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이전과는 다른 전생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현화영 2024. 3.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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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제목이 아예 '전생'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 3월6일 개봉했다.

여러모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매력에 관해 잠시 소개하고 싶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해성과 나영, 나영과 아서, 아서와 해성의 대화가 이어지는 영화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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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작품상 후보
CJ ENM 제공.
 
전생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제목이 아예 ‘전생’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 3월6일 개봉했다.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11일 개최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작품상 후보로 올라 화제기도 하다. 여러모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매력에 관해 잠시 소개하고 싶다.

- 현재, 24년 전, 12년 전,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서울과 뉴욕  

제목이 ‘전생’이지만, 중간중간 조선, 고려, 신라, 혹은 미국 남북전쟁 시기 등을 배경으로 하는 전생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패스트 라이브즈’에는 현재와 24년 전, 12년 전을 오가며,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의 30대, 20대, 10대 그러니까 현생 이야기만 담겼다. 영화는 현재로 시작해 24년 전, 12년 전을 들렀다가 현재로 돌아와 끝난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을 서울에서 함께 보내다, 나영네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 가면서 헤어진다. 12년 후 서울에 사는 해성과 뉴욕에 사는 나영이 온라인을 통해 재회하지만, 컴퓨터 영상 통화만 가능할 뿐이다. 각자의 일상을 두고, 상대를 만나러 가는 것도 쉽지 않은 20대 초반의 두 사람은 연인도 아닌 애매한 사이를 오래 유지하진 못한다. 

다시 12년이 흐르고, 회사원이 된 해성이 이틀 일정으로 뉴욕에 온다. 드디어 만나게 된 나영과 해성의 두 번째 재회가 ‘패스트 라이브즈’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인연에 근사한 의미를 부여한다. 혹 전생부터 쌓인 무언가가 있는 걸까? 

CJ ENM 제공.
 
- 긴 대화, 긴 침묵, 그리고 진한 공감

‘패스트 라이브즈’는 해성과 나영, 나영과 아서, 아서와 해성의 대화가 이어지는 영화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대화로만 전개해 나가는 건 아니다. 그들은 너무나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 차마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들의 대화와 침묵, 시선과 호흡을 통해 세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그들의 감정이 꽤 강력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는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을 함께 보여주다가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움직이면서 한 사람씩 보여준다. 덕분에 그들 근처에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화 장면의 대부분은 커트를 나누지 않고 긴 호흡으로 보여주어, 그들의 생각과 감정에 더 깊게 빠져든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번갈아 들리고, 서울과 뉴욕의 모습이 번갈아 보인다. 인물들의 다른 환경, 먼 거리감 등이 직관적으로 실감 난다. 몽환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고, 아련한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1)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민자들을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이민 1.5세대 감독이 만든 1.5세대가 주인공인 영화로서, 나영, 해성, 아서의 대화에는 자연스럽게 이민자의 고민, 경험 등이 담겼다.

중간중간 ‘한국에서는 이렇다, 한국 사람은 이렇다’라고 알려주는 이야기 중 좀 낯선 이야기도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영, 해성, 아서가 느끼고 표현하는 감정은 국적이나 문화 차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이들이 인연이라고 칭할 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릴 것 같다. 
여러모로 익숙한 듯 낯선, 그렇지만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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