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불발’ 사고에 구호품 맞고 가자주민 5명 사망

美 국방부 대변인, “우리 구호품은 안전하게 지상 착륙”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의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주민 5명이 맞고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미국 CBS 방송과 영국 BBC 방송, AFP통신 등은 9일 오전(한국시간) 가자지구 보건부와 현지 의료진,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오전 가자 북부 알샤티 난민촌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이 낙하산 고장으로 추락해 이를 받으려던 주민 5명이 숨지고 10명가량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가자 보건부도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알샤티 난민촌에 투하된 구호품 중 하나에 부착된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이를 받으려던 주민들 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CBS는 사망자 5명 가운데 소년 2명이 포함돼있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30대∼50대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육로를 통한 구호품 수송 트럭의 가자지구 진입이 어려워지자 국제사회는 최근 식량과 의료용품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작전을 펼쳐왔다.

이날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C-17 수송기 한 대가 알샤티 난민촌 상공에서 구호품을 투하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 나타난 구호품 대부분은 낙하산이 잘 펼쳐진 상태로 내려왔지만 하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통제되지 않은 채 떨어졌다. 다만 BBC방송은 해당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진본이 맞으나 영상 속 상황이 이번 사망 사고를 포착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무함마드 알굴은 “밀가루 한 봉지라도 얻으러 남자 형제와 함께 공중 투하된 구호품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은 채 주택 한 곳의 지붕 위로 로켓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수일간 미국, 요르단, 이집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가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공중투하해 온 가운데, 어느 국가에서 투하한 구호품이 사고를 일으켰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과 요르단은 자국군 수송기가 투하한 구호품은 이번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투하된 구호품이 모두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