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키로 간다?’...키 성장 부진과 성조숙증 원인은 ‘소아비만’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나중에 크면 살이 다 키로 갈 거야.” 덕담처럼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정말 살이 다 키로 갈까?
최근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남자의 경우 2012년 10.4%에서 2021년 25.9%, 여자는 2012년 8.8%에서 2021년 12.3%로 각각 2.5배, 1.4배 증가했다. 소아비만은 결국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여러 합병증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으로 방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와 개선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키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아비만에 대해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소아비만, 성조숙증과 키 성장 부진 유발
소아비만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숙을 빠르게 하고,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 또한, 키 성장 부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높아지고, 초기에는 키가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숙이 빨라지는 만큼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된다. 결국, 성장호르몬 불균형으로 키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키 성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김주영 교수는 “소아비만은 체내의 호르몬을 교란시켜서 성조숙증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며 “과도한 체내 지방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조숙증에 걸리면 결국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키 성장이 크게 둔화되기 때문에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리 아이도 소아비만일까?
성인비만 진단과 마찬가지로 소아비만을 진단할 때도 ‘체질량지수(BMI)’를 사용한다. 체질량지수란 검사자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²)으로 나눈 값이다. 성인의 경우에는 BMI가 25이상이면 비만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소아청소년에서는 연령에 따라 키와 체중, 신체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를 쉽게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만 2세 이상 소아청소년 비만을 진단할 때는 연령별, 성별 체질량지수 백분위수를 사용한다. 성별, 나이를 기준으로 백분위수가 85~94.9라면 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에 해당한다.
소아청소년기에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뇌혈관 질환, 심혈관계 질환과 관절 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와 노력이 중요하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는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소아비만 기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소아비만 치료를 통해 원활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속적인 노력과 가족 중심적 접근 필요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을 유도하고 키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인 만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키도 안 크고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
소아비만 치료를 위한 운동은 얼마나 격렬하게 하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소아비만뿐만 아니라 성장발달에도 좋은 운동은 줄넘기, 자전거 타기, 수영, 달리기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고도비만 아이들은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무리가 가서 관절염이나 스트레스 골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체중 부하 되지 않는 계단 오르기, 자전거, 수영, 걷기 등을 하루 30분씩 매일 하는 것을 권장한다.
소아비만 치료에 있어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에게만 인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족 전원이 아이에게 맞추어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아비만은 고기나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거나, 지나치게 과식을 하거나, 야식을 자주 먹거나 외식을 자주 하는 등 가족의 식생활 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 또한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음식은 반드시 일정한 시간에 식탁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먹고, TV를 시청하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먹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이에게 금지 시킨 행동을 가족이 행한다거나, 아이에게 먹지 못하게 한 음식을 가족이 먹는 모습도 보이지 않도록 한다.
가능하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평소 생활 속에서 온 가족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또 온 가족이 함께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 장소, 시간, 감정상태, 자세 등을 기록하는 식사 일기나 하루 동안 실시한 운동량을 기록한 운동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소아비만인 아이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매우 중요하다.
김주영 교수는 “아이가 또래 친구들에게 열등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그럴수록 부모가 아이에게 체중 관리에 대한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해주고, 아이 스스로가 자존감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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