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투입 '별무효과'…산소호흡기 단 지역 의료 현장
부산대 교수·의대생 집단 성명 ‘강대강’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의 갈등이 ‘강대강’ 대치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전공의는 20일 가까이 진료 현장을 떠났으며 지역 의대 교수와 의대생들까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정부는 간호사들이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으나, 이미 암암리에 해오던 것을 양성화하는 수준에 그쳐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간호사 진료행위 투입됐으나…현장에선 “사후약방문”
정부는 지난 8일부터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간호사들이 사망 진단 등 대법원이 판례로 명시한 5가지 금지 행위와 엑스레이 촬영, 대리 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가지를 제외한 다양한 진료 행위를 의료기관장의 책임 아래 할 수 있게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9일 지역 의료 현장에서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술실 간호사’라고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관행적으로 의사 업무를 해왔고, 그 외 다른 간호사들은 숙련도 부족으로 의사 업무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상황이 달라 일괄적으로 간호사가 언제부터 투입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진료과별로 의견 취합도 필요하고 시행 전 교육도 거쳐야 해 당장 오늘내일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업무 중 의료 사고·과실로 인한 형사 책임을 면할 수는 있어도 민사 소송까지는 보호가 안 되는 문제도 있다.
의료계는 이번 지침이 위법 요소를 완전히 해소한 게 아니어서 간호사들이 적극적으로 진료행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사 단체는 이번 기회에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간호계가 원하는 대로 간호법 제정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간호법은 지난해 야권이 추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병원 돌려막기식 운영…교수·의대생 신입생 증원 반발
지역 대학 병원에서는 교수들이 당직에 투입돼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 외상 파트나 종양내과 등 환자가 많은 진료과의 경우 교수가 사나흘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산대병원 한 교수는 “교수들 대부분 외래 진료를 하고 난 뒤 입원환자를 보는 형태로 근무를 한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체력이 고갈돼 자칫 실수가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환자는 인근 중소병원으로 몰린다. 부산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실제 의료 현장은 아슬아슬하다. 중소병원의 중환자실도 더는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의사 집단은 강공을 예고했다. 부산대병원 소속 교수와 의대생 등 10여 명은 지난 8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을 찾은 차정인 총장 앞에서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차 총장은 의과대학 교실이나 기자재 등 교육 환경을 고려했을 때 증원이 불가능한데도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정원을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며 “총장은 아무런 고려 없이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증원하겠다고 보고해선 안 됐다”고 주장했다. 부산대는 지난 4일 마감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수요조사에서 정원을 기존 125명에서 25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긴급총회를 열고 3개 수련병원(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 25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방침에 대응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울산의대 모든 교원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사직서는) 각 병원 비대위에 자발적으로 제출하되 접수 방안과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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