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흔드는 금호석화 '조카의 난'···행동주의펀드가 변수될까 [헤비톡]
"금호석화 자사주 100% 소각" 요구
이전과 달리 주주권익 확보 앞세워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목적 뚜렷해
행동주의 앞세운 왜곡 멈춰야" 반박
일명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금호석유(011780)화학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운용과 손잡고 2년 만에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 회장의 조카다.
경영권을 둘러싼 삼촌과 조카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에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이사회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자사주 100% 소각'이라는 주주권익 향상을 내세우면서 표 대결이 주목 받고 있다. 실적 부진에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박 전 상무 측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 자사주 100% 소각"을 요구하며 다시 분쟁의 불씨를 피어 올렸다. 자사주 소각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과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기준 18.4%(약 525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상태다. 박 전 상무 측은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와 이러한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일반주주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가 삼촌과의 분쟁을 불사하는 배경에는 금호석화그룹의 후계자 구도 변화가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박 전상무는 부친인 박정구 회장에 이어 차기 후계자로 꼽혀왔다.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2남인 박정구 회장은 1999년부터 회장직을 맡았지만 2022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후 박인천 창업주의 4남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경영권을 넘겨 받으면서 승계 기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 중심의 금호석화 후계 구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자 박 전 상무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박 전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공동보유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그는 2021년 금호석화 정기 주총에서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 등을 주주제안으로 올렸지만 표 대결에서 졌다. 충실 의무 위반 의혹으로 이사회 임원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이후 주총 시즌때마다 배당 확대와 이사회 변화 등을 주주 제안했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다. 최근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중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에 적극적인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했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주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이번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주주행동주의에 다소 경험이 있는 차파트너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더욱 결과가 주목된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소액주주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차파트너스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주주로서 차파트너스가 금호석화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차파트너스는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의 처남 차종현 대표가 경영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그동안 맥쿼리인프라, 남양유업, 사조오양 등을 상대로 행동주의에 나선 경험이 있다.
금호석화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차파트너스는 사실상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이지 소액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과거 다른 회사로 주주제안을 할 때는 대상 회사들의 지분 1~3%를 보유하면서 스스로 주주제안의 요건을 갖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겨우 20주를 보유하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박 전 상무와 공동보유계약을 통해 주주제안권을 위임 받아 한 점으로 보아 전체 주주가 아닌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호석화 측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했으며, 자사주가 우호세력에게 처분되는 것을 전제로 비판했다"며 "회사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 한 차례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이를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 없다"며 "차파트너스의 주장은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호석화는 향후 3년 간 기존 보유 자사주의 50%를 분할 소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단시일 내 자사주 전량 소각은 주가 부양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섣부른 자사주 처분은 향후 재무적 유동성이 필요한 시점에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주주제안의 승자는 22일로 예정된 금호석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 구성을 보면 박찬구 회장과 아들 박준경 사장, 딸 박주형 부사장 지분을 합쳐 15.7%에 달한다. 박 전 상무 측은 모친 김형일씨,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차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포함해 10.8% 수준이다. 박찬구 회장 측의 지분이 많지만 양측 의결권 차이는 5%포인트 안팎에 그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금호석화 지분 9.27%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는 박찬구 회장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주주제안이 주주 권익과 관련된 만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경우 향후 금호석화의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다.
금호석화는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7%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5월 회장에서 물러난 후 반년 만인 11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로 전격 복귀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금호석화와 일본 미쓰이화학이 지분 절반을 나눠 갖고 있는 법인이다. 계열사 대표이지만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총수 역할인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화두로 올라올 경우 박찬구-박준경 부자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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