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또 후퇴”…애플·테슬라 ‘이 나라’서 찬밥신세 된 이유는?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3. 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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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픈런의 대명사’였던 애플
화웨이 등에 밀려 점점 ‘찬밥 신세’
매출 하락에 연일 ‘가격 할인’ 공세
테슬라도 비슷한 신세…보조금 의존
중국車도 안 물러서…“더 싸게 만들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애플은 중국에서 ‘대규모 오픈런’의 대명사였습니다. 지난해 9월 신형 모델인 아이폰15 출시 전날에는 약 10시간 전부터 애플 매장 앞에 수백명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심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국 기업인 애플이 판매하는 아이폰을 향한 중국 소비자들의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중국 내 각종 온라인플랫폼에서도 아이폰 ‘완판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이처럼 애플에 열광하는 이유는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폰 등을 대체할 자국산 제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애플이지만 돌연 중국에서 아이폰 등 자사 제품 가격을 대대적으로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최근 중국시장에서 아이폰15 모델 가격을 최대 180달러(약 24만원) 인하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알리바바 티몰에서는 아이폰15 프로맥스가 정가보다 180달러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애플이 진행했던 120달러(약 16만원) 할인보다 더 큰 하락폭입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아이폰 등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 침체가 장기화 할 거란 우려에 애플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때 중국 소비자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았던 애플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애플이 최근 중국시장에서 선보이는 아이폰 등 최신 기기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아이폰15 출시 이후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스마트폰들이 연이어 홈런을 치면서 아이폰15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1월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반면 화웨이 판매량은 같은 기간 세자릿 수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애플의 지난 분기 중국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208억달러(약 27조7000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시장이 예측했던 전망치인 235억달러(약 31조30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애플은 최근 수년 사이 미국에 이은 최대 규모인 중국시장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애플은 대대적 가격 할인 공세를 펼치며 떠나려는 중국 소비자들을 붙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애플의 가격 할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애플은 올해 1월에도 새해를 맞아 아이폰15 등 가격을 최대 500위안(약 9만원)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애플이 이처럼 공식적인 가격 할인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민심을 되돌려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애플이 ‘울며 겨자 먹기’식의 할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소속 이반 램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국제 여성의 날인 이달 8일에도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할인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플 로고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후퇴는 비단 애플만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한때 중국시장을 독차지했던 미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도 수요 급감에 중국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중국 내 판매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말 배송 예정인 테슬라 모델3 세단 후륜구동 모델이나 SUV 모델Y를 주문하는 중국 소비자는 최대 1030달러(약 138만원)의 보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우대금리와 특정 차량 색상에 대한 가격 할인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보험 보조금 등 혜택을 받으면 중국 소비자는 모델3와 모델Y를 각각 23만7900위안(약 4408만원)과 25만위안(약 4632만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테슬라 역시 이번이 중국시장 내 첫 할인은 아닙니다. 테슬라는 올해 1월 모델3 시작 가격을 5.9%, 모델Y 시작 가격을 2.8% 인하했습니다.

‘고가 전기차’ 이미지를 고수했던 테슬라가 이처럼 가격을 낮추는 이유는 중국 전기차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안 좋은 상황에서 가성비 등 새로운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마저 치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시장 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월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판매량 전망은 25% 증가한 1100만대로 지난해 36%, 2022년 96% 성장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이는 줄고 있지만 경쟁자는 많아지면서 테슬라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등이 가성비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테슬라도 덩달아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도 가격 할인 경쟁에 동참하면서 테슬라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야디는 최근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싼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자사 소형차 가격을 20% 내렸습니다. 가격 경쟁이라는 ‘치킨게임’에서는 질 수밖에 없는 애플과 테슬라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때입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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