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뒷자리에 쿠페 감성까지…‘오감만족’ 기아 K5
기아 K5는 2010년 첫 출시된 당시부터 '트렌디 세단'의 대표 모델로 꼽혀왔다. 2019년엔 3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SUV 홍수 속에서도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고, 작년 11월 갓 출시된 3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한층 진화한 디자인으로 쿠페의 멋을 한층 더 가다듬었다. 기본적으로 패밀리카로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면서 퍼포먼스 감성까지 갖춰 세대를 뛰어넘는 세단의 아이콘으로 손색없었다.
외관은 전장 4905㎜, 전폭 1860㎜, 전고 1445㎜의 중형 세단의 위용을 갖췄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와 비교하면 전장은 5㎜ 짧지만, 축거(2850㎜)는 10㎜ 더 길다.
외관은 첫 눈에도 트렌디한 감성이 묻어난다. 벌집 문양 패턴으로 도배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 범퍼 라인은 기아의 상징격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그릴의 인상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디자인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의 경우 B필러(1·2열 사이)부터 후면 거의 끝까지 완만하게 내려오는 루프라인 덕에 쿠페 감성이 제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패밀리 세단을 감안했을 때 전면 오버행(차축-차끝거리)은 상대적으로 짧아, 실내공간 활용성과 함께 역동적인 주행감도 기대하게 해줬다.
실내는 패밀리카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만큼 여유롭다. 일체형 계기반-디스플레이는 탑승부터 시원한 인상을 줬으며,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마련된 공간은 매우 여유롭게 꾸려져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했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터치 컨트롤러는 '인포테인먼트-공조' 화면이 터치 한 번에 전환 가능해 실내공간 확보뿐 아니라 인테리어의 세련미까지 높여줬다.
2열은 중형 세단에 기대하는 만큼의 충분한 다리공간(레그룸)이 확보됐다. 주먹 2~3개는 충분히 나올 정도로, 다리를 뻗고 편안하게 앉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었다. 쿠페형 루프 라인이 적용된 만큼 머리공간(헤드룸)은 아주 여유롭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웬만한 신장의 성인 남성이 타기엔 충분했다.
서울 마포에서 충남 온양까지 왕복 200㎞ 구간을 시승했다.
우선 시내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의 정숙성이 인상 깊었다. 회사는 차체와 앞유리 접합부 소재를 보강하고, 뒷좌석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하는 등 NVH(소음·진동)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날 시승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고속에서는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부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런 갈증은 스포츠 모드로 해소할 수 있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가속 응답성은 체감될 정도로 빨라졌고, 꽤 높은 속도에서도 미끄러지듯 시원하게 달려 나갔다. 엔진음도 한층 거칠어졌는데, 비록 고성능 모델처럼 바리톤 음색의 풍성한 배기음까진 아니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있다는 감성은 충분히 즐기게 해줬다.
주행감은 전반적으로 무겁다기보다 가벼운 축에 속했는데, 덕분에 신호가 반복되고 정체 구간이 많은 도심에서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고속에서도 시내 주행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달라붙어간다는 느낌보다는 조금은 가볍다는 인상이 강했다. K5가 기본적으로는 패밀리 수요를 기반으로 한 중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무게 중심이 낮게 설계된 수입 퍼포먼스 세단과의 직접 비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모델은 1.6 가솔린 터보 기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m의 주행 성능을 확보했는데, 3000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움 그 이상의 값어치를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이 외에 현대차·기아의 내비게이션 길 안내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만족스러웠다. 편의 사양은 전반적으로 풍부해졌는데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영상·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가 새로 적용됐다.
가격은 2.0 가솔린 2784만~3447만원, 1.6 가솔린 터보 2868만~3526만원, 2.0 가솔린 하이브리드 3326만~시그니처 3954만원, 2.0 LPi 2853만~3462만원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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