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조정석의 활동은 대중을 매혹한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최근 유튜브에 신박한 유튜버가 등장했다. 지난 1월 말에 ‘[AI 조정석] 거미 남편이 부르는 거미 - 날 그만 잊어요’라는 영상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얼굴 없는 가수, ‘청계산댕이레코즈’다. 이때만 하더라도 구독자 수가 채 100명이 되지 않았던 이 유튜버는 가수 아이유가 자신의 SNS에 해당 계정에 올려진, 자신의 신곡 ‘Love Wins All’을 커버한 영상을 소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모으기 시작했다.
‘AI 커버’로 제작한 영상물이 유행하고 있던 터라, 가수 거미의 배우자이기도 한 조정석이 거미의 노래를 부르는 설정 정도야 별다른 의심 없이, 보통의 AI 커버물로 여길만했다. 하지만 아이유의 계정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며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목소린데 특히 목소리의 주인이 연주하는 기타의 모양새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을 만한 것이었기 때문.
바로 배우 조정석이 팬에게 받은 커스텀 제작 악기와 똑 닮아 있었으니 이제 이 얼굴 없는 가수의 정체는, AI 조정석 커버를 즐기는 진짜 조정석이라는 게 정설에 가깝다. 그러나 더없이 분명해진 정체에도 ‘청계산댕이레코즈’를 즐겨 찾는 사람들, 이제 20만 명을 넉넉히 넘어선 구독자들은 애써 모르는 척하는 중이다. ‘20년 간 조정석을 학습’했다는 천연덕스러운 AI 설정에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동참해 내고 있다 할까.
“제가 아는 임금님과 너무 닮으신 것 같아서요”
이는 일반 대중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tvN 드라마 계정마저 등장하여 자신이 아는 임금님과 닮았다며, 아마도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조정석이 맡았던 인물인 임금 이인을 언급하는 것일 터, ‘청계산댕이레코즈’의 유머 코드에 한 수저 아주 듬뿍하게 얹었다. 이로써 세계관의 연결을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셈이니, 지켜보는 사람들은 한층 더 견고해진 설정에 열광할 수밖에.
‘청계산댕이레코즈’의 출현은 모든 유튜버를 일시에 긴장시킬 만한 것이지만, 사실 계정의 콘텐츠만 놓고 본다면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여느 계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특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청계산댕이레코즈’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알고 보니 계정의 운영자가 배우이고 조정석이라는 것. 게다가 이제 누가 봐도 조정석이 확실한데 조정석이 아니라는 설정을, 그것도 맞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어떻게 보면 스타가 대중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흥미롭게도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은 너나없이 유쾌해하고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다름 아닌 조정석이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는 이익준이란 캐릭터에 조정석을 떠올린 연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익준의 핵심은 자존감이라고, 여기저기 안 끼는 데 없고 말 많고 웃기고 장난 좋아하는 사람이 멋있으려면, 매력적으로 느껴지려면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조정석이 딱 그러하다는 거다.
“제가 조정석 씨를 참 좋아하는데”
생각해 보면 오늘의 사람들이, 거의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지인 중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될 수 있다면 되고 싶다고 바라는 인물 유형이 아닌가. 당연히 조정석의 이익준은 모든 이들이 홀딱 빠져들기에 충분했고 심지어 그가 작품 속에서 부르는 노래까지 막대한 인기를 얻었으니 말 다한 셈. 더불어 이익준을 본인처럼 편하게 연기한 조정석 또한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는데 어쩌면 이 대목에서 ‘청계산댕이레코즈’의 장난기 가득한 가능성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단순한 장난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넷플릭스에서 20년 차 배우 조정석을 신인가수로 데뷔시키는 프로젝트인 ‘신인가수 조정석’이 준비 중에 있다고 하니까. 가만 보면 조정석만큼, 자신의 활동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스타가 흔치 않다. 이 또한 자존감을 발로로 한 것일 터. 물론 조정석이라고 자신의 위치나 활동의 성과 등 생계로 직결되는 부분에 있어 어떤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아예 없진 않겠다.
그저, 스스로 즐기는 힘이 더 큰 게 아닐까. 이게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 리 없고, 대중이 조정석의 장난을 유쾌하게, 심지어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며 맞받아치기도 할 수 있는 이유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즐김이 가미된 노력은 지속성이 좋고 매 순간 어떻게든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가기 때문. 끊임없이 주변의 시선과 평가를 받아내야 하는 연예계에서는 더없이 막강한 재능이다. 조정석의 직업 선택은 정말, 그 자신에게도 대중에게도 슬기로웠다. 제 직업을 잘 찾은 한 사람이 만인(조금 과장하여)을 기쁘게 만들기 마련이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튜브 채널 ‘청계산댕이레코즈’]
신인가수조정석 | 조정석 | 청계산댕이레코즈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인영·남편 A씨, 이혼 소송 절차 中 "양측 귀책 주장" [이슈&톡]
- '모르쇠' 임창정, 앵무새 해명 꼭 아내에게 맡겨야 했나 [이슈&톡]
- 오늘(19일) 생일 맞은 이강인, SNS 악플로 여전히 '몸살' [이슈&톡]
- 강경준, 세간의 비난 보다 장신영의 상처를 더 아파하길 [이슈&톡]
- 중년의 ‘덕질’이 수상해 [신년기획]
- 민희진, 좌절된 어도어 대표직 복귀 '法 각하 이어 이사회 부결' [이슈&톡]
- 아일릿,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 "데뷔 7개월 만의 성과"
- '구탱이형' 故김주혁, 오늘(30일) 사망 7주기
- ‘전, 란’ 강동원은 왜 어색한 사극톤을 고집할까 [인터뷰]
- ‘대표 복귀 불발’ 민희진 측 “주주간계약 효력, 유효해” [공식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