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면’ 궁금하다면 ‘주목’…‘내돈내산’ 직접 먹어봤습니다

이상희 기자 2024. 3. 9. 09: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라, 쌀라면?’ 

컵라면 형태의 쌀국수는 흔해졌지만 쌀라면은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대형마트 라면 코너 한복판에서 대기업이 출시한 쌀라면을 발견했다. 그것도 무려 국산쌀을 사용했단다. 쫄깃한 식감의 쌀국수는 정말 좋아하는데, 쌀라면은 어쩌려나. 밀가루 라면과 어떻게 다를까. 찾아보니 생협 같은 소규모 가공업체가 국산쌀을 사용해 만들어 온라인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쌀라면도 있었다. 나름 ‘면 러버’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클릭클릭, 재빠르게 주문해 종류별로 끓여 먹어봤다. 맛 비교를 위해 달걀이나 파 등 별도의 재료는 일절 넣지 않고 지정한 레시피대로 끓였다.

◆깔끔하게 매콤하다…우리쌀미미라면=국물 색이 진한 붉은색을 띄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매웠다. 면은 일반적인 라면에 비해 약간 두꺼운 편이다. 건더기 스프에도 미역과 당근, 표고버섯, 파 등이 들어가 있어 일반 라면과 대동소이하다. 외관만으로는 쌀로 만든 라면임을 구분하기 힘들다.

뒷면 표시사항을 확인해보니 면은 국산쌀 가루가 42% 들어 갔다. 무려 유기농쌀이다. 국산 감자전분도 사용했는데, 쌀면에 부족한 쫄깃함을 첨가하기 위한 선택이다. 분말스프는 채즙이 베이스다. 그래서일까. 여느 라면 국물에 비해 기름이 덜 뜨는 느낌이다. 국물 맛도 칼칼한 고춧가루 맛이 강하다. 일반 라면에 비해 감칠맛이나 단맛은 부족한 편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깔끔한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식을수록 고춧가루 특유의 향과 맛이 더 진해진다. 고추장찌게의 칼칼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好)다.

하지만 의외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 1971㎎인데 유탕면류 평균(1730㎎)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가장 궁금한 건 면발이다. 한 젓가락 집어들고 살짝 흔들었더니 찰랑, 탄력있게 돌아온다. 외관은 일단 합격. 하지만 막상 식감은 쫄깃하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오히려 막국수처럼 툭툭 끊어진다. 한 그릇을 다 먹을 때까지 식감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다만 칼칼한 국물이 면에 잘 베는 편이어서, 부족한 식감을 보완해준다.

밀가루 알러지 등으로 밀가루 음식을 먹는데 불편함이 있는 사람이나 채식주의자라면 대체재로 선택할 만 하다. 고추장찌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유탕면 #채즙 스프 #국산 유기농쌀

◆면 식감이 밀가루 라면과 비슷…하림 쌀라면=국산 가루쌀이 들어간 라면이다. 가루쌀은 가공에 적합하도록 개발한 쌀이다. 하림이 최근 출시한 쌀라면은 이 가루쌀과 미국산·호주산 밀가루를 혼합해서 만들었다. 가루쌀 함량이 11~15% 가량으로 세가지 쌀라면 중 쌀 가장 적다.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기업답게 스프에 닭육수가 사용됐다. ‘비프액기스’ 등 쇠고기 베이스에 ‘치킨액기스’ 등이 첨가됐다. 순한맛 ‘맑은 닭육수 쌀라면’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 두 종류가 있는데, 다른 라면과의 ‘공정한’ 비교를 위해 얼큰한 맛을 선택해 끓였다.

국물맛은 쇠고기 맛이 진한 일반 라면과 확연히 다르다. 한입 넣자마자 닭고기 향이 퍼진다. 삼계탕까지는 아니고 닭곰탕이나 닭한마리 국물을 생각나게 하는 정도다. 고기 육수여서인지 감칠맛과 단맛도 충분하다. 이름에 걸맞게 꽤 매운데, 길게 이어지기보다는 짧게 찌르고 지나가는 매콤함이다.

국물에 다양한 맛이 혼합돼서인지 나트륨 함량은 상대적으로 적다.1520㎎으로 유탕면류 평균보다 꽤 낮은 편이다. 

그리고 면발. 쌀이 들어갔으니 탄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충분히 쫄깃하다. 아마도 쌀 함량이 적어서인 듯하다. 라면 이름에 ‘쌀’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미처 모르고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전 지식 없이 먹었다면 ‘쌀라면’ 보다 ‘닭육수 라면’으로 기억했을 것 같다.

닭육수 라면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 하다.

#닭 라면 #가루쌀

◆시골 쌀라면=인천로컬푸드생산자협동조합이 강화도에서 생산한 유기농쌀로 만든 라면이다. 쌀가루 40.49%에 쫄깃함을 주기 위해 국내산 감자전분을 섞어 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미라면과 비슷하다. 

대파, 당근, 미역, 표고버섯이 건더기로 들어간 것은 다른 쌀라면과 거의 같았다. 스프는 미미라면과 마찬가지로 채즙 베이스로,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설탕, 고춧가루, 소금이 스프의 주 재료인 것도 미미라면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맛도 미미라면과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왠지 먹지 않아도 맛을 알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일단 끓였다.

국물은 살짝 매콤한 정도다. 목넘김이 부드러워서 매운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춧가루가 들어갔지만 고춧가루 향이나 맛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묵직함이 있어서, 깔끔하지만 깊은 맛을 낸다. 나트륨 함량도 역시나 높은 편으로 1873㎎이다.

면발은 역시나다. 쌀 함량이 높은만큼 일반 밀가루 면에 비해 탄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살짝 덜 익히면 면이 단단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조리 시간을 잘 조절하면 일반 라면과 비슷한 식감을 느낄 수도 있다.

라면을 먹고 싶은데 동물성 국물은 부담스러운 사람이나.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시골쌀라면이 답이다. 

#강화도 유기농쌀 #생협

◆쌀국수 포포면=종류대로 쌀라면을 먹고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쌀국수의 면과 쌀라면의 면은 뭐가 다를까. 비교를 위해 철원오대쌀로 만든 강원 철원 동송농협의 포포면을 준비했다. 앞의 라면과 달리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면이다. 멸치맛과 얼큰한 맛 두가지가 있는데, 앞서 맛본 라면이 모두 매운맛이었던 만큼 얼큰한 맛으로 준비했다.

라면과 국수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면 제조법이었다. 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인데 비해 국수는 말린 면, 즉 건면이었다.

면의 기본 재료는 의외로 미미라면이나 시골쌀라면과 큰 차이가 없었다. 쌀 함량이 45.04%였는데, 두 쌀라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전분이 사용된 것도 같았다. 다만 라면에는 감자전분이 사용된 것과 달리 국수에는 옥수수전분과 타피오카전분이 사용됐다.

스프는 분말김치, 멸치액젓 등이 들어가 라면과는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포포면의 특성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면발의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일정 정도 탄력이 있는, 전형적인 쌀국수다. 쌀라면 면발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인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국수는 국수, 라면은 라면이라는 당연한 깨달음이 머리를 친다.

#철원오대쌀 #동송농협 #컵면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