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시범경기 '4할 타율'…기대감 키우는 JTBC 하드 속 장면들 3|인물탐구영역

이수진 기자 2024. 3.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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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작도, 과정도…떡잎부터 달랐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1500억 계약을 한 걸 두고 "최악의 계약 2위"라는 혹평도 나왔습니다. 시작부터 위축될 법도 한데, 이정후 선수는 시범경기에서 4할이 넘는 타율을 보여주며 팬들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정후 선수가 오랫동안 꿈꿔온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거를 보면 어느 정도는 미래를 점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번 주 인물탐구영역에서는 떡잎부터 달랐던이정후 선수의 장면들을 JTBC 아카이브에서 찾아봤습니다.

장면1. 야구 향한 확고한 의지


어린 이정후 선수와 이종범 코치. 〈출처=한겨레〉

아버지 이종범 코치는 '바람의 아들'로 불린 천재 타자라 이정후 선수도 조기 교육을 받았을 것 같지만, 이종범 코치는 아들이 야구 선수 되는 걸 반대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종범 코치는 가난했기에 '헝그리 정신'으로 힘든 프로야구의 세계를 버텼지만, 아들 이정후 선수는 굳이 힘든 프로의 세계에 입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또, 이종범 코치가 선수로서 세운 기록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아버지란 높은 벽이 아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됐던 겁니다.

1994년 MVP를 수상한 뒤 '금종범'으로 분장한 모습.

〈이종범 코치가 세운 기록〉
타격왕 1회(1994년), 최다 안타 1회(1994년), 득점왕 5회(1993년,1994년,1996년,1997년,2004년), 도루왕 4회(1994년,1996년,1997년,2003년),출루율왕 1회(1994년), 골든글러브 6회, 한국시리즈 MVP 2회, 한·일 통산 2000안타

이종범 코치는 여러 기록을 세웠지만,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을 꼽자면 바로 '도루'입니다. 1994년 84번 타석을 훔쳐 한 시즌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로 남았고, 도루 개수로도 역대 2위입니다. 그래서 2012년 이종범 코치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 "도루 84개 했던 게 가장 좋은 기억이다" 언급하기도 했죠. 눈물의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자신의 성적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미소 짓는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아들이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반대를 이겨내는 게 변화의 첫 번째 관문인데, 이정후 선수의 의지가 남달랐습니다. 10살 전까지 아버지가 야구 선수 되는 걸 반대했기 때문에 축구나 골프를 배웠는데, 이정후 선수는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죠. 이종범 코치가 해외 훈련 갔을 때 어머니와 짜고 몰래 선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학교도 야구부가 있는 곳으로 전학을 가버리죠.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한 이종범 코치는 이정후 선수는 이런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합니다.

〈출처=JTBC 아는형님〉

이종범 코치: 야구를 극구 반대를 하고 골프를 연습을 시켰는데, 세상에…. 골프 스윙을 하고 (1루로) 뛰더라니까. 정후야 말해줘!
이정후 선수: 진짜야.
-JTBC 〈아는 형님〉, 2021.12.11 방송분

장면2. 주눅 들지 않는 강철 멘탈



아버지 이종범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이정후 선수에게 많은 조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정후 선수의 옛날 인터뷰를 뒤져봐도 "처음이라 긴장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때는 2016년 6월, 이정후 선수가 아직 휘문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넥센이 1차 지명 명단에 이정후를 포함해, JTBC 취재진이 남양주로 찾아갔죠. '이종범의 아들이 지명되었다'는 뉴스에, 여러 언론이 현장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건 이정후 선수의 태도였습니다. 18살 고등학생이 기자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서 첫 인터뷰를 하는 건데도 별로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자들의 질문이 다소 거친 편이었는데, 이정후 선수는 여유 있어 보였죠.

2016년 6월. 넥센 1차 지명 이후 인터뷰. 〈출처=JTBC〉

기자: 소감?
이정후: 소감이요? 소감은 기쁘고. 열심히 하겠단 생각 듭니다.


기자: 말이 짧다. (중략) '아버지 뛰어 넘는다' 이 부분, 진심을 담아서 한 번만 다시 말해주세요.
이정후: 아버지를 뛰어 넘는 건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해서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자: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이정후의 아빠라는 타이틀이 훨씬 낫죠? 그 얘길 한 번 해주세요.
이정후: 네, 지금까지는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로 불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정후의 아빠 이종범으로 불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6년 6월, 휘문고 시절 (넥센 1차 지명 직후 인터뷰)

낯선 환경 속에서도 기죽지 않는다는 것, 이 장점은 신인 때 성적으로 드러납니다. 2017년 144경기에 나와서 179개의 안타(리그 3위)를 때리고 111득점(리그 3위)을 기록합니다. 곧바로 KBO 신인을 거머쥡니다. 데뷔 첫해 시상식에서 이정후는 축하 공연까지 하며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죠. 야구도, 인터뷰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익숙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스포츠 2세가 이정후 선수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강철 멘탈은 위기의 순간 더 부각됩니다. 지난해 4월 타율이 2할 1푼 8리로 떨어졌을 때, 머리를 빡빡 깎고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죠. 이정후 선수는 "더워서 잘랐다"고 말했지만, 그 뒤 눈부신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5월과 6월 3할대 타율을 기록한 뒤 7월에는 4할 3푼 5리를 기록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이정후 선수가 잠깐의 부진을 겪더라도 결국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장면3. 등 번호 51



2017 신인 드래프트. 〈출처=JTBC〉
프로 입문 전의 이정후 선수는 지향점이 분명했습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1차 지명된 후 이정후 선수는 "KBO에서 닮고 싶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이치로 선수를 말하죠. 진행자가 KBO 선수로 한정해서 물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치로'는 범위를 넘어선 답변이었지만, 그만큼 롤모델이 분명하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입단 첫해 등 번호 41번에서, 이듬해 51번으로 바꾼 뒤 메이저리그에서도 같은 번호를 유지하는 건 줄곧 '등 번호 51번'을 쓴 이치로의 영향입니다.

“진행자: 아버지 빼고, KBO에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요?
이정후: 마이애미 말린스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요.“
-2016년 KBO 신인 드래프트

자신의 장점이 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8년 전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장점을 '콘택트 능력'으로 꼽았으니까요.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개발한 이정후 선수는 프로 데뷔 2년여 만에 최연소, 최소 경기 500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안타를 쳐 '최연소 1000안타'를 기록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미국 언론도 "이정후는 배드 볼 히터(Bad ball Hitter)"라면서 컨택 능력을 인정하죠.

"강한 컨택 능력과 출루를 하려는 게 제 장점이고,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고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휘문고 시절 (넥센 1차 지명 직후 인터뷰)

10대 선수가 어떻게 자신의 장점과 목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까?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12살의 이정후는 이루고 싶은 꿈을 일기장에 적었고 꾸준히 노력했죠. '1차 지명으로 프로 입단,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출전, 골든글러브 수상, 타격왕, 신인왕, 한국시리즈 우승,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메이저리그(MLB) 진출.' 여기서 이루지 못한 건 '한국 시리즈 우승' 단 하나뿐입니다. 이정후 선수도 지워진 버킷 리스트를 보며 기분이 묘했다고 전해집니다.

꿈을 꾸면 그 꿈을 닮는다는 말, 이정후 선수를 보면 이 말이 떠오릅니다. 3월 말이면 이정후 선수가 오래도록 꿈꾸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정식으로 서게 됩니다. 꽃길만 펼쳐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JTBC 아카이브 속 당당하던 모습처럼 빅리그에서도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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