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으로 못 돌아가" ABS 등장에 팬들 폭발적 호응…그런데 심판은 볼, 중계는 스트라이크? 알고보니 이런 이유가

신원철 기자 2024. 3. 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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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 SPOTV 중계화면 캡처
▲ 허구연 총재가 피치클락과 ABS(자동 볼 판정) 점검에 나섰다. ⓒ KBO

[스포티비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KBO가 2020년부터 4년 동안 공들여 준비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2024년도 시범경기부터 야구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여전히 낯선 제도의 도입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지만 시범경기 첫 날 나오는 반응 가운데 상당수는 '생각보다 괜찮다'로 모이고 있다.

KBO는 올해부터 '앞뒤', '상하', '좌우' 3가지 기준을 적용한 ABS를 도입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10개 구단 캠프를 순회하며 설명회를 열었고, 시범경기를 앞둔 지난 7일에는 미디어 대상 설명회도 개최했다. 그래도 여전히 팬들에게는 낯선 기술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남아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한화 청백전과 9일 시범경기 5경기를 통해 이러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KBO가 자신한 것처럼 진행 속도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대신 한 가지 오해가 있다. ABS가 볼로 판정하는데도 중계 화면에는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혹은 반대의 사례가 나타나 혼란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이는 3차원 스트라이크존을 2차원으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생기는 문제다. KBO 관계자 또한 지난 7일ABS 등 새 규칙 설명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KBO가 야심차게 도입을 추진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ABS. ⓒ KBO

KBO가 설정한 ABS의 스트라이크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앞뒤 - 홈플레이트 중간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로 라인을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다. 중간면은 ②의 상하기준이 적용되고, 끝면은 중력을 고려해 이보다 1.5㎝ 낮은 쪽을 기준으로 한다. 규칙상의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 위 가상의 오각 기둥 일부만 스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KBO ABS는 홈플레이트 끝면에 또 하나의 기준을 설정해 '원바운드 아리랑 볼'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일을 막았다.

②상하 - 선수들의 신장을 전수조사해 상단은 지면으로부터 신장의 56.35%, 하단은 지면으로부터 신장의 27.64% 지점을 '보더라인'으로 정했다. 만약 키가 180㎝인 타자라면 지면으로부터 101.43㎝ 높이부터 49.75㎝ 높이가 스트라이크존 상하단선이 된다. 타격 자세나 스파이크 높이는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높이 기준은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참고했다.

③좌우 - 홈플레이트는 좌우 폭이 43.18㎝지만 KBO ABS는 이보다 양쪽으로 2㎝씩 넓은 47.18㎝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본다. 홈플레이트 상공을 지나는 공만 스트라이크존으로 판정하면 투수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홈플레이트 중간면이 판정 기준이며, 공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다.

'실제 스트라이크존'과 '중계화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중계방송은 보통 투구가 홈플레이트에 들어오는 시점을 표시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ABS는 상하-앞뒤는 중간면과 끝면 두 차례, 좌우는 중간면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9일 경기 중계에서 ABS와 중계화면 스트라이크존의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 NC 강인권 감독 ⓒ NC 다이노스
▲ KIA 이범호 감독 ⓒ곽혜미 기자

한편 9일 경기 전 NC 강인권 감독과 KIA 이범호 감독은 모두 ABS 도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NC는 8일 청백전에서 ABS를 가동했다. 강인권 감독은 "어제 경기 봤을 때는 무난해보였다. 조금 낮은 쪽 공이 콜이 되는 걸 봤는데 다시 수정이 되는지 어떤지는 봐야할 것 같다"며 "구종은 직구였다. 낮은 직구였는데 그 외에는 타자들도 투수들도 잘 받아들였다. 캐칭이 안 좋았던 건지, 정확하게 정면 영상을 못 보고 측면에서만 봤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8일 이동에 앞서 오전 훈련에서 ABS를 체험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어제 훈련할 때 봤다. 타자들이 치면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들었다. 일단 본인이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자들은 충분히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ABS에 대해 타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틀 자체를 맞춰놓으면, 타자들은 시범경기와 페넌트레이스 첫 10경기 정도면 아마 다 적응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스트라이크존에 있어서 신장차이가 영향을 받는지 비슷한 존에 형성됐어도 볼 판정이 다소 다른 경우가 있었다. 타자들이 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에게 적용되는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9일 선발 등판한 KIA 이의리는 ABS에 대해 "한 경기로 어떤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는 것 같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단순히 오늘 한 경기로만 본다면 기존의 스트라이크존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공이 스트라이크콜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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