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떠올리면…당신의 ‘아이 미스 유’는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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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난 뒤 넷플릭스에서 그 영화를 다시 꺼냈다.
지금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왔거나 티빙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3'에 빠져있거나, 영화 '첨밀밀'과 '라라랜드'의 감성을 좋아했다면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가슴 먹먹해질 것이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떠나는 그 사람을 잡았더라면, 더 나은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연락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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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장면은 컬러, 현재는 흑백으로 그려내
오는 11일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난 뒤 넷플릭스에서 그 영화를 다시 꺼냈다. 지금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왔거나 티빙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3’에 빠져있거나, 영화 ‘첨밀밀’과 ‘라라랜드’의 감성을 좋아했다면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가슴 먹먹해질 것이다. 2018년 개봉한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다. 각자 마음속의 엑스(×, 옛 연인)를 떠올리며 몰입해보자.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2007년 설을 하루 앞둔 날. 복잡한 귀성열차 안에서 젠칭과 샤오샤오는 처음 만난다. 하지만 열차는 폭설로 정차하고 두 사람은 충동적으로 기차에서 내려 눈길을 걸어서 고향집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두 사람은 시끌벅적한 명절을 보낸다. 그리고 2018년의 설.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두 사람은 또 우연히 만나게 된다. 또 폭설로 비행기는 결항하고 둘은 어쩌다 보니 인근 호텔에서 함께 머물게 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을 보여준다.
부모에게는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젠칭과 샤오샤오는 베이징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꿈을 위해 떠난 낯선 도시. 그곳에서의 삶은 그저 버티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닥치는 대로 일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이 사랑은 지속가능한가. 그래서 ‘먼 훗날 우리’의 지하철 이별 장면은 이 세상 최고의 이별 신이다.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지만 결국 헤어지고 힘들게 이별한 뒤 또다시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동안에도, 헤어진 뒤에도 수많은 ‘만약’을 상상한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떠나는 그 사람을 잡았더라면, 더 나은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연락한다면.
이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 젠칭.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에 샤오샤오는 없다. 샤오샤오는 젠칭에게 말한다. “아이 미스 유”(i miss you∙당신이 그리워) 젠칭은 “나도 그리웠다”고 대답하지만 샤오샤오는 고개를 흔든다. “내가 널 놓쳤어(miss)” 안타깝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그 시절 사랑했던 소녀도 아니고, 그때의 다정했던 오빠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만남은 제대로 하지 못한 작별 인사일 뿐일까.
독특한 점은 과거의 장면이 컬러로 표현되고 2018년 다시 만난 현재는 흑백으로 표현된다. 아마 “인연을 찾지 못하면 온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될 거야”라는 젠칭의 말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샤오샤오 역의 저우둥위(주동우)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첫사랑이란 단어가 ‘인간화’한 느낌인데 연기 폭이 매우 넓은 중국 대표 배우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먼 훗날 우리’ ‘소년시절의 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모두 흥행해 저우둥위 첫사랑 3부작으로 불린다.
2007년의 샤오샤오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헤어지면 죽을 때까지 보지 말자.” 젠칭은 말한다. “아니. 잘살고 있는지는 봐야지.” 2018년의 샤오샤오는 말한다.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기억나.” 젠칭은 말한다. “그것보다 우리가 다시 만난 게 중요하지.” 이번 주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렇다고 엑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연락하지는 말자. 현실에선 대부분 이불킥만 부른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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