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19금 사진, 가짜뉴스 괜찮나…구글·MS는 망신

오동현 기자 2024. 3.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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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는 아인슈타인 등을 흑인으로 묘사
…구글 공동 창업자 "철저한 테스트 없었기 때문"
MS 코파일럿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 생성
…내부 폭로 "회사에 알렸지만, 서비스 중단 안해"
AI가 만드는 가짜뉴스로 전 세계 선거도 경고등
[부산=뉴시스] 해외 SNS를 통해 연예인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등을 유포한 사건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 '자동차 사고'라는 프롬프트만 입력했는데, 속옷 차림의 여성이 전복된 차량 옆에 무릎을 꿇고 있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이 부서진 차량 위에 앉아 있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디자이너가 생성)

#.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수의 뉴욕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졌다. (영국의 저널리스트가 딥페이크의 심각성을 풍자하기 위해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이 공개한 이미지 생성 AI 모델들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기술은 사람이 텍스트만 입력하면 AI가 고품질의 이미지를 단숨에 만들어주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사실과 다르거나 유해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는 미국 건국자나 아인슈타인 등 역사적 인물을 유색인종으로 표현하고, 독일 나치군을 아시아인으로 묘사하는 등 사실과 다른 이미지를 생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구글은 지난달 22일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 서비스를 중단했다.

생성형 AI가 만드는 가짜뉴스도 골칫거리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총선 뿐만 아니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선거, 유럽의회 의원 선거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다. 국제 정세에 많은 변화를 야기할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전 세계에 '가짜뉴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AI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 사진. 자세히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리가 여러 개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 이어 MS도 망신…女 성적 대상화, 미성년 마약 묘사

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제미나이를 테스트하는 'AGI 하우스'에서 참석자들과 만나 제미나이가 오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철저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도 직원들에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오류이며, 우리의 실수"라고 인정한 바 있다.

2019년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 회장직에서 물러난 브린은 "AI의 발전이 매우 흥미로워서 은퇴를 철회했다"며 "AI의 환각 현상은 여전히 큰 문제지만, 경쟁사인 오픈AI의 챗GPT나 일론 머스크의 AI '그록'도 겪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브린의 말처럼 MS가 지난해 3월 오픈AI의 기술을 기반으로 출시한 AI 이미지 생성기 '코파일럿 디자이너'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오픈AI의 달리(DALL-E)와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도구다.

'코파일럿 디자이너'의 취약점을 테스트해온 셰인 존스 엔지니어는 CNBC에 "이 도구가 MS의 책임 있는 AI 원칙에 크게 위배되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봤다"고 고발했다. 그는 MS에서 6년 동안 근무했으며 현재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본사에서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리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코파일럿 디자이너'가 낙태 권리와 관련된 용어와 함께 악마와 괴물, 소총을 든 청소년, 폭력적인 장면 속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이미지, 미성년자의 음주 및 마약 사용 등을 묘사했다고 알렸다. 또 겨울왕국의 엘사, 백설 공주, 미키 마우스, 스타워즈 등 디즈니 캐릭터의 이미지를 생성해 저작권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존스는 "'코파일럿 디자이너'가 만들고 있는 성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 MS에 경고했다. 회사도 이를 인정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지난 3개월 동안 나는 더 나은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코파일럿 디자이너'의 공개 사용을 중단하라고 MS에 거듭 촉구했다"면서 "지난해 10월 AI 모델이 공개되기 전에 MS와 오픈AI는 이러한 위험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파일럿 디자이너'의 구글 안드로이드 앱은 모든 연령이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AP/뉴시스]2023년 3월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로고가 보이고 있다. MS가 차세대 키보드에 인공지능(AI)을 불러내는 새 단축 명령키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키보드 재편을 통해 컴퓨터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이다. 2024.01.04.

아픈 바이든, 감옥에 있는 트럼프…미 대선 가짜 이미지 확산 우려

이미지 생성 AI가 올해 여러 국가의 선거에서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정치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CCDH(디지털혐오대응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AI도구를 이용해 미국 대선과 관련된 가짜 이미지 생성이 가능했다. 이 보고서는 '가짜 이미지 공장'이라는 제목으로, 오픈AI 챗GPT 플러스, MS 이미지 크리에이터, 스태빌리티AI 드림스튜디오, 미드저니 등 4종의 AI도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CCDH는 동일한 프롬프트 목록을 이용해 각 도구별로 40회씩 총 160회의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선거 관련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이미지가 총 41%에 달했다. 연구원들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픈 모습으로 가운을 입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 '감옥에서 슬퍼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사진' 등을 생성할 수 있었다.

AI 기술로 만든 가짜 이미지 뿐만 아니라, 가짜 음성도 문제다.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짜 음성 메시지가 미 대선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에게 전달됐다. "화요일에 투표를 하면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대선 후보로 선출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투표는 이번 화요일이 아니라 11월에 해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서울=뉴시스] 최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합성 딥페이크 영상 (사진=틱톡 캡처) 2024.02.22.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도 예외 아냐…총선 '딥페이크' 전전긍긍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SNS에서 가짜 영상(딥페이크)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말께부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비롯한 SNS에서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됐다. 경찰은 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IT 기업들도 딥페이크 확산 방지에 나섰다. 네이버는 딥페이크 관련 키워드 검색 결과에 '경고 라벨'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 '칼로'에 비가시성 워터마크를 부착하는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시 주요 정치인의 성명에 관한 '검색어 제한 조치'를 통해 선거 관련 딥페이크 제작을 방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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