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포 페라자 빠던 작렬!' 대전 1만2천 만원관중 열광했다…한화, 삼성에 6-2 역전승[대전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가 신입생 이재원과 요나단 페라자의 화려한 홈런쇼에 힘입어 시범경기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화는 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6-2로 역전승했다. 삼성이 이호성, 최하늘 등 5선발 후보군들을 시험한 가운데 한화 타선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뜨거운 응원 열기에 보답한 결과였다. 한화는 이날 낮 12시 41분 1만2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화 구단 역대 3번째 시범경기 매진이다. 2015년 3월 7일과 3월 8일 2차례 매진을 기록한 뒤로 이날이 처음이다. 무려 3289일 만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복귀 효과를 짐작하게 했다. 류현진은 지난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 계약에 사인하면서 국내 복귀를 알렸다. 미국 메이저리그 잔류가 점쳐 지기도 했지만, 고심 끝에 한화 합류를 결심하면서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류현진은 오는 1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 등판할 예정이라 이날 투구 계획은 없었지만,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한화 팬들은 전광판에 류현진 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크게 환호하며 더그아웃에 있는 '괴물'을 뜨겁게 맞이했다.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가 방망이에 불을 뿜었다.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은 경기를 뒤집는 결승 투런이었다. 4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노시환 역시 3타수 3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고, 올해 처음 한화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포수 이재원은 추격을 알리는 홈런포를 터트렸다.
#선발 라인업
한화: 정은원(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2루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이진영(중견수),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
삼성: 김지찬(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장욱(좌익수)-데이비드 맥키넌(1루수)-강민호(포수)-오재일(지명타자)-류지혁(2루수)-전병우(3루수)-김영웅(유격수), 선발투수 이호성
#산체스 최고 151㎞ 쾅!…한화 마운드 안정감 돋보였다
선발투수 산체스는 이날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최고 구속 151㎞를 기록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3⅓이닝 3피아타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에는 조금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2회부터는 큰 위기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투구 수는 63개엿고, 직구(44개) 위주로 피칭하면서 슬라이더(8개)와 커브(4개), 체인지업(4개), 투심패스트볼(3개) 등을 골고루 점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 평균 구속 148㎞를 기록했고, 투심패스트볼도 147㎞까지 나왔다.
산체스는 1회초 삼성에 선취점을 뺏겼다. 선두타자 김지찬을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냈지만, 다음 김성윤 타석 때 2루를 훔치던 김지찬을 잡으면서 누상에 주자를 없앴다. 김성윤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2사 후 삼성 중심 타선에 당했다. 구자욱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맥키넌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강민호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2가 됐다. 산체스는 2사 후 위기와 실점에 아쉬움이 컸을 법했지만, 계속된 2사 2루에서 오재일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숨을 골랐다.
이후로는 큰 위기 없이 투구 수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에 앞서 "산체스는 4이닝 투구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투구 수에 따라 이닝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1회 위기에서 많은 공을 던지는 바람에 4이닝을 꽉 채우진 못했다.
산체스는 2회초 1사 후 전병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로는 단 한 타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2회초 1사 1루 김영웅부터 4회초 선두타자 강민호까지 6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산체스의 투구 수가 62개에 이르자 한화는 3⅓이닝 만에 투수 교체를 선택했고, 2번째 투수로 김규연이 등판해 오재일과 류지혁을 연달아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이어 갔다.
5회는 이민우가 등판해 1이닝을 던졌고, 6회부터 5선발 경쟁 후보 가운데 하나인 이태양이 등판했다. 최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태양은 3이닝 투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양이 5선발 경쟁에서 떨어지더라도 불펜으로 시즌을 맞이하면서 스윙맨 임무를 맡아야 하기에 선발과 마찬가지로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2⅔이닝 43구 2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 갔다. 장시환(⅓이닝)-주현상(1이닝)이 불펜 무실점 릴레이를 완성했다. 단 한 경기이긴 하나, 한화는 선취점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타선의 화력과 리드를 지킬 수 있는 마운드의 시너지효과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최하위권을 맴돌던 시즌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공수 안정감이었다.
# 결승포 페라자의 호쾌한 '빠던'…한화 복덩이 예약인가
한화는 0-2로 뒤진 1회말 곧장 반격에 나섰다. 페라자가 1사 후 2루수 맞고 튀는 우전 안타로 물꼬를 텄다. 2사 후에는 노시환의 좌전 안타로 2사 1, 2루가 됐고, 채은성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1-2로 따라붙었다. 이때 올해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삼성 중견수 김지찬의 불안한 3루 송구가 나왔고, 그사이 한화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더 뛰어 2사 2, 3루가 됐다. 문현빈이 볼넷을 얻어 2사 만루까지 이어졌는데 하주석이 헛스윙 삼진에 그치면서 추가 득점은 무산됐다.
잠시 잠잠했던 한화 방망이는 4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면서 폭발했다. 선두타자 이재원이 벼락같은 좌월 솔로포를 터트려 2-2 균형을 맞췄다. 이재원의 한화 이적 신고포. 이호성의 시속 140㎞짜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린 걸 놓치지 않았다.
홈런을 맞은 이호성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진영이 우중간 2루타를 때려 무사 2루 기회로 연결했다. 정은원이 투수 땅볼로 물러날 때 이진영은 3루로 향했다. 그리고 페라자가 일을 냈다. 볼카운트 2-2에서 이호성의 시속 142㎞짜리 직구가 또 한번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경기를 4-2로 뒤집는 큰 한 방이었다.
유쾌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성격인 페라자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처음 선 무대에서 중요한 홈런을 때리자 흥분한 듯했다. 타구를 잠시 감상한 뒤 홈런인 것을 확인하고는 배트를 던지고 그라운드를 뛰기 시작했다. 한화팬들은 그런 페라자에게 열광하며 이미 개막한 것과 같은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했다. 결국 이 홈런에 삼성 선발투수 이호성은 최하늘과 교체됐다.
불붙은 한화 방망이는 멈출 줄 몰랐다. 2사 후 노시환이 중전 안타로 이날 3번째 안타를 장식한 뒤 대주자 김태연과 교체됐다. 다음 타자는 채은성의 대타 김인환이었다. 김인환은 볼넷을 얻어 2사 1, 2루로 연결했고, 문현빈 역시 볼넷을 골라 만루가 됐다.
공교롭게도 다음 타자는 앞서 1회와 3회 2차례 2사 만루 기회에서 모두 침묵한 하주석이었다.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지만, 하주석은 3번 당하진 않았다. 우전 2타저 적시타를 날리면서 6-2로 거리를 벌렸다.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었다.
# 삼성 5선발 후보 이호성…위기에는 신인이었다
이호성은 이재원에게 동점포를 맞은 뒤로 크게 흔들리며 여전히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3⅓이닝 65구 8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에 그쳐 패전을 떠안았다. 직구(35개)와 변화구를 비슷한 비중으로 던졌다. 변화구는 슬라이더(18개), 커브(10개), 체인지업(2개) 등을 섞어 던졌는데, 슬라이더 18개 가운데 볼이 10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가 좋진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 평균 구속은 142㎞를 기록했다.
이호성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3년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기대주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는 1군 5경기 17이닝 투구에 그쳤기에 아직 신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1군 경험이 풍부하진 않지만, 스프링캠프까지는 두각을 나타내면서 좌완 이승현과 함께 5선발 경쟁 최후의 2인까지 살아남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에 앞서 "우선 5선발을 찾아야 하고, 마무리투수도 이제 정해야 한다. 시범경기 중간 정도에는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5선발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과 마무리 보직을 정하는 것을 10경기 동안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며 "5선발은 이호성과 좌완 이승현 2명으로 많이 압축이 된 상태다. 시범경기를 통해서 이호성과 이승현이 어떻게 경기 운영을 하는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성은 이날 3회까지는 경기 운영을 잘 해나갔지만, 4회말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포를 허용한 뒤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5선발 확정을 위해서는 위기 대처 능력이 조금 더 검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성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에는 최하늘이 등판했다. 박 감독은 최하늘을 선발이 일찍 내려갔을 때 롱릴리프로 기용할 계획을 세워뒀고, 그에 딱 맞는 상황에 바로 등판하게 됐다. 최하늘은 2⅓이닝 43구 2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호성 뒤에 위기 상황 등판 때는 제구가 크게 흔들렸는데, 위기를 넘긴 뒤로는 깔끔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 나갔다. 이후 최성훈(1⅓이닝)-장필준(1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졌으나 타선이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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