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재철 "이런 캐릭터를 나에게? 영광이었다" [인터뷰M]
지금 최고의 흥행작이자 화제인 영화 '파묘'에서 3대째 대물림되고 있는 신병에서 갓 태어난 자식만큼은 지켜내고 싶어 무당 '화림'에게 거액을 주고 파묘를 의뢰한 '박지용'을 연기한 김재철을 만났다.
김재철은 영화 '파묘'에서 미국에 사는 부잣집 교포 2세로 등장,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끝내 귀신에 들려 스스로 목을 비틀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을 비명 지르게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시나리오를 보며 '박지용'이 죽는 순간까지 손에 땀이 났다는 김재철은 "이런 캐릭터를 나한테 준다고? 너무 영광이었다. 심지어 오디션도 없이 캐스팅을 해 주셨다. 영화에서 큰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드라마 '하이에나'에서의 제 연기를 보고 결이 맞다고 생각하셨다더라. 그래서 감독님 만나자마자 '감사하다, 책임져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인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자존심 버리고 솔직한 제 마음을 다 드러냈다."며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김재철은 영화에서 가장 미스터리하고 충격적인 인물을 연기한 공을 장재현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의지할게 감독님 밖에 없어서 많이 매달렸고 연기에 확신이 안 될 때에도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촬영 전에 사무실에 불러서 따로 리딩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셨기 때문에 연기도 꽤 잘하신다. 본인이 생각하신 톤이나 분위기가 확실해서 그 어떤 걸 참고할 필요 없이 감독님의 말만 따르면 되었다"며 장재현 감독과 엄청난 상의를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음을 알렸다.
시나리오를 보고 김재철은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인물이기에 강한 인물, 명령조의 말투를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 혼자서 '파묘' 4인방을 상대해야 하니 4:1로 붙어도 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그러나 장재현 감독의 디렉션은 '강하지도 않고 유약하지도 않은 중간의 줄타기'였다. 연기도 너무 자연스러워도 안되고 너무 부자연스러워도 안 되는 중간의 줄타기를 하라는 말을 많이 했단다. 이 얼마나 어려운 디렉션인가?
김재철은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촬영할 때는 '지금 너무 자연스럽다. 너무 비밀스럽지 않다. 너무 부자연스럽다. 너무 연기 같다'는 디렉션을 많이 받았다."라며 뭐든 이럴 듯 말 듯, 이쪽인지 저쪽인지 분명하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디렉션을 받으며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재미있더라"라며 감독의 세밀한 디렉션을 받으며 하는 연기의 즐거움이 더 컸음을 알렸다.
그리고 김재철은 이런 줄타기 디렉션을 기가 막히게 받아들였다. '박지용'은 관객의 시선을 끌고 가는 인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도 대단한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뭔가를 하기 위한 수작처럼 보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드러내고 표현을 하기보다는 잘 숨기고 가야 중반에 빙의가 되었을 때 더 큰 임팩트가 있었다. 장재현 감독의 이런 계산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김재철은 계속해서 연기의 힘 빼기에 신경을 쓰며 드라마틱한 빙의 연기로 관객들의 비명을 이끌어 냈다.
김재철은 빙의가 시작되고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물 한 병을 끊이지 않고 목구멍을 열고 마셨다고 한다. "한 5통 정도 마셨던 거 같다. 나중에는 배가 불러서 토할 뻔도 했는데 그래도 목구멍을 열고 먹는 게 되더라"라며 스스로도 신기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고 동작을 하는 장면의 경우 애초에 시나리오와 콘티에 너무나 정교하게 쓰여 있어서 적혀있는 대로 했다고. "양 발을 붙이고 총칼을 잡고 어떤 대사를 할 때 손을 뻗는다고 콘티에 너무 자세하게 적혀있었고 해 보니까 실제 제식과도 순서가 맞더라. 동작은 제가 만든 게 아니라 대본대로만 외웠을 뿐이다."라며 장재현 감독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시나리오와 콘티작업을 했는지를 알렸다.
그 장면에서 본인이 노력한 건 연설의 톤 조절이었다고. 그마저도 감독과 촬영 전부터 많은 노력을 해왔기에 촬영 당일에는 톤 조절을 위해 테이크를 다시 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목이 쉴 정도로 녹음을 해서 감독님과 주고받았던 연설이다. 어떤 톤으로 해야 할지 수백 가지 고민을 했다. 노래하는 톤으로 할지, 처음부터 지를지, 어느 지점에서 지를지 계속해서 버전을 업시켜나갔다. 혼자 엄청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전화가 오셔서 뭐 하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지금 톤 고민 중이라 했더니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때가 오후였는데 새벽 4시 반까지 녹음하고 보내고 감독님 피드백받고 또 녹음하고 보내고를 반복했다."며 과정을 설명했다.
촬영 전부터 이렇게 톤을 많이 맞춰놓은 덕에 당시 촬영할 때는 피를 토하는 장면, 목이 돌아가는 장면의 기술적인 고민만 하면 되었다고. "목도 사실 제가 생각보다 많이 돌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돌릴 수 있을 만큼 돌리고 나머지는 돌아가는 판 위에서 움직이면서 합성해서 장면을 완성시켰다. 그 장면은 테이크도 몇 번 안 갔다."라며 관객이 가장 기겁하는 장면은 쉽게 촬영되었음을 알렸다.
김재철이 촬영하며 가장 많은 고생을 했던 장면은 오히려 귀신과 통화하는 중 '상덕'이 호텔문을 두드리는 장면이었단다. 거의 6~7시간을 그 장면만 촬영했다고. "원테이크로 찍었던 씬이라 저뿐 아니라 모두가 고생했다. 전화를 받고 호텔문 근처에 갔다가 돌아서 창문을 열고 바람이 들어오는 것까지 동선을 맞춰야 하는 데다 호텔 문을 두들기는 것도 서로 시간이 1초라도 삐끗하면 NG였다. 전화 통화는 조감독 목소리로 무선을 했고, 호텔 문 밖의 목소리도 조감독이 맞췄는데 처음에는 너무 몰입이 안돼서 힘들었는데 계속 반복하다 보니 서로가 점점 실력이 늘더라. 조감독도 최민식 선배같이 목소리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 주셔서 그날의 촬영시간을 얼마 안 남기고 겨우 오케이 나서 현장의 모두가 너무 뿌듯해했다. 그날 처음으로 감독님이 고기를 사주시더라."라며 해당 장면의 완성 과정을 설명한 김재철은 "정말 모두가 보람을 느낀 장면이었다. 이걸 해 내고 나서 완성된 걸 보니 정말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지용'을 연기하면서 유독 물과 관련된 촬영이 많았다는 김재철은 "음양오행 중 저는 물의 표현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많이 적시셨다. 욕조에서 깨어날 때도 원래는 욕조의 물이 검게 변하고 검은 물에 뒤덮이다 일어나는 장면이었는데 그건 삭제되었더라. 그리고 땀이라고 하기엔 과할 정도로 제 몸도 많이 젖어있다. 당시 실내였지만 추웠고 계속 조금이라도 마를만하면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힘들었다. 다행히 물의 표현이 효과적으로 잘 되었던 것 같다"며 분장 헤어팀의 분무기 대기조가 있었던 당시를 이야기했다.
김재철은 이번 작품에서 부자 교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는데 와이프가 교포 출신이라며 깜짝 사실을 알렸다. "와이프는 한국말할 때 전혀 교포라는 느낌이 안 드는데 교포의 말투를 생각하며 연기한 건 아니다. 그냥 그가 처한 상황에서 뭔가를 숨기는 느낌, 강하지만 강해 보일 필요가 없는 인물을 연기한 말투지 교포의 말투는 아니었다. 아마도 처음 미국이 보이고 제가 보이니까 교포 말투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라며 말투도 달리 들렸던 비결은 연출과 설정 때문이라는 해석을 했다.
미국 교포여서 해외 로케이션을 했냐는 질문에 그는 "외경은 제작진이 미국에 가서 찍어왔고 집은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집 장면에서 보이는 부분 부분은 CG로 입힌 것이다. 저는 일상과 제주도에서 주로 촬영을 했다. 미국은 못 갔지만 제주도라도 간 게 어디냐 싶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키이스트,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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