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이어 전기차 BYD 공습…중국산 한계 극복할까
글로벌 1위 전기차 제조사 BYD, 국내 진출 본격화
내수 규모 작지만 '테스트 베드'…가격 경쟁력 촉각
'중국산' 안 좋은 인식에도 세계 1위…업계 "예의주시"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제조사인 BYD(비야디)의 한국 진출 움직임이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는데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각국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국내에서도 승용차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국의 기술력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비야디 역시 이런 인식을 깨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나타난 국내 유통 업계 분위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이 국내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업체들은 무차별적인 가격 공세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이제 국내 사용자 수가 단순 합산으로 총 1467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비야디가 '중국산'이라고 해서 국내 업체들이 무작정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1위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이니만큼 국내 진출 방식 등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죠.
전기차 1위, 배터리 2위…가격 경쟁력 앞세워
비야디는 지난 1995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한 기업입니다. 이후 2003년 국영 기업인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 제조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버핏의 단짝으로 알려진 찰리 멍거가 비야디를 눈여겨 본 뒤 버핏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버핏의 선택은 상당히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4분기 비야디는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4분기 비야디는 전기차를 52만6000대를 팔아 테슬라(48만5000대)를 제쳤습니다. 비야디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302만대로 전년보다 62.3% 늘었습니다.
비야디는 전기차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건데요. 비야디는 그런 배터리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실제 비야디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앞다퉈 가격 인하를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테슬라는 최근 주가 폭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요.
한국 진출 본격화…6월 부산 모빌리티쇼 참석 검토
비야디는 최근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요. 비야디는 이미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전기 지게차와 트럭 같은 상용차를 주로 판매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겁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비야디는 국내에서 전기 승용차를 판매하기 위해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과 인증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인증을 진행하기 위한 인력을 채용하는 절차를 시작했는데요. 지난해부터 전문 인력과 함께 수입차 딜러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BMW그룹코리아에서 미니(MINI)브랜드를 총괄했던 조인철 본부장을 신임 지사장으로 영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조 본부장은 내달부터 본격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야디가 국내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오는 6월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제 모빌리티쇼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등 업계의 관심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비야디 측은 일단 공장 건립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쇼 참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야디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진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품 출시 시기나 차종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외 시장서 '인정'…"예의주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단 비야디가 중국 업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은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 등 국산차 비중이 워낙 높다는 점에서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비야디의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아직 내연차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 'EV 트렌드 코리아 2024' 사무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전기차 구입 시 가장 큰 고려 사항으로 '차량 가격(27%)'을 꼽았습니다.
게다가 비야디는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비야디의 중국 외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22년 5만 5656대에서 지난해 24만 2759대로 크게 늘었습니다. 오는 2030년대에는 해외에서만 15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볼 수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비야디가 이미 중국 외 시장에서 기술력 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서는 내수 규모가 현저히 작다는 점에서 비야디의 본격적인 진출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안 남더라도 가격을 싸게 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등의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눈높이가 높은 소비자들을 공략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주로 중국산 전기차에 탑재돼 왔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불리한 보조금 정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정책이 테슬라뿐 아니라 비야디 등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의 부분 변경을 3년 만에 선보이면서 가격을 동결해 주목받았습니다. 국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되는데요. 여기에 더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사와의 경쟁에 대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연 비야디 진출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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