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보다 '공천 갈등'이 총선 승패 가른다?
탈당과 잔류 여부, 정치적 계산 따라 갈려
민주 → 국힘 이동?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
현역 탈당하면 텃밭이 격전지 되는 효과
탈당 빈 자리, 신선한 인사 나오느냐 관건
공천 갈등 배경에는 인물 중심의 계파 정치
일본, 미국 계파는 이해관계·정책 중심 많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여론의 흐름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죠. 그 이유로 꼽히는 민주당의 공천 논란,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계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겠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정치 구조의 핵심만 쏙 짚어주시는 김민하 평론가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이번 주 내내 민주당 관련 뉴스가 정말 많이 나왔죠. 민주당에서 탈당하는 의원이 또 나왔습니다.
◆ 김민하> 6일에 민주당 4선 홍영표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면서 뉴스가 많이 나왔죠. 홍영표 의원은 설훈 의원 등이 이낙연 대표가 있는 새로운 미래와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영표 의원은 원내대표까지 지낸 인사고 계파로 분류하면 그동안 '친문 좌장이다' 평가되는 인사였습니다.
◇ 채선아>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탈당 안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탈당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나가는 건가요?
◆ 김민하> 한마디로 각자의 사정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구에서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어느 정도 득표를 할 수 있겠다, 당선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면 나가는 거고요. 당선이 안 되더라도 탈당해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당을 나갈 수 있는 건데요. 그게 아니라 당에 남아서 당대표를 한번 노려봐야겠다,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당대표를 노릴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줘 봐야겠다. 또는 좀 더 길게 봐서 대선 후보에 내가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싶으면 남을 수도 있는 거고요.
◇ 채선아>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네요.
◆ 김민하> 또 명분도 중요해요. 당에서 공정하게 공천 시스템을 운영해서 경선했는데 공천을 못 받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으니 나가기가 좀 어렵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애초에 공천 기회를 불공정하게 준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할 여지가 생기면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대표적인 사례가 홍영표 의원입니다.
홍영표 의원의 경우 원래는 경선만 붙여줘도 탈당 안 한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거든요. 하지만 민주당 공관위는 경선 기회를 안 줬습니다. 그리고 컷오프를 하지 않았습니까? 대개는 현역 의원이 그냥 출마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 때 컷오프를 하거든요. 예를 들면 소위 사법 리스크가 있다든지 중대 비위 의혹이 있어서 본선 경쟁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 같다든지 하는 경우에 컷오프를 하는데, 홍영표 의원은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 채선아> 그런데 컷오프된 거예요?
◆ 김민하> 본인 주장은 그런 거죠.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당 지도부도 공관위도 여기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홍영표 의원 입장에서는 탈당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거죠.
◇ 채선아> 민주당에서 홍영표 의원은 꽤 중량감 있는 의원이었잖아요. 이렇게 나가버려도 되는 건가요?
◆ 김민하> 당 주류의 속내를 추정해 보면 당에 남게 했다가 나중에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의 새로운 흐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하는 생각 때문에 무리하게 컷오프 한 거 아니냐는 소문도 있죠. 이재명 대표는 여기에 대해 '탈당은 자유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상 탈당해도 좋다는 신호인 것 같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그래서 잡음이 더 커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표와 당 주류는 '지금 우리는 혁신 공천을 하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현역 의원들을 교체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래서 불가피한 잡음이 나오는 것에 불과하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이인영 의원과 고민정 의원처럼 '비명',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경우에도 단수 공천을 받은 사례가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다들 집을 나가버리면 민주당 식구가 줄어드는 거잖아요. 득이 될 게 없을 것 같은데요?
◆ 김민하> 지금 민주당에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현역 의원이 있다는 건 그 지역구가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라는 건데, 이렇게 현역 의원들이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해버리면 그 지역구는 다자구도가 형성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김영주 의원이 있는 영등포갑의 경우는 김영주 의원이 4선을 했고, 5선 도전을 해야 되는 지역구인데요. 유권자 성향을 분석해보면 민주당에 다소 유리한 지역구입니다. 그런데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 지역구에 민주당 채현일 후보와 개혁신당 허은아 후보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여기는 졸지에 격전지가 되는 거잖아요. 원래 민주당이 크게 정치적 역량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민주당에 손해인 부분이 분명히 있죠.
◇ 채선아> 김영주 의원 같은 경우는 말씀하신 대로 영등포에서 자리를 잡은 의원이잖아요. 갑자기 당을 바꿔서 국민의힘으로 갈 수가 있는 건가요?
◆ 김민하>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갈 수는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거죠. 이걸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설이나 칼럼이 없습니다. 다만 김영주 의원의 계산법은 있겠죠. 개혁신당의 허은아 의원이 출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지역구가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런데 김영주 의원까지 무소속으로 나오게 되면 국민의힘 후보, 민주당 후보, 무소속 후보, 개혁신당 후보 이렇게 4파전이 될 거잖아요. 그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로 갈 건지 아니면 3파전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뛸 지를 고민하는데, 마침 '국민의힘 후보군이 약체다' 이런 계산을 한 거죠. 결국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건데, 결국 정치 논리인 것이고요. 정치 윤리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두 번째로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의 경우는 논란을 감수하고 컷오프(공천 배제)를 시켰는데, 민주당이 공천한 인사가 결국 홍영표 의원보다 신선하고 좋은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줘야 민주당의 혁신 공천이라는 주장이 먹힐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부평을에서 민주당은 박선원 예비후보와 이동주 예비후보가 경쟁 중인 상황인데요. 대중적으로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긴 분들은 아니에요.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고 보이거든요.
세 번째로 공천 잡음 확대가 전반적인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있습니다. 한국일보에서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3월 4일부터 5일까지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는데, 지금 유권자들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물었더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이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장동 의혹보다도 공천 관련 논란이 지금 가장 큰 판단 기준이라고 답을 했다는 거예요. 그만큼 지금 민주당 공천 논란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 김민하> 국민의힘 지지 성향인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 성향인 유권자 중에 어느 쪽이 더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지금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공천 잡음이 커지는 게 민주당의 여론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나죠.
◇ 채선아> 결국 공천 파동이 당내의 계파 갈등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거든요. 흔히 계파라고 하면 '친명', '비명' 이렇게 나누잖아요. 나누는 기준이 있는 건가요?
◆ 김민하> 언론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평가하는데요. 제가 몇 가지 기준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첫 번째로 이재명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고 주류로서 활동하고 있으면 대체로 친명이라고 합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국회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원외 세력이 있어요. 가령 지금 '더민주전국혁신회의'라는 조직을 꾸려서 여기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주장을 펴면서 현역 의원들에 도전하고 있는 국면이 있습니다. 이 조직에 속해서 강한 주장을 하면 또 친명이라고 분류합니다. 세 번째로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했잖아요. 그때부터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거나 지원해 온 인사와 세력들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신 분들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좀 애매하지만 '나는 친명입니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민하> 지금 제가 얘기한 5가지의 경우가 세부적으로 나누면 이게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거든요. 또 서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또 '친명'과 '찐명'을 나누기도 하고요. 복잡합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완전히 정해진 기준은 아닌 거죠.
◇ 채선아> 5가지 기준을 말씀해 주셨는데 공통점은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 김민하> 이재명 대표를 대놓고 비난하면 언론에서는 친명으로 분류하지는 않죠. 그런데 이재명 대표 비난 여부로 분류를 하면 친명의 범위가 너무 넓어집니다. 또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지 않지만 친명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 채선아> 친명뿐만 아니라 '친문', '친노', '정세균계' 이런 식으로 민주당 안에 계파가 많더라고요. 이것도 기준이 그때그때 다른 건가요?
◆ 김민하> 우리가 '무슨 계' 또는 '친 누구' 이렇게 말할 때는 보통 중심 인물이 출세를 합니다. 출세를 한 다음에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이 '무슨 계'다, 이렇게 분류가 되는 거예요. 과거에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이분들이 당대표격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상도동계', '동교동계' 이렇게 불렸어요. 왜냐하면 두사람의 집이 상도동에 있고 동교동에 있었습니다. 계파들이 집에 모여서 아침밥을 먹기도 하고 기자들도 집에 와서 취재하고 이랬거든요.
◇ 채선아> 그럼 사람 중심으로 모이는 게 계파라고 보면 되는 걸까요?
◆ 김민하> 지금 현실은 그렇게 되고 있는데 그게 좋은 정치는 아니죠. 정책 중심, 가치 중심이 좋은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실 외국의 경우에는 그게 더 일반적입니다. 가령 일본의 경우에 '굉지회', '세이와 정책연구회', '헤이세이 연구회' 이런 식으로 정식 명칭이 있고 이 파벌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의 색깔이 있거든요.
◇ 채선아> 사람 이름이 아니네요.
◆ 김민하> 그렇죠. 일본도 우리나라의 계파에 해당하는 파벌이 있지만, 나름대로 정책적으로 색깔이 있다는 게 중요하고요. 미국의 경우에는 코커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진보적인 색깔을 가진 '의회 진보 코커스'라는 것도 있고 보수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프리덤 코커스'라는 것도 있고요. 흑인 의원들이 이렇게 뭉쳐 있는 '블랙 코커스' 등 다양한 코커스가 있거든요. 이건 사람 중심이 아니고 이해관계나 정책 중심이죠.
물론 우리도 없는 건 아니에요. 가령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이라고 부르는 조직이 있습니다. 가치 중심, 정책 중심의 성격이 가미돼 있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 중심으로 쏠리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죠.
◇ 채선아> 계파가 정치인들한테 왜 이렇게 중요한 건가요?
◆ 김민하> 결국 정치적 자원을 배분하는 데 있어서 유력 인사에 줄 선 사람들 중심으로 배분이 되겠죠. 그래서 계파에 소속되는 것이 정치인 입장에서 중요하다는 게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흐름이었던 거고요. 요즘에는 지지자들까지 계파 중심 논리에 포섭돼 있어요. 특히 유튜브 채널이 지지자들과 정치인의 계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유튜브는 친명이고 어떤 유튜브는 친문이고, 국민의힘으로 따지면 어떤 유튜브는 친윤이고 어떤 유튜브는 친이준석이고 이렇게 돼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더욱 계파가 중요해져 버린 것이 뼈아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 채선아> 그럼 정치인이 되려면 어느 계파에든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 김민하>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정치가 바람직한 거죠. 결국은 우리 정치도 언론도 지지자들도 정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사람에서 가치와 정책과 노선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거죠.
◇ 채선아> 네. 여기까지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 민주당 공천 갈등과 계파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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