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크래프톤' 꿈꾸는 게임사들, 시프트업만 쳐다본다

최우영 기자 2024. 3.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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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얼어붙은 게임산업계 상장 추진사 중 최고의 블루칩
시프트업 기업가치 평가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좌지우지
올해 상장 통해 투자사 텐센트 등 자금회수 움직임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 /사진=시프트업
2021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게임사 크래프톤은 기업가치를 28조원으로 평가 받으며 순식간에 황제주로 등극했다. 초반 주가는 부침을 겪었지만 이후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상당 기간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며 공모 당시의 기업가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상장을 꿈꾸는 게임업체들은 누구나 '제2의 크래프톤'을 꿈꾼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 속에서도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기 위해 끊임 없이 게임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게임사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승리의 여신: 니케'로 전 세계 오타쿠들을 사로잡은 시프트업이다.
3개월 새 기업가치 1조→2조원 '점프'
2013년 설립된 시프트업은 지난해까진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만 내놓은, 흔한 개발사 중 한 곳에 불과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김형태 대표가 이끌며 그래픽에 지대한 공을 들인다는 점이 어느 정도 주목 받을 뿐이었다.

시프트업의 '대박'은 2022년 11월 첫 선을 보인 '니케'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2월 PC버전을 선보이며 전 세계 서브컬처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유명 성우를 대거 기용한 더빙, 디테일을 살린 그래픽, 완급 조절에 성공한 스토리라인 등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의 '2024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승리의 여신: 니케'의 누적 매출은 올해 1월 기준 7억달러(약 9244억원)를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 2022년 7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할 당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는데, 2023년 10월 중국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는 2조원의 평가를 받았다. 시프트업의 상장 추진은 이처럼 호의적인 시장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라인게임즈의 '눈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히트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 /사진=카카오게임즈
시프트업의 상장 추진 및 기업가치 평가 과정을 눈여겨 보는 곳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대항해시대 오리진' 개발사 라인게임즈 등이다. 두 곳 모두 적절한 가치를 평가 받아 상장하길 원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상장 '대박'을 터뜨린 게임사 라인업이 끊겼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프트업이 앞장서서 시장에서 적절한 가치를 평가 받으면, 이에 따라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비교 평가 받고, 공모가를 확정해 보다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실제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2022년 비교군이 없는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하다 경색된 시장 여건 때문에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연기 이유에 대해 라이온하트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시프트업, 올해가 상장의 최적 타이밍
시프트업의 차기작 스텔라블레이드. /사진=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
라이온하트와 라인게임즈가 원하는대로 시프트업의 상장은 올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시프트업 기업가치 상승의 일등공신이던 '니케'의 매출이 서서히 하향안정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초 글로벌 버전 출시 이후 거둔 '7억달러'의 매출이 니케의 가장 빛나는 시기로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전년도 매출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관습을 고려할 때 올해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프트업의 차기작인 '스텔라 블레이드'도 트레일러 영상 등을 통해 글로벌 팬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콘솔용 패키지 게임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내 업체가 만들어 '대박'을 냈던 콘솔용 게임 중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나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등도 실제 거둔 수익은 수백억원대에 불과한 형편이다. 꾸준히 새로운 BM(비즈니스모델)을 붙여 돈을 벌 수 있는 RPG 장르에 비해 수익 창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대 주주 텐센트의 입김 작용할까
슝안신구 내 룽청현 시가지의 한 건물에 자리잡은 텐센트 사무실. /사진=머니투데이DB
시프트업 상장의 또 다른 변수는 2대 주주 텐센트다. 텐센트의 자회사 에이스빌은 지난해 10월 위메이드가 보유 중이던 시프트업 주식 200만여주(4.1%)를 800억원에 매입하며 2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했다. 약 20%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프트업이 올해 상장할 경우 텐센트는 보호예수 기간 직후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 당국의 게임산업 규제정책으로 중국 내 산업계가 황폐화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자본을 내수 업체에 투자하라는 압박을 이어가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텐센트가 해외 투자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관측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22년 텐센트가 자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징둥닷컴, 씨(SEA)그룹 등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지분을 처분하며 '차이나 리스크'를 불러온 전례가 있다"며 "텐센트의 자금 회수가 일시적으로 벌어질 경우 단기적인 주가 폭락 등이 따라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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