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베트남 물가는?…한달 생활비, 서울의 53%
베트남, 한국과 비교해 한달 생활비 53% 저렴
쌀국수 등 베트남 서민음식 대부분 2000원대
외국인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물가 높아
‘점점 가까워지는 나라’
바로 베트남 이야기다. 베트남은 비행 시간이 길지 않고 물가도 저렴하다. 한류 열풍이 여전해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도 우호적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 여행은 물론 한달 이상 장기 체류를 위해 베트남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자 역시 최근 1년새 여행과 취재를 목적으로 여러 차례 베트남을 찾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방문하고 싶은 나라의 문화와 역사, 현지 분위기, 생활상 등을 미리 공부해두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질 터! 2024년 달력을 보며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도전! 베트남 한달살이 A to Z’를 연재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비교적 물가가 싼 편이라 여행지로 삼기에 부담이 없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물가가 쌀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베트남 현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나 상점에서는 ‘싸다’는 느낌이 확 들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호텔이나 공항, 서비스 업종에서는 이곳이 동남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격대가 높다. 기자의 경험과 다양한 지수를 활용해 베트남과 한국의 물가를 비교해봤다.
◆베트남 ‘빅맥’, 한국보다 얼마나 쌀까=나라별로 물가가 얼마나 높은지 손쉽게 비교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빅맥지수’를 살펴보면 된다. 빅맥지수란 세계적인 외식기업의 대표 음식인 ‘빅맥버거’의 가격이 미국으로 기준으로 나라마다 얼마나 비싼지, 또는 싼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3 빅맥지수’에 따르면 빅맥버거의 가격은 스위스가 6.71달러로 가장 비쌌다. 기준이 되는 미국은 5.15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56위인 한국은 3.5달러였다. 64위에 오른 베트남은 2.95달러에 그치며 비교적 낮은 물가 수준을 보였다. 빅맥지수대로라면 베트남 물가는 한국의 83% 수준이다.
전세계 생활비를 비교해주는 누리집 ‘넘비오(Numbeo)’로 눈길을 돌려보자. 넘비오에 따르면 4인 기준 한국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503만8000원인 반면 베트남은 219만2000원이다. 넘비오는 분석자료에서 “베트남은 한국과 비교해 한달 생활비는 52.8%, 임대료는 42.5% 저렴하다”고 밝혔다.
◆물산 풍부해 저렴한 먹거리·마실거리 넘쳐나=날이 무더운 베트남에선 농작물이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보리와 쌀로 이모작을 하는데, 베트남에선 1년간 쌀을 세번 수확하는 3기작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농산물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의 먹거리와 마실거리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싸다. 국수 없이 못 사는 기자는 베트남에 체류하는 동안 쌀국수를 부담없이, 그리고 원없이 먹어서 행복했다.
허름한 외벽에다 낮은 식탁·의자로 채워진 현지 쌀국수집을 한번 들러볼까. 웬만한 쌀국수 가격이 5만동(VND)을 넘지 않는다. 5만동은 우리나라 돈으로 2500원 정도다. 쌀국수와 돼지고기 등을 ‘느억맘’이라는 시큼한 소스에 적셔 먹는 분짜는 2000원 내외, 바게트빵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먹는 반미는 1500원 내외면 사먹을 수 있다. 진한 육수에다 다양한 향신채소가 들어간 쌀국수 맛도 우리나라의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우니 만족도가 쑥쑥 올라간다.
베트남 한달살기(30일)를 할 때 하루 두끼를 쌀국수로만 구성한다면 들어가는 식비는 많아봐야 15만원 정도(2500원ⅹ2끼ⅹ30일)가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기간 김찌찌개(약 8000원,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참고)를 하루 두끼 먹는다면 48만원을 써야 한다.
마실거리 가격도 여행자의 지갑을 이롭게 한다. 한 음료 가게에 들어갔더니 2만5000동(한화 약 1250원)이면 베트남식 밀크티를 사먹을 수 있다. 베트남산 맥주 가격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편의점 맥주 가격을 살펴보면 1만1000동에서 1만5000동선. 한화로 1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또 열대과일의 천국이다. 골목마다 용과·구아바·패션프루트·바나나·망고·아보카도·코코넛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지난해 봄 달랏에서 망고 1만원어치를 샀더니 두명이서 이틀에 걸쳐 먹었는데도 남을 정도로 양이 상당했다. 우리나라에선 국산 애플망고가 1개에 2만원이 넘는다.
◆외국인 상대하는 곳의 물가는 상상 이상= “베트남은 어딜 가나 물가가 싼가요?”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공항이나 고급호텔은 ‘이곳이 동남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격대가 꽤 높다.
먼저 공항을 살펴볼까.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메뉴판을 보면 깜짝 놀란다 . 햄버거와 음료수, 감자튀김 등이 포함된 이른바 세트메뉴는 10달러가 훌쩍 넘어간다. 우리나라 환율을 1300원이라고 가정하면 1만3000원 정도 한다는 얘기다.
여기선 쌀국수라고 다를 바 없다. 기자가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출국 전 마지막으로 ‘진짜 베트남 쌀국수’를 먹겠다며 전문점에 들렀는데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쇠고기가 들어간 쌀국수 한그릇에 22만동이라 적혀 있었던 것.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만1000원에 육박한다.
대도시 또는 유명 관광도시의 숙박비도 만만찮다.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풀빌라(풀장이 딸린 숙박시설)는 1박에 40만~50만원(2023년 4월 기준), 도심 레지던스는 1박에 6만~7만원(2023년 12월 기준) 선이다. 한국과 비교해봐도 그렇게 많이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한 한인의 이야기도 참고할 만하다.
“사업상 고객과 하노이 인근 골프장에 자주 가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오르거든요. 골프장 가격을 책정할 때 현지 물가가 아닌, 외국인의 구매력을 고려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워낙 한국 사람들이 원정 골프를 많이 치러 와서 그런 건지⋯ . 어디 골프장뿐인가요. 한국 관광객이 북적대는 서비스 업종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어서 베트남 사람이 즐겨 찾는 곳보다 훨씬 비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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