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소송 패소한 트럼프, 법원에 항소 요청…1200억 공탁

항소심서도 지면 공탁금 피해자에 지급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려고 1000억원 넘는 금액을 공탁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기 위해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공탁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년 전 벌어진 성폭행 사건 관련 명예훼손 1심 소송에서 패소하자 재판부가 결정한 위자료 지급액의 110%에 해당하는 9160만달러(약 1200억원) 보증채권을 법원에 맡기고 항소 승인을 요청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달러(약 11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캐럴은 지난 1996년 뉴욕 맨해튼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한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데 조언해달라"고 유인해 자신을 제압한 뒤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소송은 "성범죄 사실이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캐럴이 성폭행 소송 외에 추가로 위자료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1심 배심원단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준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탁금을 내걸지 않고 항소심을 진행하려고 위자료 지급 결정 집행을 중단해달라고 1심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번 공탁금은 미국 보험사인 처브그룹 계열 보증회사인 연방보험회사가 대납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패하고 배상금 지불을 거부하면, 캐럴은 이 채권을 통해 8330만달러를 받게 된다.

성폭행 소송 관련 1심 평결은 지난해 5월 이뤄졌다.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며 "500만달러(약 66억원)를 배상하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민사 소송에서도 패소해 4억5400만달러(약 6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잇단 소송에 휘말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정치후원금 대부분을 소송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발적 벌금 모금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송 비용이 워낙 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