포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등 세세한 내용을 담으며 교포들을 결집시켰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박사는 언론 및 교육활동을 벌이면서 독립운동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전달했는데, 교포들이 코나에서 커피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번 돈이 모국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우리 커피애호가들에게는 하와이 코나 커피를 사랑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커피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겨레가 고통받던 시기, 커피가 활약한 사례가 더 발굴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원한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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