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었어야"..."멍키스패너로 `머리 가격`한 전 남친, 출소 두려워요"

박양수 2024. 3. 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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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죽었어야 전자발찌가 부착되고,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텐데."

김씨는 "법정에 피해자인 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판사는 '피고인을 한 번 더 믿고 기회를 준다. 또 그러면 전자발찌를 부착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때 '내가 죽었어야 전자장치가 부착되고,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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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서 가해자에게 징역 15년 선고
하지만,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
“접근금지 명령에도 직장 찾아와 범행”
피해자 위험 빠뜨리는 법의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 지원·범죄자 처벌 강화해야”
사건 이후 입원 중인 피해자 김씨. [피해자 김모씨 제공]
멍키스패너로 가격당한 피해자 머리. [피해자 김모씨 제공]
점퍼에 흉기를 숨긴 채 피해자 직장으로 향하는 가해자. [피해자 김모씨 제공]

"가해자가 출소하면 50살도 안 됩니다. 전자발찌도 부착하지 않으면 저는 두렵고,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그때 내가 죽었어야 전자발찌가 부착되고,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텐데…."

1년 전인 지난해 3월 2일 오후 4시 55분쯤 부산의 근무지에서 전 남자친구한테 멍키스패너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흉기로 여러 차례 찔린 김모(33) 씨.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던 그는 9일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전 남자친구가 출소할 상황이 너무나 두렵기만 하다.

김씨는 "당시 머리는 물론 간, 폐, 늑골, 횡격막 등이 크게 다쳤고 여전히 병원에 다닌다"며 "심리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는데 그날 이후 없던 이갈이가 생겨 5개의 이가 부서진 상태"라며 흐느꼈다.

3년 가까이 연애하던 김 씨는 전 남자친구의 채무 문제로 지난해 2월 중순 이별을 고했다. 헤어진 상황인 데도 전 남자친구의 집착이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스토킹에 이르렀다.

가해자는 술병을 깨 들고 집 근처를 배회하는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고, 연락을 차단하자 지인을 통해 연락했다고 한다.

김씨는 결국 경찰에 접근금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접근금지 명령도 범죄를 막지는 못했다.

사건 당일 가해자는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기 전 김 씨를 찾아갔는데, 김씨가 이 사실을 경찰에 또 신고하자 앙심을 품었다.

경찰 조사를 마친 가해자는 김씨의 직장에 찾아가 멍키스패너로 머리를 가격한 뒤, 몸통을 흉기로 찔렀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를 제지하던 직장 동료가 다치기도 했다.

살인미수, 스토킹 범죄의 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는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선 기각했다.

김씨는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건만, 피고인을 한번 더 믿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 취지였다.

김씨는 "법정에 피해자인 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판사는 '피고인을 한 번 더 믿고 기회를 준다. 또 그러면 전자발찌를 부착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때 '내가 죽었어야 전자장치가 부착되고,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치료비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상해구조금의 경우 가장 크게 다친 부위를 기준으로 전치 2달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며 "의사도 '산 게 기적'이라고 했지만, 가장 크게 다친 부위가 전치 6주라서 지원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사회에 알려져 법원의 엄정한 심판과 함께 피해자 지원 제도가 개선되길 촉구했다.

김씨는 "가해자 출소 이후에도 피해자가 마음 편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범죄 피해자를 위해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강력범죄 관련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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