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HMM… 법인세 인하 후 실적 꺾였지만 현금 쌓은 기업들

강서구 기자 2024. 3. 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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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➋
시총 50대 기업 실적·현금 리포트
50대 기업 사내유보금 변화 분석
실적 줄 때도 늘어난 사내유보금
1년 만에 57조500억여원 증가
실적 준 27개 기업 유보금 늘어
법인세 인하효과 단정 어렵지만
낙수효과 나타날지 여전히 의문

# 우리는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 1편에서 법인세 인하 후 시총 5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기대했던 법인세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5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줄었지만, 사내유보금은 되레 증가했다. 법인세 인하분만큼의 돈이 50대 기업의 곳간으로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통계다. 그렇다면 개별 기업은 사내유보금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 두번째편이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1년 새 57조5101억원 증가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한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경제를 짓누른 위기에 국내 기업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더스쿠프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2023년 3분기 당기순이익(누적 기준)을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50개 기업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70조1237억원으로 1년 전인 2022년 3분기 119조2548억보다 49조1311억원(41.1%) 감소했다.

그렇다고 위협 요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돕는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율 인하다. 정부는 2022년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은 구간별로 1%포인트 인하했다. 그 결과, 시총 상위 50개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2022년 3분기 37조9668억원(누적 기준)에서 지난해 3분기 20조6405억원으로 17조3263억원(45.6%) 감소했다.

물론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 탓에 기업의 법인세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린 기업도 있었다. 현대글로비스, 메리츠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22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법인세는 적게는 3% 많게는 11% 이상 줄었다.

반대로 법인세 납부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법인세 규모는 2309억원으로 전년(551억원) 대비 316.0%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1368억원에서 지난해 7791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 57조원 늘어난 사내유보금 = 그렇다면 기업들은 정부가 법인세를 낮춘 목적대로 투자와 고용에 사내유보금을 투입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당기순이익이 41.1%나 줄어든 침체기에도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22년 679조1840억원에서 지난해 736조6941억원으로 57조5101억원(8.4%) 증가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27개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2022년 대비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실제로 2022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27개 기업 중 62.8%에 달하는 17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했다. 2022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91.8% 감소한 HMM의 사내유보금은 9조1216억원에서 10조6585억원으로 1조5369억원(16.85%)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7057억원)의 2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89.1%(1조5604억원→1693억원) 감소한 카카오도 사내유보금은 8.5%(11조844억원→12조355억원) 늘어났다.

법인세 인하 정책이 정부가 기대한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유보금은 2022년 3분기 967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조4177억원으로 149.9% 늘어났다.

그 뒤를 네이버 122.0%(11조5873억원→25조7290억원), 한미반도체 99.63%(1089억원→2174억원), 메리츠금융그룹 82.1%(4조1625억원→7조5837억원), 대한항공 57.7%(3조2249억원→5조880억원) 등이 이었다. 대한항공은 당기순이익이 2022년 1조3546억원에서 지난해 1조308억원으로 23.9% 감소했지만 사내유보금은 71.0%(1조9245억원→3조2913억원) 늘었다.

■ 사내유보금 준 기업들 = 모든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쌓는 데 급급했던 것은 아니다. 1년 사이 사내유보금이 10% 이상 줄어든 기업도 7곳을 기록했다. 특히 LG화학의 사내유보금은 2조501억원(4조2633억원→2조2132억원·48.0%) 감소했다. SK스퀘어의 사내유보금도 1조4901억원에서 9568억원으로 35.7% 감소했다. 이밖에도 고려아연·SK하이닉스·KT&G·에코프로·두산에너빌리티 등의 사내유보금이 10% 이상 감소했다.

사내유보금이 줄어든 기업 가운덴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해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급망 확대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에 예정된 투자 규모만 10조원이 넘는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로 부진에 빠진 SK스퀘어도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8600억원 규모의 자회사 SK쉴더스(보안 기업)의 지분을 매각했다.

하지만 2차전지 기업의 투자가 법인세 인하효과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국내 배터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15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윤 정부가 법인세 인하로 노린 낙수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1년의 성과를 가지고 법인세 인하효과를 단정하긴 어렵다. 당장 내일이라도 기업이 쟁여놓은 사내유보금을 풀어 투자에 사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고금리·고물가 국면에서 침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1~2년 후의 지표가 더 중요하다. 과연 윤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정부의 노림수처럼 낙수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6개월 후 다시 분석해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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