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용정 그리고 근대 풍경] ③ 봄, 울렁이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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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심연수(1918~1945)는 국권이 없는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면서 290여 편의 시와 소설, 수필, 평론을 한글문학으로 남겼다.
불운한 시대는 강릉에서 태어난 그를 러시아, 중국, 일본 이주하는 삶으로 이끌었으나 언제나 문학과 함께였다.
③ 봄, 울렁이는 이 기분 심연수 가족은 러시아에서 항일운동을 하는 숙부 심우택의 주선으로 1925년 경포호 인근 고향 강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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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심연수(1918~1945)는 국권이 없는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면서 290여 편의 시와 소설, 수필, 평론을 한글문학으로 남겼다. 불운한 시대는 강릉에서 태어난 그를 러시아, 중국, 일본 이주하는 삶으로 이끌었으나 언제나 문학과 함께였다. 광복 직전에 중국 왕청현에서 불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나 편지, 공책, 일기, 도서, 사진, 스크랩 등 다양한 유품은 중국에 남은 유족에 의해 잘 간수됐다가 지금은 강릉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카 심상만에 의해 고국에 안긴 600점 가까운 자료는 2023년 말『심연수문학사료전집』(강릉문화원·심연수기념사업회·강원도민일보)으로 완간됐다. 이 자료를 직접 정리할 기회를 가졌던 필자는 그가 남긴 작품, 생활기록, 유물을 소개하며 스산했던 시대에 한 시인을 넘어 강원인 이주사를 공유하려 한다.
[강릉, 용정 그리고 근대 풍경] ③ 봄, 울렁이는 이 기분
심연수 가족은 러시아에서 항일운동을 하는 숙부 심우택의 주선으로 1925년 경포호 인근 고향 강릉을 떠났다. 일곱 살인 심연수는 조부모, 부모, 고모, 숙모, 동생 둘 그리고 사촌동생, 이웃과 어선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도착했다. 러시아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중국 국경지대를 떠돌다가 1935년 무렵 연길현 경화촌 길안둔으로 옮겨 정착하게 된다.
그 바람에 심연수는 동생 학수와 나란히 1937년 3월 용정의 동흥소학교를 졸업했다. 요즘으로 치면 고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늦깍이 학생이었다. 배움에 대한 열망 혹은 성실한 자세 덕분이었는지 우등상장을 탔다. 용정국민고등학교(전신 동흥중) 4학년 졸업반이 된 1940년 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일기를 썼고 그 일기집이 보존돼있다. 1940년도 일기집은 표지를 포함해 492쪽 분량으로 5월의 수학여행, 8월의 강릉 방문 등 60여일을 제외한 309일치 일기가 쓰였다.
1940년 3월 21, 23, 24일 연이어 쓴 일기엔 봄을 맞아 들떠있는 청년의 감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봄이 온 것을 먼저 알린 것은 땅이다. 말랐던 풀뿌리에서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하고, 눈과 얼음에 눌려 싫은 잠을 자야했던 겨울의 대지를 뚫고 온갖 생명이 솟아나는 계절을 경이롭게 맞고 있다. “봄철만 되면 무엇에 쫓긴 사람 같이, 무엇에 홀린 사람 모양으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고 고백한다.
‘봄이면 집에 가만이 있을 수 없어 거리와 산과 내로 해매는 것이로구나 만날 이 없것마는 정한 곧 없것마는 스사로 마음이 울렁거리며 자기를 잊어버리고 할 일을 잊고 호기심으로 헤매 다니는 것이 봄인가’라며 털어놓았다. 수시로 울렁거리게 하는 봄의 생명을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온전히 누리길 소망한다. 동시에 봄을 제대로 준비해야 여름, 가을, 겨울로 가는 길이 씩씩할 수 있음을 알기에 붕 떠있는 기분을 가라앉히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 울렁거릴 정도로 봄을 맞았던가?
3월 21일 목 청
봄! 대지에도 봄은 차저오는구나 말랏던
풀뿌리에서 푸른 삯이 돗기 시작하고 눈 어름
에 눌리여 싫은 잠 자던 만물이 소생의
기쁨을 줄 봄이 왓음을 알려줌니다
말른 풀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실실
하던 그 곧에는 소생의 빛이 어리옴니다
만상이 소생하는 봄! 이 봄에
말르고 희망이 끊어진 패배자도 희망과
기쁨이 솟을가요·참다운 봄이라면
만상을 빼놈 없이 건저줄 것이며 한아
이라도 낙오자가 있다면 슲어할 것이다
자연 그것도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원하건대 뭇 생물을 참다운 즐거
움과 성공을 주소사 다같이 행복을
받고자 하노라
3월 23일 토 청
일 없이 헤매게 되는 봄! 일만 어덤
비는 봄 번민이 골치를 아프게 하는대
인생의 공적을 남김도 말 못할
죄악을 놓음도 이때가 제일 많을
것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것이야 어찌 사람이 힘으로 막을
수 있으랴 젊은 놈으로 봄철만
되면 무엇에 쫏긴 사람 같이
무엇에 홀리운 사람 모양으로
제자리를 직히지 못하고 헤매는 것
은 어찐 일이냐 동물된 본능인가
본능이 그렇다면 구태여 억제할
필요가 없다 도덕도 본능을
익일 수 없고 법률도 본능을
주재할 것이다
3월 24일 일 청
봄이면 집에 가만이 있을 수 없어 거리와 산과
내로 해매는 것이로구나 만날 이 없것마는
정한 곧 없것마는 스사로 마음이 울렁
거리며 자기를 잊어버리고 할 일을 잊고
호기심으로 헤매 다니는 것이 봄인가
봄은 소생이 봄이다 그리나 또 유혹
이 봄이다 봄은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좋아 못할 사람이 있다면 어떠
한 사람인가 젊은이가 정도(正道)를 내버리
고 사도(邪道)를 걸게 된 것도 이 봄이 작난(作難)
이요 봄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봄을 어떻게 이용
할 것인가 참다운 삶을 할여면
봄을 잘 이용하여서 봄에서 가랜
길을 여름 가을 겨을을 힘차게 걸어서
성공의 역을 가는 것이 봄을 잘 이용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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