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물 없어서 더 또렷한 한국’…日 네즈미술관 특별전 [일본 속 우리문화재]

강구열 2024. 3. 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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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즈미술관이 26일까지 특별전 '수수께끼의 오쿠(奧)고려다완'은 일본을 매료시킨 한반도 유래 찻잔(다완)들로 꾸민 전시실을 떠올리게 한다.

왜군이 이 곳으로 끌고 온 조선도공들은 가라쓰 도자기의 발전을 이끌었고 오쿠고려다완이 탄생했다.

오쿠고려다완 발전 과정에서 조선도공의 위상을 더욱 부각하는 건 그들의 부재에 따라 큰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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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즈미술관이 26일까지 특별전 ‘수수께끼의 오쿠(奧)고려다완’은 일본을 매료시킨 한반도 유래 찻잔(다완)들로 꾸민 전시실을 떠올리게 한다. 기획전 ‘조선도자의 매력’이 나란히 열려 더욱 그렇다. 일본 최고의 사립미술관으로 꼽히는 네즈미술관은 한국 도자기 컬렉션이 볼 만하다. 다도에 심취했던 설립자 네즈 가이치로가 고려다완을 열심히 모았다고 하고, 아키야마 준이치가 1954년 고려·조선 도자기 컬렉션을 기증해 풍성해졌다.

일본 네즈미술관 ‘오쿠고려다완’, ‘조선도자의 매력’ 전시회장 입구
‘메이드 인 코리아’란 착각을 갖게 하지만 오쿠고려다완은 ‘메이드 인 재팬’이다. 일본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한 규슈 사가현 가라쓰의 찻잔 중에서 무늬가 없는 오래된 것을 지칭한다. ‘오쿠’는 ‘오래된’이란 의미라고도 하고, 조선보다 내륙에서 생산한 데서 ‘안쪽’의 의미라고도 해석되는 데 확실치는 않다. 분명한 건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괜히 이름에 전근대 시대 한반도를 의미하는 명칭인 ‘고려’가 들어갔을리 만무하다.  

네즈미술관 특별전에는 한반도 유래 유물이 없다. 그것이 오히려 한국 도자기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듯 싶다. 오쿠고려다완 전시회의 흥미로운 포인트다.  

네즈미술관 소장 오쿠고려다완. 사진=아트어젠다 홈페이지
가라쓰에 가마가 열린 건 임진왜란(1592∼1598) 때라고 한다. 가라쓰는 옛날부터 중국이나 한반도로 나가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로서 번성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침략의 거점으로 삼아 건설한 나고야성이 멀지 않다. 왜군이 이 곳으로 끌고 온 조선도공들은 가라쓰 도자기의 발전을 이끌었고 오쿠고려다완이 탄생했다.  

오쿠고려다완은 고려다완의 한 종류인 이도다완, 고마가이(熊川·경남 웅천)다완을 모범으로 했는 데 특히 고마가이다완과 굽을 깍는 방식이 꼭 닮았다.  미술관은 “오쿠고려다완은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들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오쿠고려다완의 초기 형태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쿠고려다완 발전 과정에서 조선도공의 위상을 더욱 부각하는 건 그들의 부재에 따라 큰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일 양국 정부 간에 포로 송환 협상이 진행되면서 조선도공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일본에 남았다. 일본 도자의 개조( 開祖) 이삼평은 후자에 해당한다. 네즈미술관은 가라쓰의 조선도공은 귀국을 선택했을 것으로 봤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오쿠고려다완의 변화다. 네즈미술관은 “고려다완과 같은 초창기의 다완에서 일본풍을 보이는 것으로 변했다”며 “초창기 고운 흙을 사용하던 것에서 점차 일반적 가라쓰 도자기에 가까운 태토(胎土)를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변화는) 극히 단시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데 일본인 도공의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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