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버스 탈 가치 있었다” 美도 기대했던 이정후-김하성 매치업, 우천 취소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

최민우 기자 2024. 3. 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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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범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가운데, 퇴근 길에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범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맞대결이 무산됐지만, 둘은 그라운드 밖에서 만났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개시 전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렸고, 그대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다.

이날 경기는 김하성과 이정후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둘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선후배 사이. 한국 야구팬들은 물론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이날 매치업에 큰 기대를 가졌다. 비록 경기가 취소돼 김하성과 이정후가 그라운드에서 맞붙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샌디에이고는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정후와 김하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해 아쉬움을 덜어냈다.

샌디에이고는 SNS에 “오늘 진짜 경기는 우리가 이 과정에서 사귄 친구들이 아닐까?”라는 문구와 함께 이정후와 김하성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솔직히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올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화답했다.

▲ 고우석과 이정후는 3일 시범경기 퇴근 후 김하성의 집에 초대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고우석 인스타그램 캡처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두 차례 시범경기를 치렀지만, 모두 김하성과 이정후의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둘은 지난 3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시범경기에서 결장했다.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은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았고, 이정후는 휴식 차원에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이들은 저녁 만찬을 함께 했다. 메이저리그 선배인 김하성이 자신의 집에 후배 이정후와 같은 팀 소속인 고우석을 초대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SNS에 “하성이형 집에서 바비큐~”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9일 경기도 원정이었지만 김하성은 출전을 준비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결장했다. 등 경련 증상을 보였고 선수 보호차원에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부상 부위를 세밀하게 관리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김하성이 5일 훈련 도중 허리 경련을 호소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하성의 결장은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태가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프링트레이닝 기간 동안 주전 선수가 사흘 동안 휴식을 취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때문에 김하성이 9일 샌프란시스코전에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8일 LA 다저스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지만,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연합뉴스/AP통신
▲이정후가 경기가 우천 취소된 가운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이정후도 8일 LA 다저스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단 한 타석만 소화했다.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적응 훈련을 해야 하는 만큼 이정후는 샌디에이고전 출전을 결정했다.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김하성은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천취소로 맞대결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KBO리그 출신 선수들은 시범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는 5경기에서 1홈런 3타점 3득점 1도루 타율 0.462(13타수 6안타) 출루율 0.533 장타율 0.769 OPS(출루율+장타율) 1.302를 기록하면서 샌프란시스코 1번 중견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밥 멜빈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도 전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될 것이다. 안 될 이유가 없다. KBO리그에서도 이정후는 1번 타자 역할을 해봤다”면서 이정후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이정후도 사령탑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

김하성도 시범경기에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김하성은 벌크업을 시도했다. 장타력 보완과 체력 증진을 위해 몸집을 키웠다. 시범경기에서는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7경기에서 1홈런 3타점 3득점 2도루 타율 0.400(14타수 6안타) 출루율 0.526 장타율 0.733 OPS 1.259를 기록했다.

▲ 김하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김하성이 유격수로도 호수비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좋은 타격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다시 유격수 자리에 선 김하성은 든든하게 샌디에이고 센터라인을 지킨다. 지난해 2루수로 주로 뛰며 유격수와 3루수까지 소화했던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잰더 보가츠 대신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온 김하성. 올해 타격까지 더 발전한다면, FA 대박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 고우석과 이정후의 맞대결도 무산됐다. ⓒ연합뉴스/AP통신

한편 이정후와 고우석의 맞대결도 무산됐다.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둘은 이제 처남과 매제 사이가 됐다. 고우석이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이 된 이정후와 고우석은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맞붙게 됐다. KBO리그에서 이정후가 고우석에게 타율 0.300(10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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