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선배 2명을 제쳤다' 2년차 복덩이, 자신감 쑥쑥-태도는 겸손 "주전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안호근 기자 2024. 3. 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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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내야수 문현빈이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문현빈 선수가 스타팅으로 나가면 2루수로 쓰는 게 수비에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골든글러브 출신, 그것도 2루수로서 가장 빛났던 선배 2명을 이겨냈다. 2년차 루키 문현빈(20·한화 이글스)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원호 감독으로부터 주전 2루수로 낙점을 받았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양 팀의 2루수는 문현빈과 황영묵이었다. 2루수 골든글러브 출신 안치홍(34)과 정은원(24)은 각각 1루수와 중견수로 출전했다.

청백전이기에 포지션 조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시범경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올 시즌 한화의 수비 구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경기였다.

아직 타자들의 컨디션이 끌어오르지 않은 탓인지, 류현진과 문동주, 김민우 등의 공이 뛰어났던 것인지 이날 경기는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타자들은 양 팀 도합 5안타에 불과했다. 타격 성적을 두고 비교를 하기보다는 최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문현빈(오른쪽)이 7일 청백전에서 어웨이팀 2루수로 선발 출전해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GG 선배가 2명인데' 감독의 픽은 2년 차 문현빈

한화의 2루는 정은원이 꽉 잡고 있었다. 2018년 데뷔한 그는 2021년 139경기에서 타율 0.283 105볼넷 85득점, 출루율 0.407 등 맹활약하며 2루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신인 내야수 문현빈(20)이 합류한 것. 어떤 타구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했던 양준혁을 떠올리며 성실한 태도를 강조했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뛰었다. 타격 재능도 뛰어났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정은원은 "위협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먹힐 것 같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정은원은 지난해 타율 0.222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반면 문현빈은 첫 시즌임에도 137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66을 기록했다. 그만큼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고 2루수로도 54경기, 358이닝을 소화했다. 정은원이 101경기, 797⅔이닝을 책임져 주전 2루수에 더 가까웠지만 정은원의 예상처럼 실제로도 '위협 그 이상'이었다.

중견수로도 70경기, 519이닝을 소화한 문현빈은 올 시즌 외야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 이유는 한화가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안치홍은 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2루수로서 골든글러브를 3차례나 수상한 선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이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화 내야가 포화상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외였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4일 호주 멜버른-일본 오키나와에 걸친 1,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타격에서 정은원, 문현빈이 현재 컨디션이 더 좋다"면서도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문현빈 선수가 수비 폭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좋다는 평가가 있다. 문현빈을 스타팅으로 쓸 경우에는 2루수로 쓰는 게 수비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를 치른 뒤에야 최종결정이 나오겠지만 골든글러브 출신 선배 2명을 제치고 문현빈이 2루수에서 우위에 서 있다는 게 감독의 1차적인 결론이었다.

안치홍은 한화가 타격적 재능에 더 무게를 두고 영입한 자원이다. 수비 범위와 체력 등의 문제로 이미 지난 2년간 2루수로 198경기(1524이닝), 1루수로 74경기(456이닝)로 나눠 출전했다.

최 감독은 "안치홍 선수는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더 기대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144경기 전 타석에 넣으려면 수비까지 부담을 줘서는 쉽지 않다"며 "채은성 선수와 함께 1루, 지명타자에서 중점적으로 나서고 2루는 문현빈 선수 쪽으로 가려고 한다. 외야에서 정은원, 최인호, 이진영, 김태연 선수 중 2명을 넣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APBC 2023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문현빈(오른쪽).
◆ 겸손한 복덩이 "주전이라 생각지 않는다", 익을수록 더 고개를 숙인다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막판에서야 외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만큼 벤치에 앉혀두고 아깝다는 판단이었다. 내야와 외야를 오가면서도 무려 137경기에 나섰다. 시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고 연봉협상에선166.67%, 5000만원 인상된 8000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훈련 도중 스타뉴스와 만난 정은원은 "(국제대회에서)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많이 만나보니까 더 자신감이 생겼다"며 "타석에서도 더 떨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번째 시즌을 맞아 당당히 내야 한 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다. 스스로도 만족한 스프링캠프였다. "작년보다 확실히 잘 준비했다. 신인 때는 무작정 따라했던 느낌이었다. 지금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했다. 더 만족한다"며 "수비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더 준비가 잘 됐다. 타격에서는 실전에 더 나서봐야겠지만 각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 내야는 물론이고 외야용 글러브도 여유 있게 챙겨나갔으나 이젠 2루수로서 최원호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는 "2루(훈련)를 중점적으로 하긴 했는데 올해 목표가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라며 "외야와 내야를 구분하지 않고 준비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저도 (마음의) 준비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7일 청백전에서 타구를 날리고 1루로 전력질주하는 문현빈. /사진=한화 이글스
도움을 받을 곳이 더 많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안치홍 선배나 새로 오신 김우석 코치님과 같이 훈련을 했는데 얘기도 많이 나누고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아 자신감도 생겼다"며 "항상 급했는데 2루는 (1루와) 가까워서 천천히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천천히 해도 다 아웃이 되더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자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가,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게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문현빈은 "당연히 스스로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매사에 잘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 능력에 있어서도 한층 발전을 꾀한 시기였다. 문현빈은 "보완하기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극대화시키려고 했다. 자신 있던 컨택트적인 부분이고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로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웨이트 트레이닝도 멀리치는 것보다는 더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부분에서 제 장점을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선배들의 경험을 흡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김)강민 선배님이랑 (안)치홍 선배님한테 질문을 많이 했는데 답도 잘해 주시고 먼저 말도 걸어주셨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덕분에 많이 대화를 나눠봤다"며 "타격할 때 어떻게 치는지, 루틴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고.

첫 시즌에 비해 한층 안정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문현빈의 목표는 한결 같았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뿐"이라며 팬들을 향해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준비를 잘했고 많은 선배님들도 합류하셨기에 정말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좋은 경기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타구를 날리고 있는 문현빈. /사진=한화 이글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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