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이어진 14년 관계… 사랑 같은 우정, 우정 같은 사랑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4. 3.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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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덱스터는 아버지 주선으로 시작한 방송 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드라마는 둘의 우정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우정을 여러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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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원 데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드라마 '원 데이'는 대학 졸업 무도회에서 알게 된 동창 덱스터와 에마의 우정과 사랑을 아련한 향수와 함께 그려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4부작 | 18세 이상

두 남녀는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강렬한 키스와도 같은 대면이다. 1988년 7월 15일 에든버러대 졸업 무도회장에서다. 홀리듯 서로에게 반한 둘은 여자 에마(앰비카 모드)의 기숙사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남자 덱스터(리오 우달)의 예상과 기대와 달리 둘은 대화만 나눈다. 덱스터와 에마는 가정환경도 생각도 너무 다르다. 덱스터는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를 뒀고 놀기 좋아하는 바람둥이다. 반면 에마는 고학생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①한량 같은 남자, 고지식한 여자

덱스터와 에마는 그리스로 함께 여름휴가를 갈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둘은 서로에게 그저 친구처럼 대하나 마음속에는 사랑이 움트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기이한 하룻밤을 보낸 후 덱스터와 에마는 절친한 친구가 된다. 학교 다닐 때는 교류가 없던 두 사람은 졸업 후에야 우정을 쌓는다. 졸업 후 덱스터는 유럽을 여행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고, 에마는 유랑극단에서 공연을 하며 세상을 배워간다. 접점을 찾기 힘든 삶이다.

직업도 대조를 이룬다. 덱스터는 아버지 주선으로 시작한 방송 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쓰레기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으나 명성과 돈을 얻는다. 에마는 작가가 꿈이나 생계를 위해 교사 일을 택한다. 덱스터에 비하면 돈은 적게 벌고 빛이 나지 않는 직업이다.

한량 같은 덱스터와 고지식한 에마는 공통점이 없는 삶을 살면서도 우정을 이어간다. 덱스터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에마를 찾을 만큼 의지를 많이 한다.


②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덱스터와 에마는 끊어질 듯 이어지며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한다. 둘은 종국에는 사랑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제공

친구라고 하나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간다. 각자 연인이 있으면서도 서로 은근히 연모한다. 연인은 아닌데 친구 사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어정쩡한 관계임에도 덱스터와 에마는 사랑을 입밖에 내지 않는다.

드라마는 둘의 우정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우정을 여러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매년 7월 15일 둘 사이에 있었던 사연이 소재다. 어떤 때는 둘이 그리스에서 연인처럼 휴가를 보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두 사람이 크게 싸우기도 한다. 둘은 싱그러우면서 순수하고 그래서 언제 부서질지 모를 듯한 청춘의 사연을 화면에 새긴다.


③돌고 돌아 사랑은 이뤄지나

마흔 눈앞 덱스터는 에마와 함께 걷던 에든버러성 뒷길을 딸과 걸으며 추억에 빠진다. 넷플릭스 제공

두 사람은 돌고 돌아 사랑에 이른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나이에서다. 사랑의 생채기를 훈장처럼 가슴에 새기고 난 뒤에야 서로를 향한 감정을 받아들인다. 사회적 위상은 둘 다 달라진 뒤다. 덱스터는 유명인의 자리에서 미끄러져 내리나 에마는 명사가 된다.

제목 ‘원 데이(One Day)’는 드라마가 7월 15일에 벌어진 일만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어느 날을 뜻하기도 한다. 덱스터는 2007년 7월 15일 에든버러대 교정을 찾아 추억에 빠진다. 학교 건물과 에든버러의 명물 아서스 시트(Arthur’s Seat)는 무심하게도 그대로인데 사랑과 청춘은 간데없다. 그는 어느덧 마흔 문턱 앞에 서 있다.

뷰+포인트
영국 작가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소설(2009)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에는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지스가 에마와 덱스터를 각각 연기했다. 매 회가 끝날 때마다 영국 팝송이 울린다. 그룹 콜드플레이와 벨 앤 서배스천, 더 스미스, 더 킨크스 등의 노래는 쓸쓸하거나 서글프거나 흥겹다. 노래가 전하는 정서가 무엇이든 드라마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 파도가 일 듯하다. 공중전화와 엽서, 카세트테이프 등 이제는 유물 취급받는 것들이 두 사람을 잇는 주요 매개체다. 1990년대 20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공감도가 더 높을 듯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시청자 8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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