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살기 위해서 달렸죠…이젠 ‘서브스리’에 도전합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현호 매일홀딩스 홍보팀 차장(42)은 2018년 11월 궤양성대장염인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그해 여름 복통이 계속되며 혈변까지 보게 돼 건강검진을 받았고 결국 서울대병원에 갔더니 크론병이었다.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 기관에 걸쳐 발생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궤양성 대장염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염증이 장 전체에 침범하며 설사, 복통, 체중 감소, 혈변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
20대부터 가까이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김 차장은 2018년 4월부터 온라인 마라톤동호회 ‘휴먼레이스’(휴레)에 가입해 달리고 있었다. “주말에 농구동호회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주 1회 5~10km를 달렸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크론병에 진단을 받았고, 살기 위해 달리기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미만 기록)’에 도전하는 건각으로 변신했다.
김 차장은 2019년 10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46분에 완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부터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졌다. 실내 및 일부 실외 스포츠 시설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도 취소됐다. 산은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도 비대면 버추얼레이스로 풀코스를 6번 완주했다.
“도로와 산이 주는 느낌이 아주 달라요. 물론 산이 주는 풍광이 좋기도 하지만 산을 달릴 때 몸이 느끼는 게 달라요. 일단 달릴 때 쓰는 근육이 완전히 다르죠. 그리고 산은 오르막에선 천천히 걸으면서 쉴 수도 있어요. 일종의 회복 구간이죠. 운동의 강약이 확실하게 나눠집니다. 도로는 일정한 스피드를 유지하며 쉼 없이 계속 달려야 합니다. 그래도 도로를 달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도로마라톤 대회도 다시 시작됐다. 김 차장은 2022년 11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19분에 완주했다. 지난해 11월엔 3시간 32초, 딱 33초 차로 서브스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김 차장은 3월 17일 열리는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서 첫 ‘서브스리’에 도전한다. 그는 “준비 많이 했다”며 기록 달성을 자신했다.
“전 달리는 게 좋습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 두려울 때, 심심할 때… 아무 때나 달립니다. 달리면 모든 고민이 사라집니다. 복잡했던 것들이 풀립니다. 달리는 게 삶 그 자체입니다. 그 느낌 아세요? 우주와 하나 되는… 깊은 밤 아무도 없는 강변을 달리면 별과 달, 그리고 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월엔 보디 프로필도 찍었다.
“함께 운동하던 퍼스널트레이너가 ‘달리기를 좋아기 때문에 몸만들기 유리하다’고 해서 해봤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달리기로 체지방을 쫙 뺀 상태에서 근육을 만드니 몸이 괜찮았습니다. 뭐 제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로 해봤는데 의미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운동은 그에게 좋은 변화를 줬다. 건강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서도 ‘달리기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그는 “고교 친구들이 저를 따라 달리기 시작해 풀코스까지 완주했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만나는 한 고교모임 10명 중 5명이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친구들이 ‘네가 그렇게 건강해진 걸 보니 달리고 싶다’고 하며 달렸다”고 했다. 회사 거래처 등 일로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달리기 모임을 만들어 월 1회 함께 만나서 달린다. 그는 “제가 술은 줄였지만 이제 달리기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평생 달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라톤 선수 출신들이 지도하는 ‘오픈케어스쿨’에서 자세 교정도 받고 있다. 자세가 좋아야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강하게 달리는 법을 전수해주고 싶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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