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전국노래자랑' 하차, KBS 결단 or 무례? "故송해 후임, 누가 와도 안돼" [현장의 재구성]
[OSEN=인천, 연휘선 기자] "솔직히, 누가 와도 송해 선생님한테 되겠어요?". 방송인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그의 끝인사를 지켜본 시민들의 솔직한 심정은 어땠을까.
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KBS 1TV 예능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인천 서구편 녹화가 진행됐다. 특히 이 자리는 김신영의 마지막 촬영으로 의미를 더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제목처럼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 참가자들의 노래 대결을 그린 프로그램으로 지난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 명성을 증명하듯 이날 무대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가족 단위 관객부터 인근 주민들이 운집했다. 일찌감치 인재개발원 주차장이 만석이 돼 경찰이 주변 교통 통제에 나섰을 정도.
오후 1시 녹화 시작에 앞서 당일 오전 10시께부터 참가자들의 가족석을 중심으로 객석이 들어찼다. 좌석을 제외한 운동장 들판까지 자리한 시민들은 점심 끼니를 대체할 간식과 도시락을 펼치고 잔치 분위기를 내며 공연을 즐기려 했다. 현장 진행 요원에 따르면 3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김신영의 마지막 '전국노래자랑'을 함께 했다.
"김신영이가 오늘이 마지막이래".
현장에 모인 객석들은 떠들썩한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전국노래자랑' 교체에 대해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전국적인 애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과 만나 직접 김신영 하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 서구에 거주 중이라는 70대 여성 A씨는 동네 친구들과 촬영장을 찾았다. 일행 모두 ‘전국노래자랑’ 애청자라고 강조한 A씨는 "평소 빠지지 않고 ‘전국노래자랑’을 챙겨봤다. 송해 씨 살아계실 때부터 김신영 씨까지 ‘전국노래자랑’으로 주말 점심을 버텨왔다"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김신영 씨가 맡은 뒤에도 즐겨봐왔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더라. 송해 선생님이 워낙 '전국노래자랑'을 오래 해오신 분 아닌가. (김신영이) 부족한 부분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볼 정도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떠난다고 하니 막상 아쉽다"라고 말했다.
물론 정반대의 의견을 낸 시민도 있었다. 김신영의 마지막 발언에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즉석에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 바. 이 가운데 인천에 거주하며 홀로 '전국노래자랑'을 보러 왔다는 70대 남성 B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김신영 씨는 행동도 말투도 너무 어리다. 어린이들한테 용돈을 주라는 멘트를 종종 하던데, 같은 말도 송해 선생님이 하실 때와 김신영 씨가 할 때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 한참 어린 친구가 송해 선생님과 같은 행동을 하려는 게 썩 어울려 보이진 않았다"라고 평했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여성 C씨는 두 자녀와 함께 이날 현장을 찾았다. "솔직히 김신영 씨 마지막이라고 해서 온 것은 아니"라고 밝힌 그는 "이 전에도 '전국노래자랑'을 매주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워낙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당연히 알고 있었고 집 근처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 아이들과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신영 씨 하차 소식은 우연히 기사로 먼저 접했다. 그걸 보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이라고 하니 안타깝다기 보다는 '굳이?'라는 생각은 든다. 송해 선생님 그림자는 워낙 크지 않겠나. 김신영 씨가 아니라 누구를 데려와도 쉽게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러한 시청자 시민들의 반응을 뒤로 하고 김신영은 결국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는 "마지막 기억이 따뜻한 기억이다. 처음으로 야외에 나왔다. 늘 체육관에서 하다가 여러분과 햇볕 받으면서 함께 하게 돼 너무 기쁘다. 박수와 함성 부탁드린다"라며 울컥했다.
일반인 출연자들도 김신영의 마지막을 함께 기념하는 분위기였다. 김신영의 개그 캐릭터 '밥집 아줌마'를 따라한 출연자도 있었다. "우리 신영 언니 1년 6개월 동안 고생 많았다"는 이 참가자는 꽃다발까지 건네며 김신영의 마지막을 위로했다. 이에 시민들도 박수로 김신영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김신영은 "저와 비슷하게 생기신 분이 꽃다발도 주시고 제가 했던 '밥집 아줌마'까지 해주셨다. 마음씨가 너무 고우시다"라며 기뻐했다.
축하무대 라인업도 화려했다. 김혜연, 박군, 김성환, 진성까지. 이들과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김신영은 "1년 6개월 동안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여러분께 많이 배웠다. '전국노래자랑'은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감사하다"라며 거듭 고개 숙여 인사했다. 녹화가 끝난 뒤 객석에서 여전히 김신영을 향해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잊지 않겠다"라며 한번 더 인사했고 관객들을 위한 포토타임도 잊지 않았다.
김신영은 고(故) 송해 후임으로 지난 2022년 9월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KBS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고 오늘(9일) 인천 서구 편을 끝으로 ‘전국노래자랑’ 진행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 KBS와 '전국노래자랑' 측은 김신영의 하차와 관련해 "프로그램의 화제성 증가와는 달리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고,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2022년 10월 16일부터 2024년 3월3일까지 KBS 시청자 상담실로 접수(전화, 이메일)된 김신영 진행자 관련 시청자 의견 중 불만이 616건, 칭찬이 38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송해 님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던 1년간의 평균 시청률(2019년 3월 10일 ~ 2020년 2월 23일 방송분)은 9.4%(수도권 기준)였고 김신영 님이 진행을 맡았던 1년 5개월간의 평균 시청률은 4.9%(수도권 기준)"라고 설명했다.
김신영의 마지막이 담긴 '전국노래자랑'은 오는 24일 전파를 탄다. 후임으로는 방송인 남희석이 MC를 맡아 31일부터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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