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식 시인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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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동거리는 게 삶인데 가슴속에 붉은 열매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노박덩굴의 씨앗이 황홀한 것도 살아보려고 속으로 맺힌 '생존의 슬픔' 이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때문에 노박덩굴의 붉은 열매는 '누구나 무정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바동거리는 작은 가슴들에 대한 위로이자 전남 화순군 오지에서 작두를 타듯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시인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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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노박덩굴 꺾어서/ 흰 벽에 걸어 두었지/ 절로 껍질 벌어지고/ 붉은 열매 나왔네/ 저 씨앗들은 왜 이리 황홀할까/ 그건 외롭기 때문, 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생존의 슬픔이지/ 누구나 무관심하니까/ 누구나 무정하니까/ 그래서 깊은 눈(眼)에 띄게 하려고/ 그러니까 살아보려고/ 속으로 맺혀버린 거야'- 「나는 왜 노박덩굴을 사랑하는가」일부
바동거리는 게 삶인데 가슴속에 붉은 열매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누구나 노박덩굴의 열매 같은 '생존의 슬픔'을 안고 산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노박덩굴의 씨앗이 황홀한 것도 살아보려고 속으로 맺힌 '생존의 슬픔' 이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때문에 노박덩굴의 붉은 열매는 '누구나 무정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바동거리는 작은 가슴들에 대한 위로이자 전남 화순군 오지에서 작두를 타듯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시인의 자화상이다.
박노식 시인의 다섯 번 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가 '삶창'의 79번째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이번 그의 시는 사랑하는 이가 떠나간 가을날의 복판처럼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울음이 편편이 흐르고, 울음은 한적한 호수에 닿아 흐름을 멈추고 소망처럼 파란 하늘을 담는다.
'눈 그친 후의 햇살은 마른 나뭇가지를 분질러 놓는다/ 때로 눈부심은 상처를 남기고/ 산새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거나 종종거리지만/ 시린 몸이 노래가 될 때까지 겨울나무는 견딘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다'- 표제 시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전문
시인의 눈은 눈 쌓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범인이 차가운 눈이 아니라 눈 위에서 따스히 빛나는 햇살이라는 점을 꿰뚫는다. 미움과 증오만이 아니라 때로는 '눈 그친 후의 햇살'처럼 사랑도 상처가 되는, '눈부심이 상처를 남긴다'는 시인의 지적이 시린 이유다.
하지만 시인은 상처가 아프고 시리지만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이른바 '노래가 되기 위한 견딤'은 '노박덩굴의 붉은 열매'의 다른 이름이고 끝내는 그의 시 '숯'에서처럼 '불의 부활을 꿈꾸는' 숯이 된다.
' …(전략)/ 번개가 다녀간 나의 몸은 이제 숯이 되었다/ 아지랑이든 흰 구름이든 풀벌레 소리든 눈 보라든 내 심장의 근심들은 모두 숯 속에 있다/ 견고한 숯 속에서 나는 불의 부활을 꿈꾼다'- 「숯」일부
서두의 시 같은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너는 어디에도 없고/ 세상의 꽃들은 아무 데서나 피어 있다/ 헤어지기 위해 애써 만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서로 바보가 되어/ 아픈 꿈을 꾸고/ 멈출 수 없는 노래가/ 슬픈 별이 되기까지/ 함께 걸었다./ …(중략)/ 그리고 떠났다./ 늦었지만, 오늘은 꽃치자를 심었다.'고 했다.
시인은 오늘도 소리 없이 속으로 울며 늦은 줄 알면서도 바보같이 꽃치자를 심고 있을 것이다. 시인이니까.
시인은 사람의 발길보다 산새의 들락거림이 던 잦은 전남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등의 시집을 펴냈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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