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플립 계속! 팬들 앞 1분1초 즐겼다"…13억 투자한 페라자, 올해는 진짜 다르다

김민경 기자 2024. 3. 9.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올해 복덩이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결승 홈런을 친 뒤 배트 플립을 하며 포효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1분 1초 경기 모든 순간을 즐겼다.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기쁘고 영광이었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가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뜨거운 타격감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페라자는 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에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페라자가 결승포를 터트린 덕분에 한화는 6-2로 역전승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이날 낮 12시 41분 1만2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화 구단 역대 3번째 시범경기 매진이다. 2015년 3월 7일과 3월 8일 2차례 매진을 기록한 뒤로 이날이 처음이다. 무려 3289일 만이다.

페라자는 0-2로 뒤진 1회말 추격의 물꼬를 텄다. 1사 후 2루수 맞고 튀는 우전 안타를 쳤다. 2사 후에는 노시환의 좌전 안타로 2사 1, 2루가 됐고, 채은성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1-2로 따라붙었다.

한화 타선이 폭발해 4회말 5득점 빅이닝을 만들 때도 페라자가 중심에 있었다. 선두타자 이재원이 좌월 솔로포로 2-2 균형을 맞춘 뒤였다. 이후 이진영의 2루타와, 정은원의 투수 땅볼로 만든 1사 3루 기회. 페라자는 볼카운트 2-2에서 이호성의 시속 142㎞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경기를 4-2로 뒤집는 큰 한 방이었다.

유쾌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성격인 페라자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처음 선 무대에서 중요한 홈런을 때리자 흥분한 듯했다. 타구를 잠시 감상한 뒤 홈런인 것을 확인하고는 배트를 던지고 그라운드를 뛰기 시작했다. 한화팬들은 그런 페라자에게 열광하며 이미 개막한 것과 같은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했다. 결국 이 홈런에 삼성 선발투수 이호성은 최하늘과 교체됐다.

페라자는 경기 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처음 경기하는 것이라 기쁘고 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딱히 기다렸던 구종은 없었다. 일단 앞선 타석에서 투수(이호성)의 공을 지켜봤다. 직구가 올 것이라고 조금 생각을 했는데, 직구가 와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전 위주였던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부터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금까지 타격은 괜찮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한국 투수들의 공을 보고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스위치히터니까 타석은 좌우 다 나간다. 아무 쪽이나 잘만 치면 되지 않나. 원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무래도 우투수가 더 많으니 왼손으로 더 많이 쳤던 것 같다. 왼손으로 친 기록이 괜찮더라. 타격 코치들도 왼손으로 칠 때가 더 잡동작이 없고 괜찮다고 하더라. 오버플레이만 안 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왼쪽)과 요나단 페라자. 최 감독은 페라자의 타격감이 현재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 26살 어린 선수답게 장난기와 에너지가 넘친다. ⓒ곽혜미 기자

페라자는 타격감과 관련해 "한국에서 뛰는 게 새로운 환경이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몸 상태는 매우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홈런 뒤 보여줬던 배트플립은 계속 보여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홈런을 치겠다는 뜻이다. 페라자는 "우선 홈런이 나올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페라자의 에너지를 좋아하면서도 넘치지만 않길 바랐다. 그는 "페라자가 매우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이 에너지가 주루나 수비에서 나오면 오버플레이가 된다. 미국에서도 다이빙 시도를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런 플레이는 나오지 않게) 눌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페라자는 최 감독의 의견에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해야하는 임무가 그런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에서 계속 조금씩 매워 나가면서 에너지를 조절해 맞춰 나가겠다"고 현명한 답변을 남겼다.

한화는 올해 외국인 타자 공포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브라이언 오그레디(90만 달러)에 대체선수 닉 윌리엄스(45만 달러)까지 2명에게 135만 달러(약 17억원)를 쓰고 쓴맛을 봤기 때문. 오그레디는 22경기에서 타율 0.125에 홈런 없이 침묵하다 짐을 쌌고, 윌리엄스는 타율 0.244, 9홈런, 45타점을 기록해 재계약까지 이어지긴 어려웠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는 노시환과 채은성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올겨울 FA 시장에서 내야수 대어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사온 이유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의 화력까지 더해야 올해 5강 진입을 목표로 삼을 수 있었다. 한화는 일찍부터 타격이 강한 선수를 찾아 나섰고, 페라자와 지난해 11월 중순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 한화 이글스 타선을 이끌 노시환(왼쪽)과 요나단 페라자. 홈런을 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요나단 페라자가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4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곽혜미 기자

한화가 서두른 건 KBO 다른 구단에서도 페라자를 영입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어서였다. 물밑 경쟁이 있었고, 한화는 신입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액인 100만 달러를 베팅하면서 페라자를 품을 수 있었다. 26살로 나이가 어리고, 메이저리그 경험도 없었으나 팀에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로 기대했다.

한화는 페라자를 영입할 당시 "우투의 스위치히터다. 키 175㎝, 몸무게 88㎏으로 체격은 작지만 탄탄한 체형에 빠른 배트스피드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다. 또한 열정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젊은 팀 분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페라자는 아직 시범경기 초반이긴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구단의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페라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533경기에서 타율 0.272(1988타수 540안타), 67홈런, 292타점, OPS 0.81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트리플A까지는 승격됐으나 빅리그라는 마지막 관문을 끝내 넘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는 121경기에서 타율 0.284, 장타율 0.534, 23홈런, OPS 0.922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장타력이면 한국에서 노시환, 채은성 등과 중심타자를 구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페라자는 한화가 100만 달러를 투자한 가치를 입증하며 2024년 복덩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한화는 페라자의 젊은 에너지와 재능에 사활을 걸고 있고, 올해는 진짜 외국인 타자 공포증에서 벗어날 것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곽혜미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