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무죄 추정 원칙 강조한 대법원…부작용 논란도
[앵커]
성범죄의 경우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6년전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판례를 내놨는데요.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피고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이를 활용한 무죄 선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래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6년 전 대법원은 소위 '피해자다움'의 잣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면 안 된다는 판례를 내놨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거나, 사건 전후의 태도가 피해자 답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 등을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천대엽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소부에서 새 판례를 내놨습니다.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객관적 정황 등에 비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무조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지만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후 이 판례를 인용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과외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B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법원은 피해자가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능동적으로 이성 교제를 한다는 점 등을 판결 배경 중 하나로 설명했습니다.
<원민경 / 변호사> "천대엽 판결 이후 성범죄 가해자 중심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현재의 판결 경향에 대해 매우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천대엽 판결'이 여성 대법관이 없는 소부에서 선고됐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인데, 여성 대법관이 더 늘어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TV 정래원입니다. (one@yna.co.kr)
[영상취재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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