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부엌서"…바이든 국정연설 반박 女의원에 비판 쇄도
"부적절한 연설장소에 혼란 느껴" 지적도…트럼프는 "바이든과 차별화" 감싸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응하는 연설을 한 공화당의 최연소 여성 상원의원에 장소 선정 등을 이유로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케이티 브릿(42) 상원의원은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이어진 대응 연설을 자택 부엌에 앉아서 진행했다.
브릿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직업적 정치인의 연기'라고 지적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는 '떠오르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고령 남성'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과 대비시켜 부각하려 주방을 연설 장소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불같은 연설로 공화당을 정면 공격해 강한 반응을 끌어낸 데 비해, 17분 간 이어진 브릿 의원의 연설은 연기하는 듯 부자연스러운 어조와 떨리는 톤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으며 연설 장소인 부엌도 혼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유명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찰리 커크는 "나는 케이티 브릿이 다정한 엄마이자 사람이라고 확신하지만, 이 연설은 우리가 필요로 했던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크는 "조 바이든이 방금 미국 우파에 전쟁을 선포했는데 브릿은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민주당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속삭였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을 맡았다가 반(反)트럼프로 돌아선 앨리사 파라 그리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브릿 의원이 생애 가장 중요한 연설을 할 장소로 주방을 택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핀 전 국장은 "(주방을 선택한 것은) 이상했다.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이면서 정치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연단이나 힘든 경쟁을 거쳐 입성한 상원 의사당이 아닌 주방에 그녀를 둔 것은 완전히 실패"라며 "그걸 지켜보는 일부 여성들에게는 아주 혼란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공화당 전략가는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우리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라고 말했다.
브릿 의원이 오디션에 나선 초짜 배우처럼 17분 간의 연설에서 어설픈 연기를 했다고 조롱하는 의견도 나왔다.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톰 아놀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케이티 브릿은 (연기가)너무 형편없어서 내 영화 중 하나에 출연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브릿 의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릿 의원이 스스로를 바이든 대통령과 효과적으로 차별화했으며, 여성 이슈에 대한 공감도 잘 드러냈다고 감쌌다.
브릿 의원과 같은 앨라배마 출신인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도 브릿 의원이 "아이를 가진 엄마인 만큼 주부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그는 칭찬도 비판도 받겠지만 나는 우리 주를 위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역시 "부엌 식탁에서 연설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 것은 좌파들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지 알려준다"며 "요지는 대부분의 가족이 머무는 곳에 앉아서 삶이 어떤지 알아내려 노력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한 대응 연설 자체가 어려운 임무라는 점에서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미국은 대통령의 국정연설 뒤에 야당에서 이를 반박하는 연설을 하는 게 전통인데 잘하는 게 워낙 쉽지 않아 이를 맡은 것이 '저주'로 여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브릿 의원이 연설 도중에 "적어도 물은 안 마셨다"고 눙쳤다.
루비오 의원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반론자로 나섰다가 생방송 연설 도중 탁자에 놓인 물병을 집어 급하게 물을 마시는 모습 때문에 조롱받은 적이 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건 어려운 연설"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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