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14% 뛴 3년, 월급은 ‘숙연’…아직 끝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3년의 기록
전기·가스 38.6%, 외식비 18.4%↑
최근 1년 과일값 40.6% 폭등
불평등 확대…내수 회복 쉽잖아
고물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장애
2019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25개월 동안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를 넘은 것은 2020년 1월(1.2%) 딱 한번뿐이었다. 2019년 9월(-0.4%), 2020년 5월(-0.2%)에는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돼,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부에서 일었다. 그런 상황이 2021년 초부터 일변했다. 소비자물가가 2월에 1.4% 오르더니, 3월에는 1.9%, 4월에는 2.5%로 상승률이 급격히 커졌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줄어들었던 석유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감산 정책을 펼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른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한편에선 공급 차질이,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 대유행 시기 경제위기에 대응해 풀어놓은 대규모 유동성이 전세계를 인플레이션의 파도 속으로 밀어넣었다.
2021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면, 올해 2월로 꼭 3년이 됐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2월 물가는 1년 전에 견줘 3.1% 올랐다. 아직 상승세가 가파른 편이다. 지난 3년간의 상승률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 물가지수로 계산하면 정확히 12% 올랐다.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
원유가 급등과 유동성 여파
물가가 올라도, 소득이 경제성장률만큼 늘어난다면 가계 살림살이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 소득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만 늘어나도 견딜 만하다. 안타깝게도 조사 결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물가 상승분을 뺀 임금) 총액은 2021년 2% 늘었으나, 2021년에는 0.2% 줄었고, 2023년에는 1.1% 줄었다.
인플레이션은 ‘불평등’을 확대한다. 소득이 적은 계층은 소득에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 타격을 더 크게 입는다. 통계청은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사는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생활물가지수를 따로 집계한다. 최근 3년간 생활물가지수는 13.9% 올랐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의 2023년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53만7천원으로, 2020년에 견줘 10.77%밖에 늘지 않았다. 전체 근로자의 83.3%는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경우는 1인당 임금이 15.8% 늘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은 3년간의 경제성장률(8.5%)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실질임금 상승이 미진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내수경기를 어렵게 한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간소비가 매우 부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은 원유 가격 급등이었다. 우리나라가 많이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한때 배럴당 20.39달러(2020년 4월)까지 폭락했다가 2021년 2월 60.89달러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 뒤 빠른 상승을 이어가 1년 뒤인 2022년 2월에는 92.36달러에 이르렀다. 그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원유값은 한 단계 더 올라, 6월에 113.27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도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은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던 2021년 2월 1111.72원(월평균)에서 2022년 2월 1198.34원으로 오른 뒤,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2022년 10월엔 1426.66원까지 치솟았다. 2024년 2월 평균값은 1331.74원으로 조금 하락해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인플레이션 3년간 수입물가지수는 33.3%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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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도 인상 요인 남아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품목들은 물가 상승 초기 국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2월 이후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4.7%(1000분의 46.6)밖에 안 되는 휘발유·경유 등 6개 석유제품의 물가 상승분은 전체 상승분의 25.4%를 차지했다. 그런데 2023년 2월까지 2년간은 그 비중이 10%로 줄었다. 다른 품목들로 물가 상승이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물가가 12% 오른 3년간 대분류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전기·가스·수도(가중치 33.7)가 38.6%나 폭등한 것이 눈에 띈다. 외식비(가중치 138)가 18.4% 올랐고, 공업제품 가운데 가공식품(가중치 82.7)이 18.3%, 석유류(가중치 46.6)가 16.1%, 농축수산물(가중치 75.6)이 14.6% 올랐다. 섬유제품(가중치 43.8)은 13.5% 올랐다. 공공서비스 요금은 전체로는 3.9%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도시철도, 시내버스, 시외버스, 국제항공 요금이 10%대 오르는 가운데, 택시 요금이 21.7% 오른 게 눈에 띈다. 내구재(9.7%)는 평균보다 덜 올랐고, 집세(3.1%), 의약품(3.6%)은 상승률이 아주 낮았다.
소비자물가가 3.1% 오른 최근 1년간 상승률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과일(40.6%), 채소(12.2%)를 비롯한 농축수산물(11.4%)이다. 이밖에 전기·가스·수도 요금(4.9%), 도시철도(10.9%)와 시내버스 요금(11.7%), 시외버스 요금(5%), 택시 요금(13%) 등 공공요금의 상승률이 높다. 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서 인상을 억제했던 것을 뒤늦게 풀고 있는 까닭이다. 외식비(3.8%)의 상승률은 아직도 높은 편이다. 외식비는 최근 6개월간 상승률도 1.5%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1.3%)을 조금 웃돈다. 상승 압력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물가 상승은 그 자체로도 가계에 큰 고통을 주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함으로써 부채 부담이 큰 우리나라 가계를 고통스럽게한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2월에 2.8%로 내려간 지 한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와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졌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폭등한 과일·채소값은 수확 철까지 하락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석유류 물가는 최근 6개월간 3.4% 하락했다. 그러나 추세적 하락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2021년 말부터 큰 폭으로 내린 유류세를 원상회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공공요금 가운데 전기·가스요금은 아직 인상 요인이 많이 남아 있다. 터널 끝의 빛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랫동안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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