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게도 다른 얼굴이 있다"…최우식, 지독한 욕심
[Dispatch=김다은기자] 최우식은 청춘의 밑바닥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배우다. '거인', '사냥의 시간', '기생충', '그해 우리는'…. 가장 열정적이지만, 반대로 가장 힘이 없는 세대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 o난감'에서 무기력한 청춘의 온상을 다시 비췄다. 제대한 지 반 년째, 꿈 없이 그저 편의점 알바로 하루를 살아가는 대학생이다.
"제가 어버버하고 나약한 이미지의 연기를 할 때 대중이 가장 편하게 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이미지가 제일 편하고, 제일 잘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이하 최우식)
그러나, 전작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가장 보통의 대학생이면서, 가장 특이한 설정을 부여 받은 것. 죽어 마땅한 이들을 찾아 처리하는 연쇄살인마에 빙의했다.
최우식이 '살인자 o난감'으로 연기 포텐을 터뜨렸다. 특유의 맑고 선한 얼굴로, 살인범 연기를 소름돋게 해냈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이다.
단, 변신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보다,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냐고 스스로 물었다.
"이미지 변화를 좇은 건 아닙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이탕처럼요. (다행히) 제게 점점 다른 얼굴들이 입혀지는 것 같습니다."
'디스패치'가 최우식의 새 도전기를 들었다.
◆ "이탕, 지독하게 욕심났죠"
이탕은 최우식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배우 인생에서 첫 살인마 역. 최우식은 그 어떤 때보다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고 말한다.
"캐릭터의 심경 변화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연기자로서 꼭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심지어 밑도 끝도 없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간 스토리텔러로서 사건 사고를 겪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고 운을 뗐다. '거인'과 '기생충'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우식은 "살인자 o난감은 큰 심경 변화를 더 극적으로 몰고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탕은 원래 수동적인 캐릭터다. "이번 생은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이다"는 대사를 반복할 정도. "내 인생에 반격 같은 건 선택지에 없었다"고까지 토로한다.
그러나 극적으로 캐릭터가 달라진다. 우발적 살인 이후,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것.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증거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죽은 사람 모두 악랄한 범죄자다.
"탕이는 스스로 능력을 깨달은 순간에도 주춤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욕심이 생겼죠.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 첫 살인 후 겪는 딜레마가 와닿았어요. 누구보다 담백하고, 현실적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보는 이들이 '저런 사람이 현실에 있을 수도 있겠다' 공감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며 "'최우식이 한다면 이런 얼굴이겠지?'라는 예상도 뛰어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 "인간병기, 오버 대신 비웠다"
완벽한 표현을 위해, 버림의 미덕을 택했다. 어디까지나 평범함이 베이스여야 한다는 판단. "이탕이 영웅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다"며 "모든 면에서 힘을 뺐다. 절대 오버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액션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극중 이탕의 액션 신은 단 한 차례 등장한다. 송촌(이희준 분)과 맞붙는 장면. 그는 속수무책으로 주먹을 던지며 넘어졌다. 그 순간에도 힘을 쏟지 않았다.
"탕이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던 대학생입니다. 멋지게 해내는 게 현실성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개싸움처럼 보이도록 초점을 맞췄습니다."
원작 웹툰 속 이탕은, 그야말로 다크 히어로다. 악인 감별 능력 각성 이후, 인간병기로 변신한다. 그러나 최우식이 녹여낸 이탕은 다르다. 살인자라기엔 다소 잔잔하다.
그는 "원작에선 이탕이 몇 달 새 살인병기가 된다. 제가 생각한 포인트가 아니더라"며 "이탕이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게 아니라, 원래 모습과 본질을 끝까지 갖고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감독 역시, 이탕의 살인 장면을 후반부엔 몽타주로 대체하기도 했다. 최우식은 "이탕이 갑자기 인간병기가 되는 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며 "이 연출이 현실적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외형에도 힘을 풀었다. "일부러 눈썹을 지우고 촬영했다. 강하게 보이려고 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흐리멍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살인자임을 못 알아채게끔 하고 싶었다"고 했다.
◆ "제 다음은? 즐거움입니다"
최우식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작품은 비평가 리뷰를 집계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 지수에서 100%를 유지했다. 외신 역시 최우식의 변신에 호평을 쏟았다.
"'살인자ㅇ난감'은 놀라운 반전으로 가득 찬 잘 짜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최우식과 손석구의 열연이 압권이었으며, 특히 최우식이 보여준 느릿느릿한 탈바꿈이 인상적이었다." (포브스)
이 성과 뒤에는, 최우식의 구슬땀이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감독님들께 질문이 많은 편인데, 이번 작품은 유난히 더 그랬다"며 "땅에 붙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혹여 내 부족한 연기로 흥미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책임감도 컸다"고 이야기했다.
"제 연기에 100%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편이에요. 스스로 '잘하고 있나' 의심을 많이 하죠. 그래서 더 감독님과 소통하려고 해요. 특히 이번엔 손석구·이희준 형과 붙으니까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욕심이 났고요."
시청자 반응도 꼼꼼히 모니터링했다. "제가 객관적으로 제 연기를 잘 보지 못한다. 그러니 반응을 많이 체크한다"며 "좋은 평이 있어도 '왜 저기서 저렇게 걸었지?' 스스로 의심한다"고 밝혔다.
최우식은 겸손함과, 냉철함, 그리고 캐릭터를 향한 치밀한 집념이 있는 배우였다.
"또 변신하고 싶냐고요?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배울 수 있는 현장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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