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된 英정치인 초상화에 스프레이 뿌리고 칼질…무슨 일?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 국가 수립을 돕겠다고 약속한 ‘밸푸어 선언’의 당사자인 아서 제임스 밸푸어(1848∼1930) 전 영국 총리의 초상화가 훼손됐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진 비극이 밸푸어의 탓이라며 과격 시위에 나선 것이다.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친(親)팔레스타인 단체 ‘팔레스타인 행동’ 시위자들은 이날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컬리지에 걸려있던 밸푸어 초상화를 훼손했다. 이 초상화는 1914년 화가 필립 드 라슬로가 그렸다.
이들은 초상화 위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칼로 수차례 그어 초상화를 망가뜨렸다.
팔레스타인 행동 측은 성명을 내고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비롯, 밸푸어 선언이 발표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어야 했던 유혈사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단체는 밸푸어가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넘겨줄 수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이스라엘에 넘겨줘 수십 년간의 탄압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밸푸어는 1917년 외무장관이던 당시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밸푸어 선언’이라고 하는데, 근현대 중동에서 벌어진 분쟁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밸푸어는 초상화가 걸린 트리니티 컬리지를 나왔다. 영국 국왕인 찰스 3세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트리니티 컬리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밸푸어 초상화가 훼손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를 경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대 내 경찰도 “범죄 피해 신고를 받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체포된 용의자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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