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고령화 그늘에… 사라진 ‘아이들의 꿈’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2년 전 문닫은 교실에 푯말만 덩그러니
건물 출입구엔 자물쇠·놀이터엔 먼지만
노인보호시설 변경도 주민 반대에 막혀
지역 주민 평균연령 10년새 5.3세나 ↑
5∼6세 입학 연령 인구도 해마다 급감
“그 건물 2층은 얼마 전에 계약됐습니다.”
소속과 연락 이유를 밝힌 기자가 ‘언제쯤 유치원이 문을 닫았나’라고 묻자 임대인은 “2년 정도 됐다”고 답했다. 공실로 둘 수 없어 업종 변경을 거쳐 1층에는 편의점이 입점한 것으로 보였다. 임대인은 2층에도 유사 업태가 들어설 거라고 설명했다.
도보 2분 거리 다른 단지 내의 B유치원도 문을 닫아 적막했다. 건물 출입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놀이터 미끄럼틀은 오래 관리되지 못한 탓인지 먼지로 뒤덮였다.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이곳이 익숙한 길고양이만 놀이터를 거닐었다.
관리사무소에서 기자에게 폐원 시기를 설명하던 관리소장 얼굴 한구석에 그늘이 보였다. 유치원을 대신해 들어설 예정이던 노인보호시설 설치 반대 목소리 탓이다.
유치원 건물 소유주가 노인보호시설로의 업종 변경을 추진했지만 주민의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고 한다. 주민 자체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월등히 많아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인데, 취재 당일에도 향후 정해진 바가 아무것도 없어 제자리걸음이라고 관리소장은 전했다. 관리소장은 “일대 아파트 단지 유치원 건물은 개인 소유가 많다”며 “관리소가 단지 내 건물을 담당할 수 있다면 해결책이 보일 텐데 그렇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씁쓸해했다. 단지 한복판 텅 빈 건물의 미관 문제와 노인보호시설 반대 목소리 사이에서 난처한 듯했다. 유치원으로 쓰였던 특성상 다른 업종을 들이려면 건물 구조 변경도 필요해 상가로 전환하려고 해도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였다.
‘유치원 폐원’은 지역 주민의 연령 구성과 맞닿아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고양시 주민 평균 연령은 2014년 평균 38.6세에서 꾸준히 올라 2017년에는 처음 40세를 넘겼다. 매년 0.5세가량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3.9세로 집계돼 10년 전보다 5.3세나 많아졌다. 고령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평균 연령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유치원 입학 연령인 6세의 고양시 거주 인구는 2014년 9738명에서 계속 줄어 2019년 9043명으로 뚝 떨어졌다. 2022년 8587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7605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9019명에서 2018년 8759명으로 내려앉은 5세 거주 인구도 2022년 7580명을 보이더니 지난해 6988명으로 조사됐다.
높아진 주민 연령으로 노인보호시설 필요성은 증대되고 유치원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 폐원 후 떠난 이들 중에는 타지에서 다시 유치원을 여는 사례도 있지만, 일부는 요양원 등 대안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들렸다.
유치원과 별도로 ‘어린이집 폐원’ 건수와 관련해 고양시는 “지난해 기준 덕양구 3개소, 일산동구 1개소, 일산서구 7개소가 폐원했다”고 밝혔다.
취재를 위해 이동하면서 이용했던 서해선 전철 안에서 본 ‘합계출산율 0.7명대, 미래를 위해 배려해주세요’라는 임산부 배려석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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