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L] 경험에서 나온 크록스맨의 조언 “지도자도 공부해야 한다”

세부(필리핀)/최창환 2024. 3.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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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세부(필리핀)/최창환 기자] 한국 농구의 부활을 위한 크록스맨의 노력이 필리핀에서도 이어졌다. 한국 농구를 향한 뼈있는 한마디도 남겼다.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은 9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 시티 훕스 돔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농구 클리닉을 진행했다.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이었다. 세부 지역 유소년 클럽에서 농구를 즐기고 있는 13~14세 35명이 EASL의 초대를 받아 사이드스텝, 드리블, 슛 등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B.리그, PBA에서 뛰었던 제이 워싱턴 등 선수 출신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인플루언서가 강사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크록스맨이 참석했다. “필리핀 농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스킬 트레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한 크록스맨은 선수들을 향해 불쑥 “집에 크록스 있는 사람?”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크록스맨은 “한국에서 하찮은 존재인데 EASL에서 대우를 해줘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급이 높은 사람처럼 챙겨줬다. 이벤트를 하면 나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제일 앞에 있는 자리를 줘서 고마웠다”라며 웃었다.

크록스맨은 한국에서 레슨을 받는 또래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비하인드 백 드리블 등을 똑같이 준비했다. “특별이 준비한 건 아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스킬과 같다”라고 운을 뗀 크록스맨은 “아이들의 수준은 한국보다 필리핀이 높다. 개인 기술의 레벨이 훨씬 높은 상태인 건 확실하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크록스맨은 8일 열렸던 서울 SK-안양 정관장, 치바 제츠-뉴타이베이 킹스의 4강도 현장에서 관전했다. “한국 팀들끼리 치른 경기의 열기는 크지 않았다. 아반도가 나올 때만 환호성이 컸다. 아무래도 자국 선수들이다 보니 열기가 엄청나더라. 한편으로는 필리핀 팀이 EASL에서 치르는 경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크록스맨의 말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 크록스맨은 “치바나 뉴타이베이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경기를 봤을 땐 치바가 강해 보였다. 그래서 타이베이가 파이널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SK가 우승을 차지하길 바란다는 걸 우회적으로 설명한 셈이다.

물론 토가시 유키가 지닌 개인기, 해결사 면모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크록스맨은 “슛이나 드리블을 계속 하는 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맞춰서 시도한다. 어떻게 몸에 익혔는지 나도 궁금하더라.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지도자와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한다. 선수는 기본적으로 스킬을 다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지도자는 스킬을 발휘하는 타이밍을 잡아줘야 한다. 한국 농구도 이 부분만 좋아지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비해 우리 선수들의 스킬 능력도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정작 경기에서는 쓰지 못한다. 지도자들이 열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지도자들도 스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드리블 하면 ‘하지 마’라고 하지 말고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경험이 밑바탕이 된 한마디이기도 했다. 크록스맨은 “현역 시절 개인 기량이 굉장히 좋은 선수와 맞대결할 때 ‘도저히 못 막겠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 경기를 다시 보면, 그 선수는 이미 여러 스킬을 구사할 줄 알았다. 나는 이를 빨리 익히지 못한 부분이 후회되기도, 억울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익히 알려졌듯, 크록스맨의 정체는 프로선수로 활약했던 김현중이다. 크록스맨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한 채 활동하지만, “농구의 인기가 올라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농구 인기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부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클리닉이 끝나자, 크록스맨은 선수들에 둘러싸여 사인에 집중했다. “한국에서는 두 분류로 나뉜다. 농구인들은 좋아해주고, 농구인이 아니면 바퀴벌레 보듯 대한다. 인플루언서라면 그런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라며 웃은 크록스맨은 “만화 캐릭터처럼 느껴져서인지 필리핀 아이들은 많이 좋아해주더라. 같이 강사로 활동한 사람들은 ‘얘 뭐야?’라고 하는 것 같았다(웃음). 땀이 배출되지 않아 불편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적응됐다”라고 덧붙였다.

 

#사진_최창환 기자, EAS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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