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40㎝ 넘는 반려견은 국립공원 못 가"... 시범사업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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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11월부터 3곳의 국립공원에서 시행 중인 반려견 동반 시범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단은 시범사업 시행 2년 뒤 사업 존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중대형견 허용 불가에 짧은 구간의 산책로 출입만 허용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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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11월부터 3곳의 국립공원에서 시행 중인 반려견 동반 시범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단은 시범사업 시행 2년 뒤 사업 존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중대형견 허용 불가에 짧은 구간의 산책로 출입만 허용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2025년 12월 말까지 북한산, 가야산, 계룡산 국립공원에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는 '반려견 동행'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는 2022년 '국민제안'으로 접수돼 대통령실이 정책화를 추진하면서 진행됐다.
북한산은 무장애 탐방로 가운데 1.1㎞에 대해 반려견 산책을 허용했고, 가야산과 계룡산은 야영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숙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사업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이용한 수는 총 106건으로 북한산이 32건, 가야산과 계룡산이 합쳐서 74건이다.
먼저 출입할 수 있는 개의 체고(키)를 40㎝로 제한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중대형견을 기르는 반려인들은 중대형견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대형견 2마리를 키우는 배우 이기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립공원 내 중대형견 배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 24에 중대형견의 국립공원 출입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린 김모씨는 "시범 운영에서부터 소형견만 이용하도록 하는 게 제대로 된 시범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중대형견에 대한 선입견만 공고히 하는 정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북한산 앞에서 중대형견의 국립공원 출입을 막는 것을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반려견 동반 산책을 허용한 북한산의 경우 이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장애 탐방로 구간을 함께 이용해야 한다. 길이 역시 1.1㎞에 불과해 반려인들로부터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공단이 반려견 동반을 허용한 구간을 제대로 선정했는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시범사업으로 2년 뒤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립공원 내 반려견 허용을 두고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근본적 지적도 나온다. 정 국장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공간에 반려동물의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했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사실상 대통령실 정책에 의해 급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체고나 탐방 거리 등을 제한해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공단 측은 "중대형견은 상대적으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업 초기에 부득이 이들을 제외했다"며 "체고 기준은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산림청 휴양림 반려견 허용 기준, 지방자치단체들의 선례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 장소와 산책로가 짧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가장 보수적으로 공개 범위를 설정했다"며 "2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생태계 영향 및 비반려인 의견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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