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지수’ 확 떨어졌다…미국 금리인하 방아쇠 언제 당길까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3.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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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풍선이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다. 어느 정도 충분히 바람이 들어갔다고 생각해 불기를 멈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바람을 조금 더 불면 풍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친구 말대로 바람을 더 넣었더니 풍선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계속 바람을 넣으면 풍선은 결국 터진다. 풍선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을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 풍선을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풍선 불기처럼 ‘과유불급’의 원리가 작용한다.

미국경제에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고압경제란 경제 내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태가 유지되면서 고용이 호전되고 성장이 지속되는 경제를 말한다. 이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돈을 풀고 예산을 투입하는 확장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 때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

다만 이 정책이 너무 과하면 풍선이 터지듯이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경제에 해악을 가져온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3.1%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3.7%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이 고압경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압경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는 것을 서두를 이유가 사라진다. 미국이 고압경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돈 풀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경제 내에서 고용과 성장간의 관계에 정통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는 ‘실업률이 1%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2.5%가랑 떨어진다’는 ‘오쿤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당시 경제학계의 주류중 하나는 밀턴 프리드먼과 에드먼드 펠프스의 ‘자연실업률 이론’이었다.

자연실업률이란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있을 때의 실업률이다. 1970년대 미국의 자연실업률 수준은 6% 내외였다. 프리드먼과 펠프스는 정부가 실업률을 이 수준보다 낮추려고 돈을 풀거나 재정을 확대하면 실업률을 낮추기 보다는 물가상승을 심화시켜 경제에 오히려 해악이 된다고 주장했다. 오쿤은 이런 자연실업률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경제 내에는 유휴 인력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봤다.

자연실업률 6% 안에는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는게 오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확장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펴면 이런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자연실업률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확장적인 경제 정책을 펴서 유효수요를 늘려가면서 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춰가는 상황을 ‘고압경제’라고 불렀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경제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오쿤의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물가 보다는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오쿤은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경제의 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것으로 인플레와 실업 모두 사람들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에 착안했다.

물가 -고용 ‘두마리 토끼’ 잡은 것으로 보여
오쿤의 이론처럼 미국의 자연실업률은 1970년대 6%에서 조금씩 하락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데이터(Fred)에 따르면 미국의 자연실업률은 1950년대 5.4%선에서 1970년대에는 6.2%선까지 올랐다. 이후 다시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 2023년에는 4.4%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자연실업률보다 0.7%포인트 정도 낮은 상태다.

미국의 실업률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진행되던 시기인 2020년에는 13.1%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국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실업률은 하락해 2021년 10월 4.2%를 기록하며 자연실업률 밑으로 떨어졌다. 이때부터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부터 오르기 시작해 2022년9월에는 9.1%까지 치솟았다.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2022년 6월에 12.7까지 올랐다. 미국 연준은 이때부터 인플레이션 잡기에 본격 나섰다. 금리를 올리고 시중에 깔린 돈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기준금리는 연0.25%에서 연5.5%로 5.25%포인트나 급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은 진정됐지만 실업률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2024년 1월 6.8까지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에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해 경제를 살렸고, 그 다음에는 물가를 잡기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펴서 물가를 잡았다. 지금까지는 실업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실업률 더 낮추려고 압력 넣을 시기 아냐”
기본적으로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 제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쿤의 철학에 우호적인 인물들이다. 한마디로 고압경제를 유지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옐런 장관은 종종 “강력한 총수요 확대 정책으로 고압경제를 일시적으로 운영해 경제의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온 인물이다.

파월 의장도 그간의 행보를 보면 물가보다는 실업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경제위기 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고용을 늘렸고 이후 유동성을 회수했지만 고용은 줄지 않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리를 내린 다는 것은 연준이 미국 경제에 다시 유동성이라는 압력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연준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시장의 기대보다는 덜 떨어졌지만 어쨌든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3.7% 정도의 실업률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쿤은 고압경제가 작용할 수 있는 실업률의 범위를 3~7% 정도로 봤다. 실업률이 이 범위 안에 있을 때 유동성 압력을 불어넣어 실업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오쿤이 말한 저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굳이 압력을 넣을 시기는 아니다. 경제고통지수도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과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전쟁-대선-부동산 ... 갈수록 커지는 불확실성
문제는 갈수록 높아지는 미국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의 전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 불안 등이 심해지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지연되는 셈이다. 다음은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써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바이든 행정부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연준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이래서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제조업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교육 주택 의료 등 서비스업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모두가 미국 경제에 압력을 더 불어넣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미국 경제에 바람이 급속하게 빠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미국 은행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자산가치가 급락해 예금이 빠져나가는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올해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줄었지만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커지면서 염려를 키우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붕괴로 은행 자산이 부실화 될 경우 연준이 나서서 금리 인하를 포함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부실 문제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쳐 고용환경이 악화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선거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선제적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 질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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