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머리가 떨리는데… 뇌 질환 초기 신호?

권대익 2024. 3. 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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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박모(65)씨는 요즘 들어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회사에서 정년 퇴직 후 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하는 걸 삶의 재미로 여겨온 그의 고민에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젊어서부터 본인만 간혹 인지하던 손 떨림이 이제 주변 친구들까지 알게 되었고 최근 들어 떨림 증상이 심해지며 친구들과 시선뿐만 아니라 식사와 일상생활에 불편감도 크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20대때부터 스트레스·과로가 쌓이면 손이 약간씩 떨렸지만 정년 무렵까지 일상생활과 회사 업무에 그다지 큰 불편 없이 살아 왔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조금씩 떨림이 심해졌다.

최근 어느 순간부터 더 심해져 지인들과 소주잔을 주고받을 때 따르는 것 반, 흘리는 것이 반이 돼 버렸다. 이젠 남들에게 술을 좋아하는 본인이 알코올 중독으로 손 떨림이 생긴 것으로 오해를 살까 봐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 각 부위 떨림 특히 손 떨림(수전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된다. 누구나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 손이나 다른 신체 부위가 떨린 경험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은 우리 신체의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는 단순이 정상적 생리적 반응이 아닌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뇌 질환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떨림, 수전증의 원인은 아주 다양해 1차적 원인으로 파킨슨병 같은 뇌신경 질환 때문에 발생하거나 약물 중독처럼 2차적 원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떨림(진전·振顫)에 해당되면 이를 ‘본태성 진전’이라고 한다. 본태성 진전은 가족력으로 절반 가까이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의 경중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특징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사춘기 이후 증상을 느끼기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져 65세 이상 고령인의 10% 이상에게서 발견될 정도로 되는 흔한다. 필자가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던 2010~2014년 본태성 진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39명을 분석한 결과, 증상으로 불편을 느껴 내원한 환자의 53.8%(559명)가 60대 이상이었다.

특히 수전증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가 나이 들면서 떨림 증상이 심해지기에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겨 진료받지 않거나 치료 불가능한 난치성 신경계 질환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떤 수전증, 떨림의 경우 뇌의 병으로 진단할까. 떨림(진전)에는 유형별 특징이 있고 손·머리·턱·혀·발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안정성 진전’이다. 손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데도 계속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떨림 진동수가 1초당 3~6회로 좀 느린 편이다.

둘째, ‘자세성 진전’이다. ‘앞으로 나란히’ 동작을 하게 했을 때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본태성 진전, 갑상선기능항진증, 알코올 금단 증상, 신경장애 등 다양하다. 떨림의 진동수가 1초당 4~12회로 빠른 편이다.

셋째, ‘활동성 진전’이다.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굽혀 검지손가락을 코끝에 닿게 하는 동작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들은 가만히 있을 때는 떨림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원인은 본태성 진전·소뇌 병변·근긴장증 등이다. 알코올 중독도 활동 진전으로 주로 나타난다. 떨림 정도는 1초당 3~10회 정도로 다양하다.

이처럼 떨림, 진전, 수전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며 발생 원인을 제거할 수 있으면 수전증 치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본태성 진전 등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고 대부분 유전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에 문제되는 것이다.

또한 특징적으로 본태성 진전 환자 가운데 술을 마시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해 술을 계속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코올과 본태성 진전 사이의 상관관계는 최근 일부 메커니즘이 알려졌다.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가바(GABA) 수용체’에 관여해 초기 술을 마시면 가바 수용체가 활성화돼 증상이 호전되고 알코올 중독이 되면 가바 수용체의 소모성 감소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즉 본태성 진전의 발생 메커니즘은 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 역할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이러한 알코올 중독이 된 본태성 수전증 환자에게 외래에서 흔히 접해 본 바 있다.

그 예로 수전증에 대한 뇌심부(深部)자극술을 받은 강모(47)씨의 경우 처음 외래 진료 시에도 술에 취해 병원을 찾을 정도로 알코올 중독이 심했다. 10대에 증상이 시작됐는데 20대 때부터 술을 마시면 증상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 뒤 술에 대한 의존이 심해져 결국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이런 사람은 알코올 중독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강씨의 경우 알코올 중독 치료와 함께 뇌심부자극술로 수전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수전증 치료는 수술보다 약물 치료, 생활 개선 등이 우선이다. 특히 세심한 약물 선택과 수전증을 악화시키는 다양한 인자(예로 술, 커피, 약물 남용, 과로 등)의 제거 및 동시에 전신의 근력 운동을 통한 신체 저항성을 높이면 많은 환자가 호전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및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나이 들면서 일상생활에 제약이 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직업 특성상 정밀한 수작업이 요한다면 이전과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신경외과적 수술을 권한다. 특히 본태성 수전증을 가진 환자 중 정밀한 손 작업이 필요한 직업이나 대인 관계를 해야 하는 사람은 특히 그렇다.

현재 신경외과에서 널리 알려진 수전증 수술법은 뇌심부자극술뿐만 아니라 고주파 열 응고 수술, 감마나이프 수술 등 다양하다. 특히 최근 필자의 연구팀이 주도로 개발된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은 개두술(開頭術) 등 직접적 수술을 시행하지않고 방사선 등 유해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안전한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서도 보험으로 등재돼 이미 수많은 환자에게 시행됐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필자 주도로 수전증 등 세계 최초의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미국·일본과 달리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신 상태·고령 등으로 뇌심부자극술 같은 뇌 수술을 받기 어려운 심한 수전증 환자가 아직 최상의 치료법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을 포함한 다양한 수술 치료도 1차적으로 시행되는 약물 치료와 보존적 치료와 더불어 머지않아 불치병으로 방치돼 온 중증 수전증 환자에게도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손·발이 심하게 떨리는 증상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지만 불치병도 아니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이에 걸맞은 올바른 치료법을 택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다시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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