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과 푸바오와 조국[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3. 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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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3월4일자

<의사·정부 갈등 악화일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정부와 의사들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3일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여의대로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3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정부가 2월29일을 시한으로 정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명령했지만,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의사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와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3일 일요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관련 사진은 4일 월요일자 1면 메인 사진이었습니다.

<꽃 보다 푸바오> 푸바오가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사육사가 직접 기른 유채꽃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일은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사랑을 받은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도 1면 사진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이날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선택을 받았습니다. 푸바오는 1면 사이드 사진으로 쓰였습니다. 드문 경우지만 이날 석 장의 사진이 1면에 쓰였습니다. 나머지 한 장은 조국 전 장관의 조국혁신당 창당대회 장면입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신당 지지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콘서트장 같은 창당대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에 앞서 당원들 앞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월5일자

<나홀로 입학식>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린 4일 대구 군위군 부계초등학교에서 ‘나홀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신입생이 교실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은 전국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특히 이날 초등학교 입학식은 출생률이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입학식은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과 순수한 호기심이 보이는 사진을 골라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뭔 일인지 이날 기록된 입학사진에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구 군위의 한 초등학교에 홀로 입학한 아이의 뒷모습이 5일자 1면 사진으로 선택됐습니다. 저출생으로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전국에 157곳이라고 하네요. 아이의 뒷모습이 참 쓸쓸하고 씁쓸합니다.

■3월6일자

<텅 빈 의대 강의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 움직임이 대형병원에 이어 새 학가를 맞은 의대 캠퍼스로 확산되면서 5일 경기도의 한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되돌릴 수 없다> 기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왼쪽에서 세번째)가 4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전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자유를 명시한 헌번 개정안을 인증하는 인증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은 아침부터 프랑스가 여성 임시중지권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했다는 뉴스에 꽂혔습니다. 임신중지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다는 의미도 크지만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사진의 매력을 끌어올리지요. 베르사유궁전에서 진행된 관련 헌법 개정안 인증식 사진을 1면후보로 밀었습니다. 사진 한 장을 쓴다면 이 사진이었으면 했습니다만, 이날 의대 증원 신청이 3401명으로 집계됐고, 교수와 의대생들은 반발하고,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보 절차에 돌입하고 등등 압도하는 의사 집단행동 관련 뉴스에 ‘새 학기 텅 빈 의대 강의실’ 사진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국내 뉴스와 해외 뉴스가 경합을 벌이면 대개 국내 뉴스로 팔이 굽기 마련입니다.

■3월7일자

<반송된 전공의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정부가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6일 서울의 한 우체국 관계자가 수취인 부재로 되돌아온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면에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사진을 1면과 기타면에 연일 쓰다보니 큰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생깁니다. 다른 상황과 그에 맞춤한 이미지를 챙길 수 있으면 하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길어지는 의정 갈등에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외신사진으로 시선이 기울었습니다. 미국 대선 경선의 분수령인 ‘슈퍼화요일’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하며 오는 11월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됐습니다. 두 인물의 비슷한 표정과 제스처를 찾아서 나란히 쓰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사진의 생명력 혹은 운명을 매번 얘기하게 되는데요,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보낸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가 든 봉투사진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뉴스에 맞춰 그림을 연출하는 이런 류의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주요 뉴스에 아주 충실한 증거는 되겠다 싶습니다.

■3월8일자

<단 하루만이라도...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이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하루 파업 돌입 기자회견’ 중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 1면에 사진이 없는 날은 극히 드뭅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매일 1면 사진을 찾는 이유입니다. 사진 몇 장을 준비해서 회의에 들어가지만, 별로 자신이 없는 날이 있습니다. 뭐라도 들고 가야 회의가 되기에 꾸역꾸역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사진을 챙겼습니다. 사실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어서 관련 사진을 어떻게든 챙겨보려 했는데 썩 눈에 띄는 사진이 없었습니다.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관련 사진을 찾고 마감하는 게 좀 억지스럽긴 합니다만 신문의 숙명입니다.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의 기자회견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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