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구해, ‘이것’ 있어야지”…애주가 도전정신 자극한 술 뭐길래 [떴다 상사맨]
자그마한 녹색병에 붉은색 상표 스티커. 소주보다 같거나 저렴한 가격이지만 오히려 높은 도수.
설성이라는 이름의 학교 앞 중국집에서 처음 마신 고량주는 위험해서 즐거운 일탈의 술이었습니다. 고량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만든 중국의 증류주로 백주의 한 종류를 말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중국 백주에 대한 기억은 무엇인지요? 해외가 무대인 상사맨은 보다 흥미로운 경험도 많겠죠. 이번 떴다 상사맨은 중국 백주와 국내 한 종합상사의 뒷이야기입니다.
산시성, 지린성 등 중국 23개 성급 행정구역마다 명주가 있지만 흔히들 중국 3대 백주라 하면 마오타이, 오량액, 수정방을 거론합니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함께 이들 3대 백주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름세를 지속해왔습니다.
마오타이 53도의 경우 출고가만 22만원 가량이고 권장 소매가는 약 28만원입니다. 만성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실제 유통가격은 권장가의 2배인 56만원 수준이라고 하네요.
마오타이 생산업체인 귀주모태주구분유한공사의 시가총액은 392조원에 달합니다. 현대자동차(53조원)의 7.4배이니 확실히 중국 백주가 만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내공주는 안 내자(內)에 이바지할 공자(供)를 써서 친밀한 관계를 돕는 술 정도로 해석됩니다. 중국 지방정부 등이 중앙의 규제를 피해 접대용으로 쓸 술을 지역 양조장에서 자체 조달한 것이지요. 즉 일반인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술입니다.
국내 종합상사는 중국에서 사업을 많이 하는 만큼 내공주 역시 경험해봤겠죠. 한 상사맨이 보여준 내공주 병에는 ‘오란호특(우란하오터) 홍운 유한책임공사에서 만든 악이다사(어얼둬쓰)시(市) 접대 전용주’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내몽고 지방정부가 보증하는 저명상표로 15년 숙성을 거친 알코올 도수 52도의 고급 백주임을 나타내는 글도 함께 있었네요.
해당 상사맨은 중국의 꽌시 문화 덕분에 내공주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꽌시는 한국어로 직역하면 관계인데 상호 이익으로 얽힌 사적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유력가와 꽌시를 맺는 게 필수적이고 사이가 깊어질수록 주고받는 호의도 커진다고 하죠. 중국 내몽고 어얼둬쓰시 관계자와 맺은 꽌시가 술의 출처로 보였습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 접대 자리에서 상대방이 작은 체구의 여성을 대동하고 나와서 주량을 우습게 봤다가 큰코 다친 적이 있습니다”라며 “저녁 자리가 마칠 무렵 내공주가 마음에 들었느냐고 묻기에 좋았다고 화답했더니 이미 차에 몇 병 실어뒀으니 나중에 요긴하게 쓰라고 권해서 받아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비매품이다 보니 가격 측정이 불가능한 술입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내공주는 1박스에 6병이 들었는데 대개 중국에서 귀국하는 팀원이 직접 손에 들고 돌아왔습니다”라며 “비매품이라 정해진 가격이 없어 세관 신고할 때 마음대로 금액을 적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공의 비매품 술. 애주가·수집가의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아쉽게도 내공주는 앞으로 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중앙 정부가 내공주도 금지하게 해 추가 생산이 중단됐습니다”라며 “기존에 생산된 재고만 남아있고 그나마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구하기 힘들다고 하면 더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죠. 이번 떴다 상사맨이 종합상사에 근무하시는 분 여럿 귀찮게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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